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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연 Jan 04. 2017

sorry sorry sorry sorry

아이가 태어나기 전 고양이 분리시키기

제목: 슈퍼주니어 - sorry, sorry



 임신을 하기 전에는 작은 집에서 둘이 사는 것에 문제가 없었지만, 아이가 생기니 잠깐 동안은 모찌와 분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 끝에 출산 3개월을 앞두고 방이 2개 있는 작은집으로 이사를 했다. 기존에 다니던 산부인과에 출산 할때까지 다니는 것을 원했기 때문에 본래 살던 곳 주변을 알아보았고, 운 좋게도 걸어서 4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덕분에 모찌는 이사 시에 고양이들이 불안해하는 이동에 대한 두려움과 배가 한참 불러있어 이사를 도와줄 수 없어 쉴 수밖에 없는 나를 독차지하며 나름 쉽게 적응을 하는 듯 보였다.     


 이사 후에 작은 집에는 꼭 필요한 가구들로만 채워 넣기로 했다. 안방에는 부부 침대와 도담이 침대, 아이의 기저귀나 물품 등을 보관할 수 있는 3단 카트를. 작은방에는 작업을 할 수 있는 컴퓨터와 행거와 서랍장을. 그중에서도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거실이었다. 티비보다는 책을 선호하는 우리 부부는 아이도 책과 더 가까운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티비를 전혀 설치하지 않고, 한쪽 벽면은 책장으로 반대쪽에는 소파를, 중앙에는 테이블을 배치해서 심플하게 가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모찌 물건이 들어가다 보니 많지 않은 가구들로 채웠음에도 불구하고 거실이 가득 차 버렸는데, 도담이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이 상태를 유지하고 그 이후에는 집 구조를 조금 바꿔보자고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다른 데서 발생했다.      

     


 


 강아지의 분리불안에 대해서는 꽤 들어봤지만 독립적인 동물로 알려진 고양이가 분리불안이 있다는 사실에 꽤나 놀라신 분들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모든 고양이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특히나 사람을 잘 따르는 아이들에게는 분리불안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고양이에게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은 혼자 있을 때 밥을 먹지 않거나, 화장실을 가지 않거나, 사람이 외출 후 돌아왔을 때 격하게 반가워하는 것들이라고 한다. 살펴본 결과 모찌는 어느 것 하나에도 해당이 되진 않았으나, 그렇다고 외로움을 안타는 건 아니라는 것!


 이런 분리불안 증상이 있는 고양이들에게는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는 장난감을 집안 곳곳에 놓아 두어 호기심을 유발시켜 주는 것이 좋다. 또한, 혼자서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게 좋은데, 내가 생각하기에는 높은 곳에서 밖을 구경할 수 있는 캣타워나 텐트처럼 어두운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게 좋은 듯하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 다르듯, 고양이들도 모두 성격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자신의 아이가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편안해하는지 잘 살펴보았다가 그에 맞는 처방을 하는 게 좋을 듯하다. 



안방에 몰래 들어와 옆에서 잠을 자고 있는 모찌



  모찌와 우리 부부도 본격적으로 분리 공간을 만들기 시작했고, 모찌의 안방 출입에 금지령이 떨어졌다. 주변 이야기를 들으니, 처음 분리가 되면 아이들이 심하게 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동안은 모찌의 반경 안에서 항상 눈에 보였지만, 이제 그렇지 않으니 우리 집도 적응하는데 시간이 꽤 걸리겠구나 싶었다. 그날 밤,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그다음 날 밤도, 다다음날도 새벽만 되면 안방 문 앞에서 시위라도 하듯 우렁차게 울어댔다. 남편은 보챌 때 문을 열어주면 계속 지속될 거라고 하지만, 마음이 아픈 걸 어떡하겠는가. 새벽에 나가서 달래주고 잠을 자는 것을 보고 들어오면 엄마가 없어진 걸 기가 막히게 알고 다시 나오라고 소리를 치는 것도 몇 날 며칠이고, 남편이 모찌를 달래기 위해서 거실에서 잠을 자기도 수십 번을 반복했다. 가끔 낮잠을 자고 일어나 보면 옆에서 잠을 자고 있는 모찌가 발견된다. 필시, 문이 제대로 안 닫혀있을 때 몸으로 밀고 들어왔음이 분명하다. 분리도 중요하지만 너무 스트레스를 받진 않을까 걱정되어 대게 이럴 때는 충분히 잠을 자고 일어날 때까지 놔두는 편이다. 


 한 달이 조금 지난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이 된 건지 새벽에 우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아직도 환기를 시킬 때 안방 문이 열리면 궁금해서 문 앞에서 어슬렁 거리며 한발 한발 내딛으려 하다 남편에게 걸려 줄행랑치지만 말이다. 아마 도담이가 태어나면 궁금해서 문을 열어달라고 문 앞에서 시위를 할지도 모르겠다. 안쓰러운 내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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