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링 지도 교수가 되었다. 2학년이 1학년 후배들을 이끌어 주고, 공부의 어려움이 있으면 도와주는 멘토와 멘티의 관계, 그리고 나는 그런 학생들을 지도하는 위치다.
학생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시간을 잡는 것도 힘들어 겨우 화요일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학교 앞 정자에서 만났다. 30분 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질문들이 쏟아졌다.
“학교 공부는 어느 정도 해야 할까요?
“교수님이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은 어떤 것이 있나요?”
“교수님이 20대가 된다면 뭘 하라고 하시고 싶나요?”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여행? 전공 서적? 꿈?
그리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솔직히 몇 년 전까지는 20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힘든 젊은 시기를 지나서인지 다시 돌아가서 그런 시기를 또 겪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나이가 들었기 때문일까. 젊었을 때 느꼈던 그런 경험과 감정들이 그립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젊음의 낭만들이 그 무엇보다 값지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여행을 하든, 친구들과 교류를 하든, 운동을 하든, 공부를 하든 젊을 때만이 할 수 있는 모든 활동들이 낭만으로 남는다는 사실을 젊을 때는 모른다. 들어서 알아도 실제로 나이가 들어서 느껴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것은 모든 세대가 가진 한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의 질문에 대한 답을 이렇게 했다.
“무엇을 하든 상관없지만 나이가 들어서 되돌아봤을 때 청춘의 낭만이 될 수 있는 것들을 하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 시기는 공부도 중요하지만 세상에 대한 나만의 세계관을 쌓아 나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여행을 하고 싶으면 여행도 하고, 연애도 하고, 관심 분야의 책도 읽으면서 그렇게 청춘의 낭만과도 같은 시기를 보냈으면 좋겠다.”
학생들이 알아들으리라고 기대하진 않았다. 어차피 알기 힘들 테니까. 그렇지만 그중에 한 명이라도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면 그걸로 족했다.
인생.. 생각보다 별 것이 없다. 젊은 시절의 낭만은 별다를 것이 없는 인생에서 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꽃 같은 시기는 다시 오지 않고, 공부도 직업도 중요하지만 청춘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은 다른 것과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는 것을 그들은 알까?
그 외에도 많은 질문을 했다. 그리고 나는 최선을 다해서 대답을 했다. 아마도 금방 잊어버릴 테고 헛소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식적인 것이나 학구적인 것보다 더 중요한 것들을 말해주고 싶었다.
30분이 지나고 학생들은 다음 수업이 있어 자리를 떠났다. 나는 얼른 학생들을 보내고 혼자 남았다.
사람은 자기가 상황에 처해 보아야 안다. 아무리 떠들어도 머리로는 이해가 되어도 마음으로 이해는 되지 않는다. 학생들도 그럴 것이다.
그래도 내가 겪은 것을 알려주는 것이 지도 교수로서의 도리라고 생각을 한다. 언젠가 그중의 어떤 학생은 내가 했던 말들을 기억하고 인생에 있어서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는 거니까.
이제 곧 기말고사인데 멘토-멘티 학생들이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으면 한다. 성적을 잘 받는 것이 아닌 진정 자기의 생각이 투영된 성과 말이다.
20대 초반은 공부도 중요하지만 세상에 대한 자기의 생각을 정립하는 중요한 시기다. 그리고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일을 할 때, 청춘의 시기를 ‘그래도 낭만이 있었지.’라고 회상하게 된다면 좋을 것 같다.
젊음의 낭만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