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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연 Sep 24. 2017

하루만 니 방의 침대가 되고 싶어

침대를 향한 소유권 주장

제목: 동방신기 - Hug




 흔히 여학생들이 길거리에서 웃는 소리가 들리면 낙엽 굴러가는 소리만 들어도 까르르~ 하고 웃을 때라고 하는데, 단하에게 그 시기가 너무 일찍 와버린 듯하다. 단하는 요즘 모찌만 보면 뭐가 그리 즐거운지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모찌가 본인 곁을 지나가기만 하면 고개가 자동으로 따라가면서 입꼬리가 올라가고, 귀를 탈탈 터는 모습을 보면 육성으로(ㅋㅋㅋ) 웃으며 보는 나까지 웃음소리가 나도록 만든다. 대구에 내려와서 캣타워에서만 잠을 자던 모찌의 잠자리가 단하 머리맡에 누워 눈을 스르륵 감으며 잠을 청하는 걸 보면서 안도의 한숨이 쉬어졌다. 두 아이의 사이를 억지로 붙여놓지 않아도 서서히 마음을 열어주겠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모찌가 단하를 안 받아주면 어떡하나 라고 나도 모르게 걱정을 했었나 보다. 아침에 눈을 떠 처음으로 보는 상대가 서로라는 게 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느껴질지 나는 감히 상상도 못 한다. 서로를 바라보면서 매일 기분 좋은 아침을 맞이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문제는 본격적으로 이 고양이 녀석이 아이의 침대를 탐한 이후이다. 그 전에는 관심도 없던 장소인데 빼앗겼다는 생각 때문인지 아이가 자고 있으면 본인도 쓰윽 올라가서 발을 쭉 뻗어서 아이의 다리를 밀어버린다. 다행히 침대 가드를 쳐놓은 덕분에 아이가 떨어 지진 않지만, 바라보는 부모 입장에서는 이걸 그냥 놔둬야 하나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밤에 잘 때는 문을 닫고 자는 편인데, 문을 열어달라고 밤새 문 밖에서 방문을 긁으면서 울어대는 바람에 지금은 방 한편에 따로 모찌가 잘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두었다. 뭐, 준비한 게 무색하게도 침대에 올라와서 숙면을 취하지만 말이다. 재미있는 건, 단하는 자기가 좋아서 모찌가 옆에서 자는 줄 알고 잠을 잘 시간에 모찌가 없으면 옹알이를 하면서 침대 바닥을 손으로 팡팡 친다. 일종에 옆으로 오라는 신호인 것 같으나, 그걸 귓등으로 들을 모찌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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