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엄마가 되고, 네가 아빠가 된다고?
스물한 살에 만난 우리에게
서른여덟이 되던 봄, 아기가 찾아왔다.
나는 어려서부터 아기를 낳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컸고, 스물여섯 쯤 후추에게 나는 결혼해도 아기를 가지지 않을 거니 만약 아기가 꼭 가지고 싶다면 이쯤에서 헤어지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후추는 고민해 보겠다고 하고, 하루 이틀 뒤에 아기가 없어도 나랑 둘이 행복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우리는 그렇게 연애를 몇 년 더 하고 결혼을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남들이 말하는 딩크부부가 되었다.
딩크라는 개념도 없던 시절에 우리는 아기를 가지지 않겠다고 말하면 나오는 그 많은 비웃음에 가까운 반응들을 겪어냈다.
그럼에도 나는 정말 아기를 낳고 기를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고 영원히 내 결정을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확고한 신념도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여느 때와 다르지 않던 주말에
임신테스트기는 두줄을 보여줬다.
“피임도 잘했는데, 왜 그랬지? 언제 그랬지? “
정말 글로 적기엔 너무 긴 임신 초기였다.
혼란스러웠고 마음이 어려웠고, 부정하고 싶었고
도망치고 싶었다.
이제 우리도 모르는 사이 우리에게 서로가 아닌 가족이 한 명 더 생긴 것이다.
임신 초기엔 사람들의 축하에 눈물이 났다.
모든 사람들이 축하해 주는데 나는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죄책감 속에 몇 개월을 지냈던 것 같다.
후추가 없었다면 나는 그 시간을 견딜 수 있었을까?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지금은 임신 8개월에 접어들었다.
50일쯤 지나면 내 배 속에 아기는 세상에 나온다.
여전히 낯설고 불편한 임신이지만,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다.
여전히 나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후추와 함께!
후추는 아침이면 나를 위해 도시락을 싸고,
운전해 데려다주고 다시 데리러 온다.
매일매일 예쁘다고 사랑스럽다고 이야기해 준다.
아기가 태어나도 자기의 1순위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아내일 거라고 매일 눈을 보며 고백한다.
이런 사람과 결혼을 했다니,
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
글을 적으며 후추의 무한한 사랑을 다시 느낀다.
정말 좋은 아빠가 될 거고,
정말 좋은 남편으로 나를 사랑해 주겠지.
나도 좋은 엄마가 되고
좋은 아내로 사랑의 가정을 이룰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