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어떤 배우자를 만나야 하는지가 최대의 관심사다. 나도 결혼을 하기 전에 어떤 배우자를 만나야 되는지 많이 궁금했다. 평생을 같이 살 사람을 고르는 것이라 생각해서인지 더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결혼을 하고 나니 그 모든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을 만나는 것이 좋은지, 결혼을 할 때 어떤 것을 우선적으로 봐야 하는지 경험으로 알게 되기 때문이다. 하기 전에는 모르는데 하고 나면 아는 것. 그것에 대해서 말해 보겠다.
우선 어떤 배우자를 만나야 하는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결혼을 하려고 한다면 반드시 반드시 ‘내가’ 상대방을 이해할 마음이 있어야 한다. 이 ‘이해한다’라는 말은 직접 결혼해서 살아보지 않으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 ‘이해한다’라는 말은 상대방의 모든 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결혼을 해서 살아보면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청소를 안 하는 습관을 가진 것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고, 청소를 안 한다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 밖에 나가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집에 늦게 들어온다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생각했을 때 필요 없는 물건을 사더라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산이 싫어도 같이 산에 갈 수 있어야 한다. 상대방의 약점과 단점도 이해하는 것이 포함되고, 그것이 안 된다면 다툼의 여지가 생긴다.
이것이 된다는 전제가 있으면 어떤 배우자를 만나도 상관없을까? 사기를 치거나, 도박을 하거나, 폭력적이거나, 바람기가 있거나, 과소비를 하거나 등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어떤 배우자를 만나도 상관없다. 하지만 이런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경우도 10~20% 정도는 있기 때문에 그것을 피할 수는 있어야 한다.(대개는 안 보여서 못 피한다는 것이 함정이다.)
그 외에는 배우자의 어떤 조건을 봐야 할까? 외모?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 성격이 좋은 사람? 직업? 돈? 집이 있는 사람? 궁합이 잘 맞는 사람?
다 좋으면 좋겠지만 세상에는 다 가진 사람은 없다. 다 가진 사람이 나를 좋아할 가능성도 적다. 다 가진 것 같은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면 의심부터 해 봐야 한다. 내가 못 보고 있는 것이 있거나 다른 큰 문제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했던 이야기를 연결해 보자면,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도저히 집에 늦게 들어오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한다면 그런 사람을 만나면 안 된다. 나는 술 먹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술을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해서는 안 된다. 그로 인해 나중에 다툼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남사친 여사친이 많은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그런 사람과 결혼하면 나중에 반드시 그 문제로 싸우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집에만 있는 사람 또는 밖으로만 도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사람과 같이 살 수 없다. 결혼하면 바뀌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을 기대하고 결혼을 했는데 여전히 집에만 있거나 밖으로만 돈다면 그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전제하고 사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다 보니, 그러면 내가 결혼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만 같다. 내가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없다. 내가 100%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천생연분이라도 사람은 다를 수밖에 없고, 자라온 환경이나 습관, 생각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여기서 '배려'라는 세 번째 키워드가 등장한다.
내가 100% 이해할 수는 없지만, 상대방이 100%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배려라는 완충장치를 통해서 그것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대충 70% 정도는 이해가 된다면 30% 정도는 배려를 하면서 같이 지내는 것이다. 옷을 그냥 바닥에 벗어두는 것이 습관이라면 '이게 저 사람의 습관이구나.' 이해를 하고, 내가 배려를 해서 빨래통에 넣어주는 것이다. 물론 옷을 벗어서 빨래통에 넣어달라고 말을 할 수는 있지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면 감정싸움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말을 해 보고 그래도 안 고쳐진다면 그냥 놔두고 내가 배려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배려가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과 결혼을 했다면 처음에는 잘 안 되겠지만 결국 빨래통에 넣는 습관이 생기게 된다. 이런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살다 보면 하나씩 맞춰지게 되고, 나도 상대방도 배려라는 것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맞춰 살 수 있다. 그렇게 맞춰서 사는 것이 바로 결혼 생활이다.
어떤 배우자를 만나야 될까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았다. 돈이나 외모, 직업, 성격 등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결혼을 해서 같이 살려면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
요약하자면,
첫째, 내가 상대방을 이해할 준비가 되어야 한다.
둘째, 이해할 수 있는 상대방을 만나는 것이 좋다.
셋째,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좋다.
결혼을 한다고 무조건 행복하지는 않다.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면 더 잘 살 사람도 많고, 결혼을 하지 말았어야 하는 사람도 결혼을 하고 나니 많이 보인다. 이런 사실을 알고서도 결혼이 하고 싶다면 적어도 위의 세 가지가가 충족되는지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물어보고, 고개가 끄덕여지면 결혼을 한 번쯤 생각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