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이상형이 뭐야?”라고 쉽게 물어보거나 대답하곤 했다. 나이가 들면 그런 걸 물어보는 횟수가 확연히 줄어든다. 이상형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실체가 없고, 끊임없이 변할 수 있고, 어릴 때 짧은 인생 경험으로 만들어진 상상의 산물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깨닫기 때문이다.
나의 초기 이상형은 초등학교 때 같은 반의 모범생 친구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그 아이는 서울에서 전학을 왔는데 표준어를 쓰고, 영어를 잘했다. 같은 반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고, 다른 반 남학생들도 관심을 두었던 것 같다. 교내 방송도 차분하게 잘하고, 매사에 똑 부러진 그 아이의 행동이 무의식 중에 좋아 보였던 것 같다. 얼굴도 귀엽게 이쁘장했고, 그런 모습이 나의 이상형을 형성했던 것 같다.
시간이 흘러서 나의 이상형은 바뀌었다. 여전히 공부를 잘하는 이미지는 있었지만, 뭔가 모든 남자들이 좋아할 것 같은 사람은 제외된 것 같았다. 당당하고 똑 부러지는 이미지보다는 조용하고 혼자만의 세계가 있을 것 같은 사람이 좋아 보였다. 그리고 눈웃음이 이쁜 사람이 좋았다.
대학생 때에는 조용한 사람보다는 기가 센 사람에게 끌렸다. 말을 툭툭 내뱉기도 하고, 자기주장도 있고, 한 번씩 토라지기도 하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꼈다. 외모도 마냥 단아한 사람보다는 자기만의 매력이 있는 사람이 좋았다.
그 후로도 이상형은 계속 변했던 것 같다.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가 생각했던 이상형이 마냥 이상형만은 아니라는 사실도 깨닫게 되고, 내가 만나보지 못한 사람이 이상형이 되기도 했다가, 나와 비슷한 사람이 이상형이 되기도 하고, 나와 정반대의 사람이 이상형이 되기도 하였다.
생각해 보면 내가 누굴 만났느냐, 어떤 경험을 했느냐가 이상형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이상형이 어떤 사람이야?라고 묻는다면 그 당시에 내가 했던 경험들과 내가 좋아하게 된 스타일에 근거해서 이상형을 설정할 확률이 높다. 그리고 그 이상형과 가까운 사람을 만나면 끝이 아니라, 그 사람과 만나면서 겪는 경험들 때문에 완전 다른 형태의 사람이 이상형이 될 가능성도 많다.
어떤 날은 자장면이 좋다가도 어떤 날은 짬뽕이 좋은 것처럼, 어떤 시기에는 귀여운 스타일이 이상형이다가도 어떤 시기에는 세련된 사람이 이상형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고정된 이상형이라는 것은 없고, 현재 나의 상황이나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이상형만이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