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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담 Dec 27. 2023

1억은 부자들만 있는 건줄 알았다

종자돈 모으기를 시작하며 달라진 생각들.

옹기종기 모여앉은 점심시간 사내 카페테리아. 30대 초중반의 여성들이 모여 밥을 먹고 있었고 이야기는 자연스레 종자돈과 내지마련으로 흘렀다.


"아니 덕댈(필자) 돈 많이 모았다는 소문이 있던데~~?"


나는 단한번도 내 경제상황에 대해 사내에서 오픈한적이 없는데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다. 그냥 나의 연봉이나 경제적 상황을 떠보려던 심산이었을까?


"저 하나도 안모았는데요"


거짓말 한다는 듯이 쭈뼛대는 미소가 이어졌다. 그런데 나는 거짓말이 아니었다. 내 나이 서른이 다 되어가도록 내 통장에 있는것은 한달에 2만원씩 모으던 청약통장이 전부였다. 돈이없다고 불안하지도 않았다. 언니집에 얹혀 살고 있었고, 여차하면 다 그만두고 부모님 집으로 내려갈거라는 생각, 최후의 보루도 있었다.


한번도 돈을 모아 보지 않았던 나는 '1억'이라는 돈에 대한 굉장한 환상이 있었다. 부자들만 가질 수 있는 돈. 어떻게 일반인이 1억을 모을 수가있나 싶었다. 내평생 본적이 없는 돈이라 그랬던 것 같다. 저축목표를 잡아본적이 없기에 돈에대한 현실감각이 정말이지 '제로'였다.


그러다 우연히 소개팅에 나가 소개남에게 통장 잔고 오픈 요청을 받았다. 그때 입은 마음의 상처와 구겨진 자존심 회복을 위해 처음으로 본격적인 저축을 다짐했다. 그런데 저축, 그거 어떻게 하는 것인지 알수가 없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저축을 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월급은 금방이고 사라져버렸다. 마이너스가 나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었던 상황. 유튜브에서는 "당장 카드를 자르십쇼"라고 말하는데 그랬다간 사회적으로 고립당할 것이 빤했다. 부자가 되기 위한 길목에 발을 딛으려면 그정도 고립은 감수해야 했지만 당시 나는 "그.. 그것만큼은....!!" 마음으로 차마 신용카듣를 자르지 못했다.


저축을 마음먹고 나니 내가 새로 배우고 행동해야 할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첫번째 내돈이 어디로 가서 없어지는 것인지 알아야 했다. 흔히 이야기하듯 명품 가방을 사는것도 아니고 오랜기간 연애도 하지 않았는데 내돈은 도데체 어디로 사라지고 있는 것인지 그 행방을 찾아야 했다. 그리곤 러프하게라도 가계부를 쓰기시작했다. 작게는 몇만원, 크게는 십만원이상 가계부가 맞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대략 그림이 그려졌다. 나는 누수가 참 많은 아이였다. 하나하나 짚어보니 나의 모든 습관이 최소 10만원씩은 잡아먹고 있었다. 아침마다 샌드위치 사먹 것, 다리아프니까 오늘은 택시타자며 근거리 타던 것, 술먹고도 잠은 집에서 자야한다며 굳이 할증 붙은 택시를 타던 것, 일주일에 딱 한번! 이라며 친구들과 2차 3차까지 술마시던 것, 어쩌다 배달음식 한두번 시켜먹은것, 점심마다 커피사먹는 것까지. 이외에도 수많은 10만원짜리 습관들이 있었지만 이런 대표적 습관들이 각각 최소 10만원씩 누수를 일으키고 있었다.


참 신기했다. 모든 문제는 아는 순간 반은 풀린거라고 했던가. 어디에서 누수가 일어나는지 알고나니 의식적으로 소비를 경계하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프거나 짐이 아주 많은것이 아니라면 택시는 타지 않았다. 친구들과의 술자리도 친구의 생일이나 연말 연시가 아니라면 굳이 나가지 않았다. 자연스레 야간/새벽에 택시 탑승할 일이 없어졌다. 아침마다 사먹던 샌드위치가 갑자기 엄청나게 비싸 보이기 시작한것도 이때였다. "샌드위치 6천원?? 일주일이면 3만원이고, 4주면 12만원이네" 샌드위치 대신 집에서 아침밥을 챙겨먹고 작은 간식을 가방에 넣어 다녔다.


또 한가지 신기한 것은 아침 샌드위치 값을 아끼려고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 시간을 아껴쓰는 습관의 시작이 되어주었다. 좋은 습관은 또다른 좋은 습관을 불러온다. '어차피 일찍일어나는거 조금만 더 일찍 일어나 볼까'라는 생각이 들어 아침에 책을 읽기도하고 온라인 강의를 듣기도 했다. 누수를 조금 잡았을 뿐인데 돈이 남기 시작했다. 부모님 용돈 챙겨드리고, 서울집 생활비 내고, 교통비며 보험비며 이런저런 고정비가 빠지고 나면 남는 돈이 크진 않았지만 일단 월급에서 현금이 남는 다는 것 자체가 신세계였다. 늘 카드쓰고 월급들어오면 카드값내고 다시 카드생활 하고의 반복이었기 때문이다.


현금이 조금 남으니 '이걸 어떻게 하면 최대한 불리면서 모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레 이율이 높은 적금통장을 검색해보고, 안전한 주식투자방법, 채권 등을 찾기 시작했다. 알고리즘이란게 참 무서워서 내가 이런 것들을 검색하기 시작하면 연관된 상품들을 끊임없이 광고로 보여준다. 그렇게 처음 들은게 MKYU에서 오픈했던 '독한언니 유수진의 머니아카데미'였다. 게으름과 졸음을 이길 수 없는 상태에서 수강기간은 촉박하니 침대에 누운채 듣기도하고 새벽에 보려고 일어났다가 영상만 켜놓고 잠든 적도 있었다. 그래도 수업을 들으면서 느낀게 많았다. 남들은 "그런걸 뭐 돈주고 듣냐 아깝게, 저축은 그냥 안쓰고 모으면 되는거지. 일단 모으고 생각해~" 이미 그렇게 해온 사람이라면 그게 당연한 거겠지만 나는 아니었다. 절약의 습관부터 소비패턴 잡는 것, 이 경제의 큰 흐름, 다른사람들은 어떻게 돈을 모으며 살아가는 것인지 30년동안 몰랐던 모든것을 속성으로 배우는 시간이 꼭 필요했다. 종자돈을 쥔채로 강의를 들었다면 실행할 수 있는 것들이 더많았겠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그시간을 통해 '인간개조'의 첫발을 시작할 수 있어 의미 있던 시간이었다.


아무튼 다시 '1억'이야기로 돌아와보자. 1억는 내평생 만질 수 없는 돈이라고 생각해왔지만 머니아카데미 수업을 듣고 구체적인 방법을 배우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오씨, 잘하면 나도 되겠는데?' 처음으로 엑셀로 한달 저금 가능한 금액을 적고 열두달을 곱해봤다. 그리고 다시 곱하기 5년. 예를 들어 이런 것이었다.


1억을 저축하려면:

250만원씩 X 12달 = 3천만원.

3천만원X5년 = 1억 5천만원


당시 1억은 나에게 어마어마한 돈으로 느껴졌기에 금방이라도 부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뭐야 나 5년만 빡쎄게 저축하면 부자되는거야?" 물론 부동산 경제를 전혀 몰랐으니 할 수 있었던 생각이었다. 내집마련을 꿈꾸긴 했지만 아파트는 상상도 하지 못했으니, "얼른 1억 모아서, 작은 빌라 하나사야지!"(2019년)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을 즈음이었다.  어쨋든 종잣돈을 모으기로 결심한 날부터 나에겐 경제관념이라는 것이 생기기 시작했고 작지만 경제적 목표가 생기기 시작했다. 목표가 있다면 그려보고 써보고 쪼개보고 면밀히 계산해 봐야 한다는 것을 이때 알게 되


그런데 문제가 하나있었다. 매월 250씩 저축할 수 있는 처지가 못됐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소득을 늘려야 했다. 그렇게 이직부터 각종 자격증 시험까지 준비하게 되는데...


(2탄에서 계속)



ㅡㅡㅡ


갑자기 조회수가 늘었네요,

혹시 다른곳에 공유가 일어난것인지

아무튼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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