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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연 Dec 28. 2016

그대여 아무걱정 하지 말아요

임산부는 고양이를 조심해야 한다? 톡소플라스마

제목: 이적 - 걱정말아요 그대



 우리 집에는 6살이 지난 고양이 한 녀석(모찌)이 살고 있다. 애시당초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을 할 생각이 없었는데, 모찌가 오작교로써 한몫 톡톡히 해낸 고양이 모임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결혼은 당사자 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결혼 1년이 되기 전에 임신을 하게 되었고, 우리 집 또한 다른 집들과 다르지 않게 임신 전에는 문제랄 것도 없던 반려동물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내 부모님께는 '이건 논외의 문제다!'라고 못을 박았지만, 시댁은 참 뭐라고 말하기 힘든 관계가 아닌가? 아이도 소중하지만, 지금까지 날 믿고 의지해 온 녀석을 다른 집에 주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았다. 어른들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이나 편견은 꽤나 단단히 심어져 있어 실제적으로 나와 있는 논문에 기초하여 주장을 하더라도 생각이 잘 바뀌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하루는 어디서 듣고 오신 건지, '임산부는 고양이를 조심해야 한다.'라는 말과 함께 출산 후에 고양이와 아이를 함께 키우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 이것저것 말을 하신다. 아이를 할퀴고 깨무는 고양이, 털 문제, 여러 세균 문제. 지금은 출산을 하지 않았다 보니 제일 화두에 올랐던 내용은 톡소플라스마였다. 임신 중 톡소플라스마로 인해서 기형이 유발되거나 유산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어른들의 말이 틀렸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 없었다. 그때부터 톡소플라스마에 대한 정보를 여기저기서 얻어 보던 중, 윤홍준 수의사님의 강의를 듣게 되었다. 이 강의를 들으면서 나와 같은 이야기를 듣거나 같은 고민을 하는 임산부들이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먼저, 톡소플라스마는 세포 내에 기생하는 원추형의 기생충으로 특이하게 태반 통과가 가능한 기생충이다. 고양이와 동물이 이 기생충의 중간 숙주 역할을 하기 때문에 톡소플라스마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오해를 받곤 하는데, 결론을 말하자면 톡소플라스마가 태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건 맞는 이야기지만, 고양이에 의해서 유발되는 그 확률은 희박하다!라는 것이다. 국내에서 톡소플라스마에 의해 태아가 영향을 받았다는 보고는 단 2건에 지나지 않는다. '2건이지만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해 톡소플라스마에 걸려 기형이 발병되고 유산이 되는 과정을 설명하자면,


1. 톡소플라스마에 감염되기 위한 조건으로는 집에 톡소플라스마에 한 번도 노출 된 적이 없는 고양이와 한 번도 톡소플라스마에 노출된 적이 없는 임신 초기의 임산부가 있어야 한다.

2. 고양이가 2주 이내에 밖에 나가서 톡소플라스마에 걸려서 들어와야 한다.

3. 고양이가 변을 본 후에, 이 변이 병원성이 강해지기 위해서 24시간 방치되어야 한다.

4. 임산부가 맨 손으로 변을 만지고, 손을 씻지 않고 입으로 손을 가져가 충란을 섭취해야 한다.


이럴 경우 약 15%의 확률로 태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어떠한가? 톡소플라스마에 걸리는 과정을 읽고도 고양이로 인해서 태아가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꺼라 생각하는가? 특히나, 맨손으로 변을 만지고 손을 씻지 않고 입으로 가져간다? 이건 정말 마른하늘에 벼락을 맞을 확률과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과 달리 해외에서는 톡소플라스마의 피해사례가 간간히 보이는데, 역학조사를 해보면 고양이를 키우는가의 유무가 아닌 오염된 흙을 통해, 충분히 씻지 않은 야채를 통해 혹은 날고기와 날생선을 통해 감염이 되는 경우가 훨씬 높은 확률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톡소플라스마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고양이를 버리는 게 아니라 생식을 피하고 위생에 더 신경을 쓰는 방법을 택하는 게 맞는 답이다. 혹시라도 불안하다면, 고양이의 외출을 철저히 통제하고 화장실은 임신기간 중에 남편에게 부탁해 매일 깨끗이 관리하는 방법도 고려해 보았으면 한다. 





카페나 블로그에 글들을 보면 참 안타까운 사연들이 많다. 배우자와 상대측 부모님의 반대로 버려지는 아이들, 한고비 넘었다 싶으니 임신을 하게 되어 고양이와 아이를 함께 키우기 힘들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아이들. 그들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하지만 어떤 이유 던지 그 아이들은 상처를 받게 된다. 나는 단지 그런 이유로 상처를 받는 아이들이 좀 더 줄어들었으면 좋겠고, 사람들이 결혼&임신과 반려동물 중에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사회에서 얼른 벗어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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