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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연 Dec 03. 2019

내 아들은 날 무시한다

무언가에 집중 할 수 있는 권리

 4살까지 가정보육을 계획하려 했던 나와 남편은 아이가 밖에서 또래들과 누나, 형아들과 노는 모습을 보고 급하게 어린이집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때마침 비슷한 시기에 이사를 가야 하는 지인의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으로 상담을 가게 되고 분위기와 선생님들을 보고 보내기로 결정을 하였다.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힘들지 않다면 거짓이겠지만, 그렇다고 아이와의 시간이 귀중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남편 없이도 단둘이 뚜벅이로 국내 곳곳을 돌아다녔고 주위 사람들은 둘이서 어떻게 그렇게 다니는지 힘들지 않은지 물음이 끊이지 않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사람을 좋아하는 아이 었기에 어렸을 때부터 주변에 친구나 형누나들이 보이면 슬그머니 끼어들어서 뭘 하나 관찰하며 어울렸다.


 근데 이 녀석. 3살이 되고부터 뭔가 바뀌었다. 지금도 사람들을 좋아하긴 하지만 혼자서 집중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하루는 책을 읽기에 이때 밥을 얼른 차려야겠다 싶어서 준비를 하는데 웬일인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주방에서 고개를 빼서 쳐다보니 자석으로 된 도형 교구로 붙였다 뗐다 하며 놀고 있다. '단하야' 몇 번이나 불렀지만 고개 한 번 돌리는 일이 없다. 이러한 일이 여러 번 반복이 되니 처음에는 혹시 청력에 문제가 있는 건가 싶어 덜컥 겁이 났다. 앞에 앉혀 놓고 소리가 들리는 쪽 손을 들어보라고 하니 거침없이 번쩍번쩍 든다.


 



그렇다면, 뭔가를 회피하려고 못 들은 척하는 건가 싶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 아들이 날 무시하는 건가! 


 어린이집 학부모 상담을 갔는데 선생님이 처음 꺼내시는 말이 '단하가 혹시 집에서도 그런가요?'였다. 덜컥, 뭔가 문제가 있나 싶어 겁이 났다. 요지는 책을 읽거나 놀이를 하거나 뭔가 집중을 하고 있을 때 선생님이 아무리 크게 불러도 쳐다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옆에 친구들이 단하야 라고 불러도 얼굴 한번 쳐다보지 않는다는 것. 선생님이 직접 앞에 가서 말을 해야 그제야 잠깐 쳐다봐주고 다시 하던걸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들은 뒤, 아이를 더 유심히 살펴보았다. 혹시 나도 모르게 어떤 행동들이 아이를 이렇게 만든 건가. 내가 밥을 한다고 설거지를 한다고 내 일이 우선시되어서 잠깐만이라고 아이를 기다리게 만든 시간들이 쌓여서 그런 건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죠. 한 가지 확실했던 건 일부러 못 들은 척을 해서 얻는 이득이 있는 걸 알기 때문에 나오는 행동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유인 즉, 딸기는 어떤 것과도 비교가 안 되는 부동의 1순위인데, 책을 읽고 있을 때 '딸기 먹자'라는 이야기도 못 들을 정도니까 말이다.


 교육 쪽에 몸을 담고 있는 지인에게 '날 무시하는 게 아니라고 제발 말해줘'라고 했더니, 오래간만에 진지한 모습이 재밌다는 듯이 웃더니, 일부러가 아닌 자기 일에 몰두하면서 무의식적으로 타인에 대한 시야나 관심이 적어지며 오롯이 자신과 자신이 하는 일에 몰두하기도 한다며 아마 그런 이유로 비롯된 행동일 것이라고 하는 말에 긴장이 화악 풀리는 느낌이었다. 


 어떤 교육전문가가 말한 걸 들은 적이 있다. 아이가 부모의 말을 무시하는 걸 잡아주려면 하던 일을 중단시키라고 한다. 그런데 그 말은 내 아이에게는 정답이 아닌 듯하다. 내가 경험해 본 결과, 


아이가 하고 싶은 걸 멈추지 않고 싶어서 날 무시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 거기에 빠져서 완전 집중을 해서 들리지 않는 건지 


제대로 파악을 해야 자신의 아이에게는 어떤 육아가 답인지 나오는 것 같다. 전문가들의 말이나 해결방안에 나 또한 도움을 받을 때가 있지만 결국, 내 아이는 내가 제일 잘 안다라는 말이 틀린말이 아닌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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