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변했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두 가지다. 내가 그 사람의 여러 가지 면들을 다 몰랐거나, 그 사람이 이전과 다른 상황들을 겪고 있거나.
결혼을 하고 나면 내가 몰랐던 상대방의 특성들을 많이 보게 된다. 그리고 그전에는 잘 몰랐기 때문에 사람이 변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원래 술과 친구를 좋아하는 사람인데 결혼 전에는 그럴 기회가 별로 없다가 결혼을 하고 나서 다시 술과 친구를 만날 기회가 많아졌을 뿐 사람이 달라진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원래 주말에 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데 결혼 전에 많이 나가다가 결혼을 하고 나서 집에만 있다고 해서 사람이 변한 것은 아니다.
결혼을 하고 나면 아무래도 연애를 할 때의 상황과 많이 달라진다. 애인에서 가족이 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연애를 할 때의 친절이나 설렘은 아무래도 없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이전과 다른 상황을 겪고 있기 때문에 사람이 변했다고 느껴지는 순간이다. 항상 웃는 사람인 줄 알고 만나서 결혼을 했는데 짜증이 많아진다든지, 선물도 많이 하고 이벤트도 많이 하던 사람인데 결혼 후에는 잘 안 한다든지 하는 일들은 이전과는 다른 상황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 아이를 낳거나, 일이 힘들거나 하는 큰 변화들 때문에 부부 관계가 안 좋아지는 것도 사람이 변해서 그런 것이기보다는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이 변했다고 느껴지면 상대방은 상처를 받는다는 것이 문제다. 사랑이 식었다고 생각이 되고, 내가 모르던 면 때문에 그 사람이 낯설거나 달리 보인다. 내가 사랑해서 결혼했던 사람은 어디론가 없어진 것 같고, 내 옆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변함없이 그대로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가끔은 나도 그렇게 될까 봐 사람을 만나고 결혼하는 것이 두려웠다. 누구를 만나든지 처음 만났을 때의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변할 것이고, 내가 모르던 그 사람의 단점이 많이 보일 것이고, 결혼을 했는데 내가 예상하던 사람이 아니라고 해서 헤어질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인간관계가 다 그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보지만, 쓸쓸함만 더해질 수도 있다. 인생은 결국 혼자인가라고 하기에는 너무 섭섭하다.
배우자가 변했다고 느껴졌을 때 관계를 회복하는 방법이 있을까?
우선 ‘내가 모르던 배우자의 모습을 이제 알았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나는 그 사람의 일부 모습이 좋아서 결혼을 했고, 내가 그 사람을 다 알지는 못했구나 인정을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 사람이 놓인 상황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설렘의 시기가 아닌 가족의 시기를 겪고 있을 것이고, 대외적으로는 사회생활 때문에 지쳐 있을 수 있고, 집안일을 하느라, 아이를 보느라 힘들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된다. 그러면 전에 보지 못하던 그 사람의 진정한 모습이 보이고, 한 인간으로서의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결혼이 그 사람을 알아가는 출발점이라면, 그 사람의 다른 모습을 보고, 새로운 환경들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어쩌면 진정한 결혼 생활이 되는 것이고, 누군가 먼저 떠나거나 헤어지게 되는 것이 결혼의 완성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 변했다고 느껴지는 것이 마냥 슬픈 일만은 아니다. 관계의 ‘출발’이 아닌 ‘정점’을 걸어가고 있다는 뜻이니까. 부부가 아니라 친구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표면적으로만 만나면 그런 일들이 적겠지만, 관계가 가까워지거나 깊어지면 서로의 적나라한 모습들을 볼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친구가 변했다고 느껴질 가능성이 많아진다. 무조건 끝까지 간다고 좋은 관계는 아니지만 누구나 다른 모습들을 가지고 있고, 상황에 따라서 다른 모습들을 보일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