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japan. 그래서 여행기를 올리기가 조심스럽다.
올해 다녀온 일본 여행 오사카. 오사카는 한국 비하로 꽤나 명성이 높은 편이고, 사람들 대부분이 그걸 알 것이다. 그런데 왜 오사카를 선택했느냐? 오사카는 일본의 수도는 아니지만 교토와 맞먹을 만큼의 네트워크들이 잘 형성되어 있다. 그 말은 아이들이 즐길거리가 많긴 하지만 체인점도 즐비하다는 것. 나와 아이의 우선권 중 무엇을 상위에 두어야 하느냐를 물어본다면 어느 부모라도 당연히 '아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거다. 일본 여행에 관련된 이야기를 쓰려고 했는데 'NO 재팬' 불매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내가 갔다 왔던 여행기는 물론, 엄마들에게 소개하고 싶어서 사온 일본 작가 동화책, 일본 먹거리, 볼거리, 문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일절 꺼내기가 조심스러워졌다. 일각에서는 일제품뿐만 아니라 여행 일정을 취소했다는 글도 간간히 보이고, 어떤 가게에서는 팔지 않습니다 라는 문구도 심심찮게 보인다. 내가 이번에 이사를 오게 된 지역에는 아예 플랜카드를 만들어서 길거리 곳곳에 붙어 있을 정도다.
나 또한 캐나다에서 오래 살았던 만큼 거쳐간 사람이 많은데, 그중 일본 사람들도 꽤나 많은 편이다. 이들은 어렸을 때 캐나다에 이민을 와서 겉보기만 아시아일 뿐이고, 학생 시절에 와 있는 사람, 어학연수를 와 있는 사람, 대학에 다니는 사람들 여러 유형이 있다. 어느 나라나 좋은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듯이, '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지?' 싶은 사람도 있었고 '나랑 생각이 잘 맞네' 싶은 사람도 있었다. 내 개인적인 정치 입장을 드러내고는 싶지 않지만, 나 또한 일본 정치의 모든 면이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이게 불씨가 되어서 활활 타오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예전 어떤 항공사에서는 직원 여행을 일본으로 가도록 유도를 했다는 걸 보기도 했다. 댓글을 보니 이 시기에 거길 꼭 가야만 하냐 라는 의견이 많이 보였지만, 사실 갈 사람들은 시국이 어찌 됐든 간에 따지지 않고 나간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 일이 하나하나 열을 내기 보다는 나는 내가 하지 말아야 할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이때의 아이와의 여행은 즐겁기 짝이 없었다. 아이는 한국에서 체험하지 못한 것들을 즐겼고, 처음 맛보는 것들을 먹으면서 자기 나름대로의 기억을 쌓고 있었다. 우리가 일본을 자주 나갔던 이유는 비교적 만만한 거리와 편리성과 위생적인 부분, 그리고 함께 오지 못한 남편에게 사갈 수 있는 먹거리들 때문이었다. 5시간 이내의 나라 중에서 이 정도로 갖춰진 곳이 어디가 있을까? 특히나 아이와 함께 하다 보니 가장 신경 쓴 것이 아이와 함께 갈 수 있는 곳, 깨끗한 곳이 필수적이었다. 동남아는 말을 안 해도 이미 예상이 될 것이다. 물론 리조트에서 휴양을 하고 싶은 분들은 상관없지만 나는 가만히 한 장소에만 있는 걸 견디지 못하고 돌아다녀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들과는 후쿠오카와 오사카, 오키나와를 가장 많이 가는 듯한데, 본인은 오키나와를 가본 적이 없고 나머지 두 곳 중 아이와 가볼만한 곳으로 후쿠오카 or 교토 호빵맨 박물관, 후쿠오카 실바니안 가든, 마린월드, 오사카 키즈프라자, 오사카 철도박물관, 오사카 라면박물관 등을 꼽을 수가 있다. 이 리스트는 언젠가 일본에 가실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볼 곳들이 많다 보니 하루 일정을 빼곡히 잡고 돌아다녀야 할 정도였고, 어찌나 재미있게 놀던지 숙소에 도착하면 평소보다 일찍 코를 골며 잠드는 아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국과는 다른 문화, 다른 볼거리를 접하는 건 아이들에게 꽤나 흥미롭게 다가온다. 아직 자유롭게 단어와 문장을 구사할 수 있는 나이는 아니지만, 집에서 영어를 내뱉는 나 때문인지 아이도 간단한 인사나 단어들은 꽤 알고 있는 편이었다.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부터 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해보면서 익숙해져야 아이가 커서 해외에 나갈 때도 언어에 대한 두려움을 적게 느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가서 인사해볼까? 단하가 부탁해볼래? 등 아이에게 먼저 물어보고 하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오면 조금 느리더라도 기다려주면서 스스로 해보기를 권하는 편이다. 이때 아이의 느림을 답답하다 라고 느끼면 안 된다는 게 조금 힘들 뿐 익숙해지거나 그 성장과정을 지켜보면 자랑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먹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나 이번에 먹었던 파 국수는 아이가 가장 좋아했다. 면덕후이면서 따뜻한 국물까지 곁들여져서 나온다. 가게 주인과 직원의 배려도 좋았다. 시간을 확인하지 못하고 브레이크 타임에 가게에 들어섰는데 우리는 주문을 하고 난 뒤에야 그 사실을 깨달았고, 흔쾌히 괜찮다 아이가 배가 많이 고플 테니 얼른 준비하겠다는 대답을 들었고,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가게에 있는 장난감을 아이에게 건네주기도 했다.
엄마가 해주는 음식과는 또 다른 음식. 한국에도 있는 재료지만 어떻게 조리하느냐, 어떤 양념을 쓰느냐에 따라서 그 맛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나는 요리 쪽에 몸을 담고 있었다 보니 다른 나라 음식을 먹는 것에 엄청난 재미를 느낀다. 아이가 있기 전에는 남편과 여행을 할 때 일정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맛집 찾아다니기로 짰으니 말이다. 우리가 블로그를 검색하는 이유는 한국사람들이 가지 않는 식당을 찾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이 곳도 구글 맵을 켜고 길과 골목 하나하나 다 보면서 선택했던 곳이었다. 한국말 하나 없고, 영어도 어려워하시는 분들이었다. 맛도 맛이지만 배려심 때문에 더 맛있게 느껴진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후 나와 남편이 우려하던 일이 생겼다. 정치보다 더 우리 부부에게 문제가 된 건 바로 방사능. 그 지역만 안 가면 될 줄 알았던 것과 달리 먹어서 응원하자 라는 슬로건이 걸려 싼값에 여러 지역 식당으로 재료가 팔리고 그걸로 음식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그 나라는 원산지 표기가 어떻게 실행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나라만 봐도 국내에서 난 것들은 모두 국내산으로 표기가 되지 않는가? 물론, 특정 지역을 언급하고 싶으면 그래도 상관없지만 지역명을 써야 하는 게 법은 아니다. 일본도 그와 같으리라 생각한다. 우리가 모르면 그냥 먹는 거고 일일이 알아보기도 힘들거니와 충분히 잘못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정치에 대한 생각은 누구나 다를 수 있다. 내 생각이 모든 국민의 생각과 같은 것이 아니듯 일본 내에서도 그럴 것이다. 문제는 이런 사항을 어떻게 다루고 어떻게 변화시킬 건지에 대한 부분은 정부와 정치권이 제대로 좀 일을 해줬으면 싶다. 그건 타정부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현정부에게도 바라는일이다. 특히나 이런 먹거리로 장난치는 건 내 입장에서는 절대로 용납이 안 되는 부분. 내 아이와 가족이 엮여있다면 더 민감해지는 사항이니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안 가기로 했다. 여행하기 분명 매력적인 나라이긴 하나, 위험을 감수하면서 까지 가고 싶은 나라는 아니다. 아이는 점점 크면서 더 넓은 세상을 바라고 있고 갈 곳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타인의 시선 때문이 아닌 자의적인 판단으로 결정한 만큼 내 신념도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