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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연 Feb 18. 2020

나 말고, 너는 뭐하고 싶니?

선택에 따른 책임 배우기

 여러분들은 아이에게 어떤 선택권을 주시나요? 계절과 다른 옷을 아이가 입으려 할 때, 아이가 원하는 걸 사주고 싶지 않을 때, 영상매체를 보고 싶다는 아이와의 실랑이를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선택권을 줄 때도 몇 가지의 조건을 따져보아야 합니다.


1. 부모만 충족시킬 수 있는 선택권이 아니어야 한다.

2. 처벌, 부정적 언어는 최대한 배제하여야 한다.

3. 안전, 위생, 공공예절에는 예외가 없어야 한다.


 하지만, 여기 또 다른 선택권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가족여행 코스를 어떻게 짭니까? 저희 집은 패키지여행은 좋아하지 않는 편이어서 항상 자유여행을 다니는데, 코스를 짜는 게 만만치가 않답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맛집을 찾아다녔는데, 출산 후 아이 위주로 여행을 다니게 되면서,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아이 위주의 코스를 짜고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게 정말 아이가 원하는 여행인가? 아이가 좋아한다고 내가 착각한 게 아닐까? 그래서 다음 여행에는 진짜 아이에게 선택권을 줘보자고 결정했습니다.        


 이러한 선택권은 위에 말했던 사항들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루어지지만, 조금 다르다면 아이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아쉬운 부분(재미나 흥미)까지 감당해야 합니다. 선택권을 줄 시 이 부분을 아이에게 꼭 인지시켜주는 것이 좋습니다.


 오사카 여행 전 저희가 아이와 함께 한 활동입니다. 더 어릴 적 한차례 다녀온 적이 있어 그때 다녀왔던 곳의 사진들과 인터넷에 있는 사진을 출력한 것인데, 그 도시 또는 나라에서 가볼만한 곳을 여러 개를 뽑아줍니다. 아이가 좋아할 것 같은 곳, 엄마 아빠가 가보고 싶은 곳 어느 선택지나 상관없습니다.


 장소를 선택할 때도 자신들의 환경을 고려해야겠죠? 예를 들어, 저는 이때 남편 없이 아이랑 둘이서 여행을 다녀왔을 때 이기 때문에, 리스트를 뽑을 때 둘이 다녀도 괜찮을만한 곳이라는 제한을 두고 골랐습니다. 여기에서 부모의 개입이 어느 정도 들어가긴 하지만, 아직 서칭을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기에 여기까지의 작업은 제가 해두는 편입니다. 초등학교 이상인 아이들은 본인이 1부터 10까지 본인이 구체화시켜도 재미있을 듯합니다.

      

 그리고, 그 장소가 어떤 장소인지 이해를 넓히기 위해서 색연필로 그린 그림을 준비합니다. 3~4개 정도 그곳에서 볼 수 있는 것, 경험할 수 있는 것, 먹을 수 있는 것 등 아이가 관심 가질만한 걸 그려주시면 더 좋습니다.



 그리고 조각을 자른 다음에 아이랑 여행 관련 대화 시작! 사진을 보고 여기는 어디일 것 같아?라는 물음을 시작으로, 사진을 보고 관찰해보고 상상해보며 어떤 일이 나올지를 이야기해봅니다. 후에 준비한 조각들을 보여주고 풀을 칠해 각 장소와 매칭해보았습니다. 개월 수가 더 큰 아이라면, 이전에 이와 비슷한 곳을 가보았던 이야기를 하며 스토리텔링을 해주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간략하게 각 사진을 설명해주고, 어느 곳을 가고 싶은지 아이에게 결정을 맡깁니다.          

     

 저희는 총 5군데를 아이가 선택을 했습니다. 탈것을 좋아하는 아이라 기차박물관은 필수였고, 서점은 여행을 가면 항상 가는 곳이기에 습관적으로 선택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키즈프라자는 이전에도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에 뽑았고, 나라 사슴공원은 직접 만져보고 먹이를 줘볼 수 있어서 꼭 가고 싶다고 말합니다. 결국 제가 원했던 도톤보리와 유니버셜스튜디오는 패스하게 되었습니다.


 아쉽지만 아이랑 여행은 어른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많은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것에 저는 우선순위를 놓고 있는 상황이고, 아이가 자신이 선택한 만큼 여행을 즐기는 느낌이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여행 중에 아이에게 재미있냐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사슴을 만난 게 제일 재미있었다면 키즈프라자는 재미없었다고 하더군요(이전 여행에서는 굉장히 좋아했는데 말이죠).


아무리 어리더라도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결정에 불만족함을 느끼는 것도 좋은 교육방식이라고 생각하고요. 그 과정을 통해서 아이가 뭔가를 결정하는데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교육과 질서, 정리 등과 관련된 선택권이 '이거 아니면 저거'로 나뉘지만, 제가 선택권은 이와는 다른 선택권에 관한 것입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해 보고, 어떤 걸 경험하면서 내가 재미있을지 없을지 생각해보게 하고, 그에 따른 결과를 받아들이게 만들어 차후 다시 경험하게 될 때 좀 더 심사숙고할 수 있는 바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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