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나, 내가 풀어 놓는 출간이란...
나는 요리를 하는 사람이었다. 한국에서 대학교 2년을 다닌 뒤 휴학을 하고 부모님이 반대하는 캐나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 당시만해도 한국에서 요리사 라는 직업을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난 후에도 이어나갈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들게 만드는 타이틀이었다. 그래서 떠난 캐나다에서 6년간 대학과 직장을 다니면서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거침없이 해볼 수 있었다.
랩을 하면서 공연도 해보고, 단편영화 제작도 해보고, 어린이집에서 쿠킹클래스도 진행해보고, 하루에 2시간만 자면서 대학수업 인턴쉽, 취미생활까지 견뎌냈던 시기가 있었다. 지인 없이 지냈기 때문에 친구들과 가족들을 만났을 경우에 마음이 약해지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6년을 캐나다에 있으면서 한번도 한국에 들어온 적이 없었다. 그런데, 딱 한번 들어온 그 때 만난 남편. 콩깍지라는건 굉장히 무섭다. 한국에 정착을 한 이후로 일이나 취미나 내가 하고 싶은 부분들과 어긋나 있는 부분이 많다라는 생각에 사실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다시 캐나다로 나가는걸 고려할 정도였는데 덜컥 임신을 했다. 아뿔사, 내가 브레이크에 걸려버렸다.
임신을 한 동안은 생각의 연속이었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지속할 수 있는가, 앞으로 무슨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꽤나 묵직하게 내 머리를 쳤다.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고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글을 쓰는 건 학창시절부터 좋아했어서 언젠가는 내 책을 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전공인 요리책이 아닌 육아 쪽으로 방향을 돌리게 될줄이야. 캐나다의 어린이집과 초등학교를 견학하고 일하면서 한국 교육과의 괴리감을 느낀데서 출발을 해, 한국에서 잠깐 들어갔던 교육업계에서 내가 생각하고 있던게 맞는거구나 라는 확신을 가진 후에 본격적으로 '홈스쿨링'을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받아 보지 못했던 걸 아이에게 해준다? 처음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일단 개념을 집고 가자면, 외국의 경우 공교육에 아이를 맡기지 않고 집에서 아이에 따른 다른 교육을 진행하는걸 홈스쿨링이라 말한다면, 한국에서는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하는 교육과 관련된 전반적인 것들이 홈스쿨링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주입식 교육이 아닌 다채로운 활동을 통해서 아이에게 어릴적부터 다양한 놀이와 경험을 기반으로 더 탄탄한 기본기가 쌓이고 책상에만 앉아 있는 수업보다 훨씬 스트레스를 덜 받고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실 홈스쿨링을 목적으로 했다기 보다는 아이가 책을 더 즐겁게 접할 수 있도록 하게 하기 위해 독후활동을 하던 것이 다양하게 확장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책만 읽는 것보다는 읽었던 책과 관련한 놀이를 해주면 관심도, 집중도, 이해도 등 다방면으로 도움이 된다는 건 이미 많은 연구에서도 엿볼 수 있는 결과이다.
그 후로 몇달 후 출판사의 출간 제안을 받았다. 그 전까지 요리와 연관된 출간기획서는 꽤나 많은 곳에서 광탈, 답장이 안오는게 너무 당연시 되었는데 확실히 컨텐츠와 시기에 따라서 반응 오는게 다르구나 싶었다. 그 연락을 받았을 당시를 생각하면 허탈함과 뿌듯함이 함께 느껴지면서 울컥. 금요일날 연락이 온터라 그 다음주 월요일까지 기다리는 동안 그 두근거림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대망의 12월 31일. 2018년의 마지막날 미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지방에서 사는 터라 미팅을 위해서 서울로 올라간 자리에서 출판에 관련된 많은 이야기를 하고 계약을 하고 내려 왔다. 그 이후로 정말 쉴틈없이 달려, 구성을 짜고 리스트업을 하고 놀이방법들과 스토리텔링, 학습방법 등 준비하는 동안 단 하루도 쉰 적이 없다 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정도로 스스로를 푸쉬했다. 전혀 힘들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계산했던 것과 방향이 달라질 때마다 '아, 스트레스 받아. 왜이래' 라는 생각보다는 '이런식으로 진행될 수도 있구나' 라고 생각을 바꾸니 관점이 달라져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어느 누구나 그렇겠지만 허접한 내용의 책을 돈을 주고 사고 싶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쉬운 놀이를 하자면 과정샷도 적어지고 이건 무슨 놀이지 라는 궁금증을 불러 일으킬 수 없다. 꼬아서 만들자면 어렵게는 만들 수 있지만 따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겠는가?. 그 중간점을 찾아 리스트업을 수없이 바꾸면서 조합을 해보았지만 이미 작업이 끝난 지금도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어떻게 느껴질지 걱정이 먼저 앞선다.
그렇게 2달간을 달려 모든 원고를 넘기고, 거의 한달 가량 추가적인 수정 작업을 거쳐서 저번 주 드디어 인쇄가 들어갔다. 출판사와 서로 좋은 기억만 있는 건 아니다. 모두 어긋났던 건 아니지만 작가가 지양하는 것과 출판사가 지양하는 것은 다를 수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책 제목이 그러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무허가홈스쿨링' 이라는 타이틀은 머리에 딱 박히는 임팩트 있는 이름이라 생각했고, 실제로도 이걸로 인해서 관심을 가져주는 분들이 꽤나 많았다. 하지만, 출판사 입장에서는 교육과 관련된 것이기에 부정적인 단어보다는 긍정적인 단어를 넣고싶어했다. 서로의 고집대로만 끌 수 없기 때문에 나름대로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내서 타협점을 찾았지만, 아직까지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5월말에서 6월초에 진열대에 오른다. 책을 냈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 앞으로의 행보를 어떻게 걸을지 또한 중요하다. 인생은 실전이라는 말을 다시 한번 느끼고 있는 중이다. 20대 초부터 30대 초까지 지난 10년간 걸어왔던 길과 다른 이 이야기가 어떻게 써내려 갈지 기대가 된다. 이에 따른 이야기는 앞으로 펼쳐낼 일이 많기에 당장 많이 언급하고 싶지 않다.
물론 내가 이전까지 쓴 글에 내용이 없었다면 출판사에서 연락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겠지만, 나의 출간은 운도 함께 따른 것이다. 시기에 적절한 컨셉이 출판사의 눈에 딱 든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컨셉만 잡으면 무조건 다 출간할 수 있다 라는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나는 글을 짧은 기간 동안 쓴게 아니다. 이 분야는 아니지만 대학 시절부터 꾸준히 글을 써 왔고 그걸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걸 좋아했다. 글이라는 건 쉽게 나오는게 아니고 남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쉬운게 아니다. 남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자신의 목소리를 꾸준히 내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한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