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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연 Jul 23. 2020

영어를 배우고 싶다는 아이

언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알아두면 좋은 점

 나는 캐나다에서 짧지도 길지도 않았는 시간을 보냈다. 그 당시에 영어실력이 비약적으로 늘은 이유를 꼽자면(물론 한국으로 귀국하면서 잊어버린 것들이 더 많다), 홈스테이 집주인의 5살 난 딸과 하루 3시간 놀기와 영어동화책 읽기, 청소년 시트콤 보기가 있다. 누가 봐도 유치한 영어동화책은 기본적인 영어문장의 구성을 배울 수 있고 그 나라에서 쓰이는 관용어를 배울 수 있었다. 관용어의 중요성은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직역의 폐해를 통해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코웃음 치는 영어부터 시작한 것이 내게는 발판이 되었고, 그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 내 아이에게 읽어주고 싶은 영어동화책은 다른 사람에게 추천받지 않아도 리스트화를 시킬 수 있었으며, 책 앞 페이지만 보아도 어림짐작으로 이건 이 연령에 괜찮겠네?라는 생각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곤 한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의 이중언어를 어렸을 때부터 시작하려 한다. 이유는 각기마다 다르지만, 나 또한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국어가 더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어 영어 노출을 일부러 하지 않았다. 단지, 해외로 여행을 가면 그 나라의 인사말이나 아이가 궁금해하는 단어들을 알려주는 것 그뿐이었다. 그런데 이후 사놓았던 국기 카드에서 여러 나라가 있고 그 나라마다 언어가 다르다는 걸 아이가 인지한 후로 다른 언어에 부쩍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나 영어 같은 언어들은 음률과 악센트가 있기 때문에 아이에게 흥미롭게 다가왔을 수도 있다. 


 내 아이는 원래부터 언어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다. 또래의 아이들에 비해 단어량이나 문장 구성도 빠른 편이었고 그래서 그런지 자기보다 어린 아이랑 노는 거에는 관심이 1도 없었다. 말을 못 해서 재미가 없다고 본인 입으로 이야기를 하는 걸 보고 기가 찼다. 너도 어려... 가만 생각해보면, 가장 큰 이유는 2가지 인 것 같다.


1. 하루 종일 혼잣말하는 엄마

2. 어려운 단어를 쉬운 단어로 풀어서 알려주지 않기


 나는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말을 많이 했다. 그렇다고 혼자 있을 때 혼잣말이 많은 사람은 아니다. 말은 하지 못해도 누군가 내 말을 들어줄 수 있다는 상황이 날 그렇게 만들었던 것 같다. 교육과 관련된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너는 집에서 말을 많이 하나 봐?'라는 질문을 듣곤 했는데, 이게 아이의 언어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언어를 배울 때 많이 들어라'라고 한다. 귀가 먼저 트여야 다른 것들이 순차적으로 트인다고 한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아이에게 언어를 가르치고 있었던 거이다.


 우리 집은 어려운 단어를 쉬운 단어로 바꿔서 알려주지 않는다. 물론, 그렇게 하는 게 아이의 질문을 쉽고 빠르게 끝낼 수 있는 법이긴 하다. [난처하다]라는 단어를 어떻게 아이에게 알려줄 수 있을까? 난처한의 가장 쉬운 동의어는 '어렵다'이다. 우리 집은 '어렵다와 같은 말이야'라고 알려주지 않는다. 난처하다 라는 단어를 어느 상황에 쓸 수 있는지 아이가 겪었던 상황에 대입해서 알려준다. 가장 쉬운 상황으로는, '단하가 좋아하는 자동차를 친구가 빌려달라고 하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한다. 최대한 아이가 고민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서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방법을 쓴다. 그 후에 '단하가 선택하기 어려운걸 어떻게야 할지 고민하는 게 난처한 거야'라고 답을 준다. 그러면 또 '고민이 뭐야?'라는 질문이 나온다. 그럼 또 그에 맞는 상황과 설명을 만들어서 이야기해본다. 


 상황을 만들어내고 아이가 생각할 수 있는 또 다른 질문을 만들어내고, 첫 번째 설명에서 이해를 못하면 다른 예시를 들어줘야 하는 수고를 왜 하고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한 사람을 볼 때 사용하는 어휘들에 집중을 하는 버릇이 있다. 아는 체 하기 위해서 어려운 단어를 골라 쓰는 사람은 티가 난다. 하지만 진짜 사람을 빨아들이는 흡입력을 가진 사람들은 말 중간중간 좋은 언어가 많이 들어가 있다. 나는 아이가 그런 사람으로 자라나길 원하고, 그러기 위해선 다양한 어휘를 정확한 뜻을 알고 사용해야 하고, 그 발판을 마련해주고 싶을 뿐이다.

내가 추천하고 싶은 책들 중 몇가지

 외국어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아이가 모국어를 배울 때 우리가 다른 나라 말로 번역을 해주지는 않는다. 번역해서 알려주는 것보다는 그림을 그려 이미지화를 해서 알려주거나 몸으로 그 문장을 흉내 내서 알려주는 편이다. 물론 이것 또한 품이 드는 일이지만 우리 교과/수능 때 배웠던 영어를 보면 번역해서 머리에 암기하는 게 답은 아니라는 걸 다들 느끼셨을 것이다. 물론, 그 시험에서는 우수한 성적을 얻을 수 있으나 현지인과 말을 하게 되면 어버버 거리듯 말이다. 본인이 실제 캐나다에 처음 갔을 때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언어는 사람과 소통하는데 아주 기본적인 수단이다. 영어가 세계 공용어인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영어는 필수 조건이 되었고, 나이를 먹은 후에 아이가 언어에 부담을 느끼지 않았으면 해서 어렸을 때부터 제2외국어를 가르치는 집들이 많다. 모국어도 못하는데 제2외국어를 알려주는 건 과하지~ 가 아닌, 어떻게 하면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서도 질리지 않게 재미있게, 자연스럽게 가르칠까를 엄마 스스로 연구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실제로 아이의 흥미가 전제되지 않은 언어 공부는 효과가 떨어질 뿐이다). 내 아이는 내가 제일 잘 알듯, 밖에서 말하는 이야기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좋되 내 아이의 성향과 습득 방법을 생각해보고 나만의 언어교육법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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