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 근교 여행을 마치고 히츠마부시(장어덮밥)를 먹으러 갔다. 원래는 숙소 근처에 있는 ‘마루야본점‘에 가려고 했는데, 오는 길에 가이드분이 현지 사람들이 가는 히츠마부시를 소개해 주셨기 때문에 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바로 ‘시라카와(しら河)’
구글맵에 한글로 치니 잘 나오지 않아서 일본어로 찾아서 검색했다. 나고야성 근처에 본점이 있고 몇 군데 지점이 있었다. 가이드분은 튀김이랑 히츠마부시랑 여러 가지 음식이 같이 나오는 걸로 항상 드신다고 하셨다.
한국에서도 장어덮밥을 많이 먹어 봤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에서 먹었던 그 어떤 장어덮밥보다 맛있었다. 나고야의 명물이라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식당에 도착하니 15팀이 대기 중이었고 요리사로 보이는 분이 나오셔서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괜찮겠냐 물으셨다. 마침 우리는 휴게소에서 카레빵을 먹은 터라 배가 아주 고프지는 않았기 때문에 쇼핑도 할 겸 기다리겠다고 하였다.
번호표를 받아 들고 우리는 근처에 휴족시간과 용각산을 사러 갔다.
그리고 와이프가 계속 닭날개(테바사키) 노래를 불렀기 때문에 백화점 지하 1층으로 갔다. 어제도 갔는데 다 팔려서 못 샀기 때문에 오늘은 꼭 먹어야 한다고.. 하지만 오늘도 닭날개는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빈손으로 돌아와서 식당 앞에 대기하고 있는데(40분이 지났음), 우리 번호는 이미 지나 있었다. 다행히 요리사 아저씨가 다음에 우리를 넣어주었고, 우리는 히츠마부시를 먹을 수 있었다.
가격은 3,100엔. 된장이나 장어국을 시키면 300엔을 추가하면 된다.
히츠마부시를 맛있게 먹으려면 처음에는 1/3 정도를 빈 그릇에 덜어서 그냥 먹고, 1/3은 와사비와 파, 김, 소스나 산초 등의 양념을 넣어서 먹고, 나머지 1/3은 동일하게 해서 오차즈케(밥에 차를 부어 먹는 것)로 먹으면 된다. 한국에서도 이렇게 먹었기 때문에 방법은 익숙했지만 첫 한 술을 뜨는 순간, ‘맛있다..’라는 말이 그냥 나왔다.
장어가 얇으면서 아주 부드러웠고 간간한 간장 양념과 어우러진 것이 매우 맛있었다. 일본에서 장어덮밥을 먹어 본 와이프도 여기가 훨씬 맛있다고 했다. 맛.있.었.다. 가이드분이 나고야의 히츠마부시도 다들 비슷비슷하다고 하면서도 여기서 드신다는 걸로 봐서 맛의 차이는 있을 것 같았다. 장어만 먹으면 약간 짠 느낌도 있는데 밥과 같이 먹으니 그렇게 짜지는 않았다. 양념을 비벼서 먹으면 더 맛있었고, 오차를 부어서 먹으면 더 맛있었다. 일본은 오차를 부어서 먹을 때도 숟가락은 주지 않았는데, 그래도 훌훌 젓가락으로 입에 넣으며 마시듯 먹으면 크게 문제는 되지 않았다.
가이드분이 드시는 걸로 추정되는 메뉴도 있었는데 가격은 5000엔이 넘었고 그건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하였다. 히츠마부시뿐만 아니라 회랑 새우튀김 등 다른 음식들도 같이 나오는 것이었는데, 우리는 기본도 안 먹어 봤기 때문에 굳이 먹을 필요는 없어 보였다. 수량이 한정된 히츠마부시 세트메뉴도 있었는데 그건 다 팔렸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가 시킨 건 기본 히츠마부시와 좀 더 질 좋은(?) 히츠마부시였다. (정확히 무슨 차이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음. 그릇 모양의 차이인가..)
맛은 비슷한 것 같았다. 한국에서 먹었던 장어덮밥보다 장어가 좀 더 얇고, 잘게 잘려 있었고, 좀 더 조미가 잘 된 느낌이었다. 비린내가 하나도 나지 않고, 처음에는 적게 느껴져서 아껴 먹었는데 생각보다 배가 부를 정도로 양은 충분하였다.
마지막으로 차를 부어서 말아먹으니 입안이 깔끔해지고 장어덮밥만 먹기에는 2% 부족한 만족도도 채워졌다.
다음 날은 나고야의 마지막 날이었고, 스타벅스도 가고, 닭날개도 사고, 공항으로 이동해서 면세점에서 일본 과자들도 사고, 더라운지 어플로 일본 라면과 우동도 공짜로 먹고,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나고야의 여행을 마무리하였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