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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사막 Feb 04. 2020

나의 작은 고양이

통통이

어느 날 우연히 펫 샵에 들러서 고양이들을 구경했다.

하얗고 꼬물거리는 연약한 생명체가 너무도 귀여워 나도 모르게 홀린 듯 한 마리를 지목했다.

고양이에 대한 아무런 지식도 없이 펫 샵 주인의 말만 믿고 추천해주는 사료와 모래, 놀잇감과 밥그릇 등을 사 가지고 무작정 차에 싣고 새끼 고양이를 집에 데려와 키우기 시작했다.

귀여워서 시작한 고양이와의 동거는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매일 고양이의 배설물을 치워야 했고 아침마다 깨끗한 물과 사료를 잊지 말아야 했다.

스크래처를 장만했음에도 불구하고 집안 가구는 남아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고양이 발톱에 긁혀 너덜너덜해진 소파에 앉으면 공중에 날리는 하얀 털들이 눈 안으로 들어와 여간 찜찜한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자려고 문을 닫고 누우면 밤새 야옹거리며 문을 열어달라고 재촉하는 바람에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내가 왜 그랬을까. 어쩌자고 데려 와서 이 고생을 할까. 한숨이 푹푹 나오면서도 나의 불편한 생활은 계속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고양이는 말할 수 없이 사랑스러웠다.

하얀 털을 송송 뿜으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과 분홍색 코를 찡긋거리며 냄새를 맡는 표정, 따스한 햇빛에 배를 드러내고 낮잠을 자는 아기 같은 얼굴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렇게 5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고양이는 내 삶에 완벽히 스며들었다.

5살 된 우리집 고양이.
길냥이 친구가 놀러온 날.

우연으로 시작된 해프닝이었지만 고양이로 인해 삶의 많은 부분이 바뀌게 되었다.

특히 춥고 비바람이 부는 날에는 평소 관심 밖이었던 길고양이들 때문에 걱정이 되었다.

'길에서 어떻게 궂은 날씨를 견딜까...'

우리 집으로 마실 나오는 고양이 삼총사 가족이 보이지 않는 날에는 아무 탈없이 무사하기를 간절히 빌어보는 것이다.

무엇보다 나는 고양이가 우리 아이에게 끼친 영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아이는 고양이가 온 첫날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고양이를 사랑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반려동물이 주는 따스한 위안과 안정감을 아이는 느끼고 있는 것이다.

외동이라서 더욱 그러했을까.

혼자 있을 때면 고양이를 안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곤 한다.

레고를 조립하거나 조용히 앉아 책을 읽는 아이의 모습을 고양이는 묵묵히 지켜봐 준다.

아침에 일어나면 고양이에게 안부인사를 건네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동네 친구들과 놀 때에도 고양이는 최고 인기다.

존재만으로 놀이의 벗이 되어준다.

아이들이 우리 집에 오면 고양이 이름을 부르며 머리를 쓰다듬고 미소를 짓는다.

우리 고양이는 동네 인기쟁이

이는 고양이와 더불어 살면서 생명과 생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정원에 핀 꽃 사이로 날아다니는 작은 나비와 잠자리, 잔디 위를 폴짝거리는 메뚜기와 개미, 담장에 붙은 도마뱀과 지나가는 강아지까지.

살아 숨 쉬는 생명체의 움직임을 느끼고 교감을 한다.

어느새 나도 아이의 감정에 이입이 되어 함께 놀이에 빠져들곤 한다.

메뚜기를 잡고 행복해하는 아이.
흙을 파다가 잔디에서 초록 애벌레를 발견했다.

나의 작은 고양이의 이름은 '통통이'이다.

"애완동물 사주세요"라는 동화책에서 이름을 따 왔다.

사랑스러운 통통이는 동화 속의 아름다운 이야기처럼 오늘도 우리에게 행복한 삶을 선물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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