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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연 Jan 13. 2017

uh uh uh Uh! 으쌰으쌰

고양이가 육아환경에 익숙해 지는 방법

제목: 신화 - 으쌰으쌰



 출산을 하고 산후조리원에 머무는 분들이 많지만, 친정엄마가 올라와주기로 해서 나와 남편은 굳이 산후조리원에 많은 돈을 쓰지 않기로 결정을 했다. 보건소에서 '서울 아기 건강 첫걸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신청을 했기 때문에 산후조리원의 필요성을 더욱 못 느꼈을지도 모른다. 이 사업은 임산부와 영유아를 대상으로 무료로 시행되고 있는데, 간호사분이 가정방문을 해서 산모와 아이의 건강을 살피고 모유수유, 아이 재우기, 달래기 등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인데, 30년 전에 아이를 키우던 엄마의 노하우도 필요하지만, 그때와 다른 현재의 전문가들이 말하는 이야기도 분명히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거절할 이유 없이 바로 신청서를 쓰고 나왔다. 덕분에 나와 모찌가 떨어져 있는 시간도 줄어들고 아이와 모찌가 만나는 순간도 더 빨리 앞당겨졌다.






 하지만, 곧 육아 육묘를 시작하겠구나~ 신난다!라고 치부하기에는 생각해 볼 것들이 꽤 있었다. 이제 33주를 넘어가고 있는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육아 육묘를 하는데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알아본다. 아이가 태어나고 집에 왔을 때 아이도 그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힘들겠지만, 모찌 또한 한순간 바뀐 집안 환경에 적응하는데 꽤나 고생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이 좋아하던 물건들의 위치가 변하고, 낯선 물건들이 집안에 쌓이고, 우리 부부와 모찌의 냄새로 가득했던 집안의 냄새가 아이 냄새로 가득 차고, 아이를 달래기 위한 하이톤의 장난감 소리들도 들릴 것이고, 혼자서 독차지하던 사랑마저 나눠 가져야 할 판이니 갑작스럽게 바뀐 환경에 어리둥절을 넘어서 스트레스를 잔뜩 받게 될지도 모른다.



이사 후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모습



 다행히 모찌는 아기 물건에 관심을 많이 보이는 편이다. 물건을 꺼내놓으면 와서 냄새를 맡아보고 손으로 톡톡 쳐보고, 자신의 장난감 다루듯이 입으로 물어 가져가려고 시도하거나 부둥켜안고 뒷발 팡팡을 할 정도이다. 미리 사놓은 장난감은 없지만, 친구에게 받은 뾱뾱 소리가 나는 장난감이 있어서 모찌에게 시도를 해보았다. 처음에는 경계를 하면서 움찔 거리더니 이내 앞으로 슬금슬금 다가오더니 관심을 가진다. 많이 예민하지 않구나 싶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오히려, 나중에 아이가 태어나면 둘이 물건 하나를 놓고 싸우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관심 있어 하는데, 참 웃픈 현실이다.


 전에 쓰던 샴푸는 씻고만 나오면 어깨를 등반해 머리카락을 물을 정도로 좋아했는데, 이번에 레몬향 샴푸로 바꾸고 나서는 접근도 하지 않는다. 이렇듯 우리가 쓰는 샴푸나 바디로션만 바뀌어도 후각에 예민한 고양이는 기가 막히게 차이점을 알아맞춘다. 우리 집은 내가 캐나다에서부터 쓰고 있었던 천연소다 세제를 쓰고 있기 때문에 유아 전용 세제를 따로 쓸 예정이 아니어서 상관없지만, 아기 로션이나 크림은 확실히 냄새가 진한 편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아기 낳기 몇 주 전부터 조금씩 아이 제품을 내가 발라서 향을 익숙하게 만들어 준다면 무리 없이 적응하지 않을까 싶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기가 태어난 후에 모찌가 느끼는 애정도였다. 어른들은 하나가 고양이는 질투가 많아 아이를 해코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고양이마다 성격이 달라 느끼는 기분이 다 다르겠지만 아기를 낳기 전과 가장 비슷하게 관심을 가져주는 게 좋지 않나 싶다. 혹여 내가 놀아 줄 시간이 부족하다면, 저녁에 남편에게 잠시라도 놀아 줄 것을 요청해주고, 나중에는 아이와 함께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계획하고 있다. 격리를 해야 되니까 안방에 있을 때는 문을 닫아야 돼! 보다는 방묘창을 만들어 놓아서 육아를 하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게 해준다던지, 다가오지 말라고 밀어내기보다는 고양이와 함께 육아를 하는구나 라는 느낌을 나 스스로 받는 정도가 된다면 모찌도 아기에게 애정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주위에 육아 육묘를 하고 있는 분들을 보면 실제로 고양이가 아기에 애착을 보이는 경우가 높다고 한다. 물론 아기가 점점 자라 손아귀 힘이 세지면서 피해 다니는 일도 다분하겠지만 말이다.



모빌인형을 스크래쳐 아래에 숨겨두려는 모찌



 이런 모든 것은 대비할 수 있지만, 걱정되는 거 한 가지라면...

"아기가 털 알레르기가 있으면 어떻게 해?"라는 지인의 한마디였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내용이었는데, 듣는 순간 불안의 싹이 터진 기분이랄까. 입이 방정이라고 일어나지 않은 불행한 일을 손수 끄집어 내주니 차라리 말을 말지라는 생각이 드는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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