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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연 Mar 10. 2016

여행을 차리다

여행과 음식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대학교에 들어갔다. 원해서 들어간 학과는 막상 다니고 보니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그렇도 그럴 것이 한자리에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 연구실에서 자리에 앉아 있는 일을 꿈꾸고 있었으니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음식에 대한 열정이 낮아진 건 아니었다. 단지, 영양사라는 타이틀을 달기보다는 본인이 하고 싶은 요리를 하는 사람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싶었을 뿐이다.


캐나다로 떠나기로 결심했다.


 캐나다에 가기까지가 순탄했던 건 아니다. 2009년 캐나다 환율은 도둑과도 같았고, 딸을 혼자 외지에 보내기가 걱정된 부모님은 반대하셨고, 집안이 부유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친척들의 우려가 하루를 멀다 하고 내 귀에 들어왔다. 캐나다에 나가건 한국에 있건 대학교를 때려치우겠다는 말을 했고, 그 이후에는 이상하리만큼 캐나다로 가기 전까지의 과정이 술술 풀렸다. 한 번도 이런 식으로 나온 적 없던 딸의 한마디가 부모님에게는 크게 다가와서 평생 후회하고 원망하기보다는 너 원하는 대로 해봐.라는 생각이셨을지도 모른다.


저는 요리를 하렵니다.



 Humber College는 내가 졸업을 한 대학이다. 처음에 요리를 시작했을 때는 아주 단순했다. 그냥 재미있고 먹는 게 좋았으니까. 그게 전부야?라고 말하겠지만. 재미와 관심이 없다면 어떤 일이든 시작하기 힘든 게 아닌가? 그 두 가지 만으로도 나는 캐나다에 와있었다. 물론, 지금은 내가 굉장한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것도 아니고 유명한 사람도 아니다. 누군가는 유명세를 자신의 실력으로 알겠지만, 내가 만든 요리를 누군가에게 선보이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에 나는 굉장한 만족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여행은 다른 여행을 꿈꾸게 한다.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것들을 캐나다에서 봤듯, 캐나다에서 보지 못한 것들을 여행을 통해서 볼 수 있다. 나의 여행 일정의 90%는 식당을 다니는 것이다. 다시 말해 관광지를 구경하기 위해서가 아닌 먹기 위해서 여행을 간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계획을 하고 떠나는 일도 있지만, 계획 없이 어느 날 아침 문득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1달러로 캐나다에서 뉴욕으로 여행 갈 수 있는 버스도 있어서 더 자주 오갔던 것 같다. 그 전에는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 않았는데, 캐나다에 와서 많은 음식들을 접하면서 다른 나라의 음식은 어떨까 라는 생각 때문에 더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경험하고 싶었다.



글을 쓰다.


 요즘은 각종 영상과 사진들이 무궁무진하다. 그런 틈에서 나는 또 다른 시작을, 단순한 여행후기가 아닌 여행과 음식 이야기를, 그리고 그곳에서 맛보는 똑같은 식사는 아니지만, 집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길 수 있는 음식을 사진과 글로 이야기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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