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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연 Dec 24. 2016

이렇게 나는 떠나네, 더 넓은 세상으로

가족이라는 이름, 육아육묘의 출발점

제목: 김동률 - 출발



 한국에서 살다 이민을 위해 떠난 캐나다에서 나름대로 짧지 않았던 5년간의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귀국한 나는 정말 친한 친구들을 제외하곤 연락이 끊긴 상태였고, 나와 고양이 한 마리는 작은 원룸에서 함께 의지하면서 아무도 없는 서울 생활을 시작했다.


 캐나다에서와 비슷한 시간 동안 일을 하는데도 매일이 집과 일이 반복되는 수준이었고 점점 무기력함과 지루함을 느껴 귀국한 지 한 달도 안돼서 한국에 돌아온 것에 회의감을 느끼던 중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알게 되면 생활이 조금을 달라지지 않을까 싶어 반려묘를 키우는 모임을 열게 되었다.


  어떤 사람은 결혼을 한다는 이유로, 어떤 사람은 아이가 생겼다는 이유로 반려동물을 버리곤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참 안타까웠다. 자신이 결혼을 하리라는 생각을 정말 안 했었을까? 아이를 가지게 될 거라는 걸 몰랐을까? 평생 반려인에게 의지하던 아이들이 버려지는 이야기에 싫증이 나있는 나는 내 남편 될 사람은 결혼 후에 어떤 일이 생겨도 고양이를 사랑해 주고 평생 함께 품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그리고 기대하지 않았던 고양이 모임에서 만난 나와 남편은 꽤나 비슷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다.      






 뭔가 느낌이 싸한 날이었다. 예정되어 있던 날짜는 지나도 소식이 없었고 ‘혹시?’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하루 종일 헤집고 다녀 어떤 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날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테스트기 2개를 사서 집에 왔다. 결과를 확인한 후 더 정확한 결과를 알기 위해 한 피검사에서 임신 초기 결과를 받았다. 6월 22일. 나와 남편, 그리고 모찌는 새로운 가족을 만날 준비를 해야 했다.


 마냥 축하를 받아야 하는 존재이지만 캐나다에서 오랜 기간 지내다 한국에 들어와 자리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나와 공군 장교로 일을 하다 제대를 해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있는 남편에게는 마냥 행복할 수만은 없었다. 행복과 걱정. 미안함과 기대감이 공존하는 복잡한 날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가야 할 길은 정해져 있는 걸.


 걱정과는 다르게 매일매일이 기대감에 찼다. 뱃속에서 건강하게 아무 탈 없이 잘 자라라는 뜻에서 태명을 도담이로 지었다. 병원에서 받아온 초음파 사진을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포스팅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육아에 관련된 정보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임신을 한 주변 사람들이 아이들의 사진들과 동영상을 보여줄 땐 사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도 많았다. 근데 정작 내가 그 상황이 되니 그들의 마음을 백번 아니 천 번 이해가 갔다. 많이 친하지 않은 사람들한테도 ‘나 임신했어요!’라고 자랑을 하고 싶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거기다가 모찌와 도담이가 함께 할 육아육묘 생활도 기대가 되었다. 쉬운 길이 아닐지도 모른다. 반려동물과 아이를 키운다는 것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시는 몇몇 어른들이 계신다. 고양이는 질투가 많은 동물이어서 아이를 해코지할 수 있다. 털이 코나 기도에 들어가서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면 어쩔 것이냐. 아이가 아토피가 생기면 동물 때문에 더 심해진다. 등 별의별 이야기를 다 듣곤 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추후에 다루겠지만, 이런 이유 때문이라면 더더욱 모찌와 함께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어렵고 힘든 일이라 말하지만, 어찌 보면 이미 뱃속에 있는 도담이와 모찌의 육아육묘 생활은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둘에서 셋, 셋에서 넷.
2017년 2월, 가족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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