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것은 '유의미한 질문'
내가 정말로 원하던 것이 단순한 이직이 아닌 다른 것이었다는 사실이 재미있기도 했다. 좋아하고 잘하는 일에 대한 확신, 그리고 그일을 내가 충분히 잘해내고 있다는 확신, 충분히 보상받고 있다는 느낌, 지금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 이런것들이 내가 필요한 것들이었다. 그동안 몰랐던 사실을 깨달으면서 모든 것이 조금씩 명확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곧 일에 대한 나만의 기준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고 지금의 커리어 사춘기를 극복해낼 수 있는 방법이자 기준점.
가장 선행 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주체성 확보’였다. ‘주체적인 삶’이라는 말을 수없이 들어왔지만 그리도 어려웠다. 또는 한참을 그렇게 살고 있는 줄 착각하고 있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주체적으로 살고 있었다. 예를 들면 주말, 휴가, 퇴근 후와 같은 시간 따위 속에서. 일부의 상황과 시간이 아닌 온전한 내 삶의 전체에서 나는 스스로에 대한 주체성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두번째는 일을 떠나 삶을 살아감에 있어 내가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끊임 없이 그럴 수 있는 기회를 찾고 도전하는 것이 나에게 중요한 것이었다. 이전에 누군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 일만 하세요!’라 말할 때 한편 ‘그 얼마나 속 편한 소리냐’는 생각도 했다. 그때는 몰랐다. 주체가 나에게 있고,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잘 하는지 알 때 그것이 실현될 수 있음을. 물론 내가 원하는 일만 하며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 방향성과 지향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결과도, 과정에서의 만족감도 큰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을 이제 너무나도 잘 알게 됐다.
중심에 ‘나’를 두고 이 두가지 관점으로 생각하니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회사에서도 회사 밖의 삶에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이, 해야할 일들이, 하고싶은 일들이 많았다. 생각을 하다보니 배우고 싶은 것도, 새롭게 이루고 싶은 것들이 생겨났다. 그중 기회가 닿을 수 있는 것부터 실행에 옮겼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그것이 이뤄져갈 때 잊고 있던 보람과 희열이 느껴졌다. 더불어 1g의 확신도 함께 더해졌다.
“10년이야 벌써, 지금 잘 하고 있어? 지금도 성장하고 있지? 어딜 가든 너 인정받을 수 있는 전문가가 되고 있는 거지?” 위에서 언급한 내 마음을 요동치게 한 스스로의 질문들이었다. 이제 그 질문에 도망치지 않는다. 질문에 대한 답은 도피가 아닌 도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어느 날 내 마음 속에 떠오른 ‘이직’이라는 단어, 그리고 지속된 막막함과 불안함. 오랜 기간 마음이 요동쳤지만 이렇다 할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나에 대한 답답함이 수그러들었다. 그럼에도 다시, 앞으로도 몇 번 아니 몇 십번은 더 고개를 내밀 ‘이직’에 대비해 보다 세부적인 기준도 스스로 마련했다. 더불어 달라진 상황에서 나의 본심을 다시 확인 할 수 있을 질문도 함께.
<두담의 이직시 선택 기준>
1) 새롭고 의미 있는 경험할 수 있는 환경
2) 내가 잘 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의 비중이 높은 환경
3) 지금보다 더 큰 큐모의 프로젝트 또는 예산을 운용할 수 있는 환경
4) 지금보다 한 단계 높아진 포지션
5) 나의 확신에 합당한 보상(연봉)
6) 체계적인 업무 방식과 체력소모가 심하지 않은 일
7) 자유로운 업무형태(탄력근무제 등)
8) 수평적 조직문화,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는 분위기
9) 재무상태가 안정적인 곳
10) 브랜드가 속한 시장에 성장 기회가 있는 곳(개인과 회사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곳)
11) 복지의 후퇴는 없다. 특히 교육지원 및 식사 지원이 되는 곳.
<이직을 고민할 때 스스로 던져야 할 질문>
1) 최근 1년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하고 보람있었나요?
2) 그 행복감과 보람의 원천은 어디에 있었나요?
3)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4)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어떤 의미가 있나요
5) 어떤 의미가 있는 일을 하고 싶은가요
6) 그 일을 통해 어떤 의미를 전하고 싶나요
7) 최근 내 맘을 괴롭히는 일과 그 원인은 무엇이었나요
8) 최근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무엇이고, 최근 관심사는 무엇었나요
9) 최근 1년간 가장 잘한 업무는 무엇이었고 어떤 결과가 있었나요
10) 스스로에 대한 가치에 확신이 있는지, 어떤 면에서 였나요
11) 나의 확신에 기반하여 합당한 보상을 받고 있나요, 만약 다른 기회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12) 내가 생각하는 대안이 정말 지금보다 나은지 객관화 해보았나요
13) 정말 더 이상 지금있는 상황에서 내가 시도할 수 있는 것이 없나요
모든 기준에 충족하거나, 모든 질문에 답이 되는 길을 찾긴 어렵겠지만 기준이 명확하고 생각이 다양할수록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번 경험을 통해 앞으로의 내 삶이 조금더 의미있고 풍성해지길 바란다. 특히나 주체성을 향한 다짐은 변함없기를 바라며 이번 커리어 사춘기의 글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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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상담의 후일담이 있다. 나는 늘 어딘지 꼼꼼하지 못하지만 실행력은 좋은 ISFP인데 그에맞게 ‘커리어 엑셀레이터’를 접하자마자 사이트를 알아보고 예약을 잡았다. 그런데 지나고 내가 예약한 상담가 커리어엑셀레이터가 아니었다. 물론 그 사이트 역시 커리어 컨설팅 전문업체도 아니었다. 커리어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나를 분석해 주는 사이트이자 상담사였다. 하지만 그 결과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이런 경험이 한두번이 아니다. 늘 급한 마음에 무언가 조금씩 다른 것들을 신청하거나, 경험하는 일이 잦은데, 신기한 건 어떤 곳을 통하든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과정은 생각했던 것과 다를 수 있다. 종종 즐겁지 않을 수 있고 돌덩이를 업은 듯 부담이 되기도 한다.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것 같지 않고 왠지 선택을 잘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내가 살아온 30여년의 시간, 그리고 일을 해온 10여년을 돌아 보건데 실패에서 끝나는 경우는 없었다. 결국은 성장하고 결국은 더 좋은 기회로 보완해왔다. 앞으로도 내가 계획하는 일들이 어쩌면 실패할 수도, 원하는 과정과 다를 수도, 결과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음을 기억하고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다짐한다. 그리고 그것이 끝이 아닌 새로운 디딤돌이자 시작의 기회임을 또한번 기억하자고 다짐한다. 인생은 아주 길고 100살까지 즐겁게 일하고 살고 싶은 나이므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