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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사막 Feb 07. 2020

외국에서 외동아이 키우기.

중동에 살면서.


"엄마 배 속에 애기 있어?"

혹시나 하고 빙그레 웃는 아이의 얼굴을 보니 가슴이 저려온다.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차라리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래야 기대감을 완전히 버릴 테니까.

"아니.. 엄마 배엔 애기 없어. 엄마 힘들어서 아기 더 못 낳아"

진심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다 있어. 형도 있고 동생도 있어. 나만 없어. 나만 혼자야"

"지원이 혼자 아니야. 엄마도 있고 아빠도 있고 한국에 가족들 친척들도 많잖아. 그리고 지원이가 사랑하는 통통이도 있고"

슬쩍 고양이 핑계를 대본다.

"엄마 그럼 고양이 한 마리 더 키우자. 통통이가 심심하잖아"

아이는 혼자 있는 고양이에게조차 감정이입을 한다.

"통통이는 지원이가 있어서 혼자여도 충분히 행복하대. 엄마도 지원이가 있어서 너무 행복해."

좋은 말로 타이르며 상황을 무마해보려고 애썼지만 아이도 알고 나도 안다. 우리는 해결할 수 없는 결핍을 가졌다는 것을.

그래서일까? 아이는 유난히 친구를 좋아한다.

학교 끝나고 집에 오면 도착하기가 무섭게 바로 자전거를 타고 놀이터로 향한다.

마치 친구와 놀기 위해 태어난 처럼 친구를 찾아 헤매다 보니 우리 집에 와 보지 않은 동네 애들이 없을 정도이다.

목요일마 학교 친구 집에 놀러 가거나 우리 집으로 친구들을 초대하는 것이 일상이다.

친구와 함께 놀 때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아이지만, 놀 친구가 아무도 없을  아이의 마음은 무너진다.

혼자여도 심심하지 않게 하려고 애가 좋아하는 동화책이며 장난감이며 방 한 가득 쌓아놓았지만 소용없다.

아이 입에서 나오는 말은 그저 '친구'


물론 외로움을 타는 것도 아이들 성향마다 다를 것이고 누구나 한 가지쯤은 결핍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해외에 나와서 외동을 키우려니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기엔 부모 역할만으로 부족한 경우가 발생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이모 삼촌 사촌들... 무조건적으로 내 아이를 지지해주고 사랑해줄 사람들은 한국에 있다.

여름방학 때 잠시 한국에 가서 따스한 가족의 정을 느끼고 돌아오면 아이는 그 추억을 가슴에 품고 1년을 산다.

여기 에서 고국의 향수를 가진건 우리뿐만 아니라 함께 사는 이웃들도 마찬가지다.

러시아 이집트 캐나다 파키스탄 국적은 각각 다르지만 타운을 이루며 함께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

이들 제 삼국에서 살고 있기에 삼사 년이 지나면 고국으로 돌아가거나 다른 나라로 떠나곤 한다.

이웃이 계속 바뀌는 상황에서 아이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지만, 아쉽게도 다시는 못 만나는 친구가 생기기도 한다.

베스트 프렌드라며 매일 붙어있던 단짝 친구 아처가 카타르로 떠나는 날, 우리 아들도 아처도 나도 그리고 아처 엄마도 눈물을 흘렸다.

자주 연락하고 지내자고,  만나자고, 우리나라에 놀러 오라고 몇 번이고 다짐하며 인사를 나눴지만 두 번 다시 얼굴을 보기 어렵다는 것을 서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외동인 내 아이에게 타지에서 마음이 잘 맞는 친구를 만난다는 것은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와 같다.

친구와 정을 나누며 외로움의 갈증을 해소하고 서로의 문화와 언어가 다름이 결코 틀림이 아님을 자연스레 배운다.

처음부터 외동을 계획했지만 살다 보니 이 계획이 꼭 맞는 답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둘째나 셋째를 낳은들 역시 그렇지 않을까?

어차피 '부모'라 무게를 견디는 것은 마찬가지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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