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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썰티마커 SALTYMARKER Jun 23. 2024

나도 똑같은 남자가 되어 있었다


결혼을 하고 나서 나는 회식도 많지 않았고, 사람들과의 술자리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아내와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퇴근을 하면 바로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아내와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수다를 떨다가 자는 생활의 반복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참 가정적인 남편인 것 같았다.   

   

그런데 최근에 점점 회식이 많아지고 술자리도 늘다 보니 나도 한 번씩 술을 먹고 늦게 들어올 때가 생기게 되었다. 아주 잦은 것은 아니었지만 몇 달에 한 번 정도는 술에 취해서 늦게 들어왔고, 그런 날은 아내와 다툼이 생겼다. 내가 그러려고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술자리가 길어지게 되고, 사람들과 계속 이야기를 하다 보면 연락을 잘 못하게 되고, 밤 12시가 넘어가면 아내는 스트레스를 받았다.


어제도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나는 아내가 술을 많이 먹지 마라고 해서 술을 많이 안 먹는 것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회식을 하다 보니 연락이 뜸해지고, 귀가 시간이 12시를 넘어가자 점점 화가 났던 모양이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그것이 말싸움으로 번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던 전형적인 남편과 아내의 다툼. 남편은 회식 때문에 술을 먹고 늦게 들어오고, 아내는 그런 남편이 못마땅하여 다투게 되는 내가 알던 전형적인 부부 싸움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도 다른 남자들과 똑같은 남자가 되어 있었고, 아내도 다른 여자들과 똑같은 여자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결혼식에 가는 길에 말다툼을 하게 되었고, 돌아올 때쯤엔 화해를 하고 풀었지만 마음이 좋지는 않았다. 나는 그런 남편이 되지 않을 줄 알았지만 따지고 보면 다른 사람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술을 먹고 늦게 들어오는 남편이었고, 아내도 이해를 많이 해 주는 편이어서 그런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화를 내지 않을 줄 알았는데 술을 먹고 늦게 들어오는 남편과 싸우는 다른 사람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아내였던 것이다.

    

문제의 원인이 나에게 있었기 때문에 변명의 여지는 없었다. 내가 자초한 일이고 아내가 화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리라고는 생각을 못했기 때문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회식을 가지 말아야 하나? 술을 조금만 먹고 일찍 들어오면 되는 것일까? 그런데 또 사회생활이라는 게 딱 끊고 나오기도 쉽지 않고, 더군다나 그런 시간이 필요하긴 하다. 술을 먹어야 할 수 있는 얘기가 있고, 중요한 이야기는 그럴 때 나오기 마련이기 때문이라고 하면 핑계려나.. 그리고 몇 달에 한 번 있는 일이면 괜찮지 않을까?라고도 생각을 해 봤지만 아내가 신경이 쓰인다는 데 굳이 할 이유도 없었다.      


그래서 아내와는 이렇게 합의를 보았다. 회식에 가서 괜찮은지 한 번씩 연락을 하기. 자리를 옮겼는지, 술은 많이 마시지 않았는지 걱정이 안 되게 카톡이라도 남기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적어도 12시 전에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1시 전에는 집에 돌아오기. 필름이 끊길 정도로 많이 마시지 말기.

   

나는 이혼을 안 할 것 같았지만, 술 먹고 늦게 들어와서 부부 싸움을 할 줄 몰랐던 것처럼 이혼도 그렇게 하게 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이혼이라는 게 무조건 안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서로 맞춰서 잘 살려고 결혼을 했는데 서로 맞춰서 못 살겠다고 이혼을 하는 건 아직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한 결혼이니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지켜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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