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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연 Feb 10. 2020

질문의 중요성, 육아는 P-NP

육아는 난제와 같다

 P-NP는 수학 7대 난제 중 하나다. 수포자였던 나는 이게 무슨 뜻인지 언제 풀릴지 그 끝에 어떤 정답이 있는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단, 하나 확실한 건 우리 아이들을 키우는 것 또한 난제와 같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난제를 풀기 위해선 끊임없이 질문을 해야한다. 우리 아이가 잘 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부모 나름대로 공부한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하고 아이가 다양한 경험해 보도록 밑바탕을 깔아주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실천하고 있는 방향에 대한 확신이 있는 부모가 몇프로나 될까? 여러분은? 


 우리집 아들은 4살(공교롭게도 딱 오늘이 36개월이 시작 되는 날입니다). 어제 잠을 자기 전 아이와 생일에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이야기 해보았다. 아이의 대답을 듣고 저와 남편은 빵 터져 웃을 수 밖에 없었고 함께 해보고 싶은 걸 리스트화 해서 종이에 적어나갔다. 



1. 짜장면 먹기

2. 모찌 밥 혼자 주기

3. 자동차 놀이 하기 (테이프로 주차장 만들기)

4. 어린이집 가지 않기 (우한폐렴 때문에 휴원이어서 이 부분은 문제될게 없었다)

5. 엄마랑 책 읽기 (본인 선택 5개, 엄마 선택 5개 - 아직 단위성 의존명사에 대한건 익숙치 않은편이다)

6. 엄마 카메라로 사진 찍고 보기

7. 노래듣기(speechless, this is me, into the unkown,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

8. 치카치카 2번 하기 (아침 양치는 하기 싫다고 했음)

9. 물감놀이 하기, 하지만 목욕은 하기 싫음

10. 장난감 박스 교체하기 (저희는 장난감을 3박스로 나눠서 번갈아가면서 주고 있어요



 고심 끝에 10가지 꽉꽉 채웠다. 여러분들은 저 리스트를 보시고 어떤 생각이 듭니까? 나와 남편은 스스로 자신의 하루를 계획할 수 있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고 자주적인 아이가 되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걸 더 세부적으로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결코 쉬운 부분이 아니다. 저는 이런 단계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 아이와 굉장히 많은 대화를 하고 끊임없이 질문을 한다. 


목욕 하지 않고 물감놀이 성공!


 나 또한 아이의 교육을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해봤고,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왜? 어떻게? 라는 물음은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학자들에게 꼭 필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그게 부모가 아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고, 갈등을 해결하고, 훈육할 때 가장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왜?' 라는 단어는 질문에 질문이 꼬리를 물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아이를 궁금하게 만들고 생각하게 만들테니 말이다. 


 우리집을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우리는 아이와 많은 놀이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놀이육아를 처음 시작 할 때 쯤, 저는 거대한 자신감에 가득차 있었다. 아이가 잠이 들고 부지런히 내일 놀 것을 준비하고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짜잔! 하고 보여주고 즐겁게 놀 생각이었지만, 제 기대는 무참히 깨졌다. 놀이를 하는 내내 '이렇게 해보자' 라는 내 말에 아이는 이걸 왜 해야되는지 알지도 못했고, 자신의 손을 자꾸 터치하는 엄마 때문에 흥미를 잃었다는 말이 적당할 듯 하다.


 '꽃을 색칠해 볼까?'라는 제 말에 '왜? 나는 이게 좋아' 라는 말 들었을 때, '어?' 라는 말과 함께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그림 자체도 아이에게 의미가 될 수 있는 것이고, 오려볼수도 있고, 뭔가를 붙여볼수도 있고, 크레용으로 꽃의 형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마구 칠해 없애볼 수도 있고, 찢어볼수도 있고, 가운데 수술만 톡 잘라내서 손가락을 집어 넣고 역할놀이를 할 수 있고, 꽃안에 다른걸 그려넣어 볼수도 있는 등 해볼 수 있는게 무궁무진한데 말이다.


 아이의 왜? 라는 물음은 날 당황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 저 또한 크게 변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주었다. 많은 프로그램에서도 아이에게 질문을 던지라는 말에만 집중을 하지, 아이의 질문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부분은 크게 언급하지 않는 것 같다. 나는 아이의 질문에 부모가 어떤식으로 반응하는지에 따라 아이의 그릇이 또 달라진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공부머리만 가지고 살아남을 수 없다. 자기 인생을 스스로 계획하는 아이, 다른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헤아리는 공감능력과 그 외 인성 등 다양한 부분이 요구되는데,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설계하는게 어떻게 보면 우리 아이에게는 너무 먼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어렸을 때부터 밑거름을 탄탄하게 깔아놓는것이 지금 내가 해야될 일 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육아를 하면서 더 많은 공부를 한다고 말한다. 교육서를 읽는 것도 분명 중요하나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내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느냐가 아닌가 싶다. P-NP. 아이에게 질문을 던져라. 아이가 질문을 던지도록 유도해라. 질문을 하고 질문을 받는 아이는 끊임없이 생각하고 변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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