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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연 Sep 1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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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알이와 야옹은 같은 언어?

                                                제목: 무키무키만만수 - 안드로메다



 누워서 자고, 우는 게 전부였던 단하는 이제 5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엄마가 느끼는 시간의 속도는 5년이 넘은 것 같은데, 하루하루 피곤에 찌들고 있는 엄마와는 다르게 단하와 모찌는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를 쳐다보고, 알아보고, 지켜보면서 서로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밟고 있다. 의사소통과 터치를 통해서 친해지는 아기들과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아기와 반려동물의 친해지는 과정은 아주 다르리라 생각한다. 다른 집 아기들은 어떨지 몰라도, 모찌와 다른 고양이의 첫 만남, 단하와 다른 친구와의 첫 만남. 둘 다 서로 같은 동족에게는 거리낌이 없이 다가가거나 거부하는 태도를 볼 수 있었고, 단하와 모찌 사이에서는 서로 알아가는데 아주 많은 시간이 걸렸고 아직도 ing 중이다. 그렇다 보니 두 아이를 키우며 딱히 육아 육묘라고 할 이야깃거리가 없었다.





 0개월부터 3개월까지는 아이들이 흑백을 구별할 수 있기 때문에 흑백 모빌을 달아주곤 하는데, 가장 잘 인식할 수 있는 거리가 20~25cm이다.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25cm는커녕 모찌는 단하에게 관심이 1도 없었다. 그러니, 시야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을뿐더러 모찌가 눈 앞에 나타나 주지 않으니 단하 눈에 모찌가 들어왔을 리가 만무하다. 다른 집의 육아 육묘를 보면서 우리에게 애교 부리는 것처럼 모찌도 단하에게도 관심을 가져주고 치대 주겠지 라고 생각한 건 그야말로 '착각'이었다.

 모찌한테 단하는 엄마 아빠를 빼앗아간 존재였다. 단하가 와도 모찌에게 관심을 게을리하지 말자 라고 생각했던 마음은 말 그대로 생각만 가득하고 실행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단하가 잠을 자고 있을 때 모찌가 울면 혹여라도 잠을 깰까 혼을 냈고, 다리에 와서 비비적거려도 단하를 안아줘야 한다는 이유로 쓰다듬어 주는걸 다음으로 미뤘고,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서열을 제대로 정해놔야 나중에 반려동물이 아이를 무시를 안 한다는 이유로 모든 일의 순서는 단하가 처음이 되었다. 장난감으로 놀아주기? 택도 없었다. 그렇게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모찌는 낮의 대부분의 시간을 캣타워나 텐트에서 잠을 자는 시간으로 보냈고, 밤에 단하가 잠이 들어 침대에 눕히고 나도 침대에 눕고 나면 소리도 없이 슬그머니 침대에 올라와 옆에 누워서 비비적거리는 걸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물론, 아빠가 퇴근하고 오면 방에서 쫓겨나지만...





 단하가 4개월에 접어들고 사물이 눈에 익어갈 때쯤, 모찌가 단하가 집에 잠깐 놀러 온 손님이 아닌 상주하는 생명체인걸 인지할 때쯤, 서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내 상상에서만 일지 모르지만 예전보다 둘의 거리와 눈 마주침이 많아졌다는 건 분명하다. 옹알이가 시작된 후부터 둘이 동시에 함께 말하는 횟수가 늘었다. 정확한 언어는 아니지만 어린아이들끼리도 옹알이로 대화를 한다고 말한다. 인간과 고양이의 언어가 같지는 않지만 본인들만이 뭔가 통하는 게 있는지 모찌가 야옹 하고 울면 아이가 웃으면서 옹알이를 하는 걸 보니, 누가 보면 대화를 하는 줄 알았을 것이다.


 아이와 고양이의 관계는 시간이 지나면 언젠간 가까워지지 않을까?라고 말하는 지인들도 있다. 그 당시 의지 만발이었던 나는 기왕이라면 내가 두 아이들 사이에 조금만 끼어들어 준다면 경계심이 덜 생기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래서 모찌가 창가에서 밖을 구경하고 있을 때 단하를 안고 가서 손으로 모찌를 만지게 하는데, 이때 주의해야 할 사항이라면 악력을 조절 못하는 아이들이니 너무 갑작스럽게 고양이를 만지게 되면 예민한 고양이들은 놀라거나 거부감을 느끼거나 물거나 할퀼 수도 있으니 첫 시도부터 무리하지 말라는 것이다. 나는 일주일 동안은 모찌와 단하가 눈을 마주칠 수 있는 시간을 주었고, 다음 일주일은 모찌 코 앞에 단하의 손을 가져다주어 냄새를 맡는 시간을 가졌고, 다음 일주일은 단하의 손등으로 모찌의 털을 쓰윽 문질러보게 하였고, 그다음 일주일에 단하가 직접 모찌를 만져볼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처음에 단하의 손이 닿았을 때 깜짝 놀라 냥 거리던 모찌도 이제는 그러려니 단하의 손을 받아들인다. 물론, 집에 아이와 고양이의 성향에 따라 그 기간은 길어질 수도 짧아질 수도 있다.





 누군가와 친해지는 건 어려운 일이다. 또 서로가 친해지는 걸 지켜보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억지로 붙여놓지 않아도 이 두 아이는 예전보다 서로를 받아들이고 있고 후에는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로 발전할 것이다. 내 맘이 급해서 서두르다 역효과가 일어날게 뻔히 보이기에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두 아이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두 아이가 친해지는데 내가 주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걸 다시 한번 다짐하는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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