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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썰티마커 SALTYMARKER Mar 07. 2023

일본 여행 3편

-나이가 들수록 그 나라 사람들의 생활이 더 잘 보인다.

사는 건 다 똑같다. 일본이라고 해서 다르고, 미국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매일 같은 길로 출근하는 사람들, 주말에 가족과 함께 교외로 나온 사람들, 백화점에 쇼핑을 하는 사람들, 저녁에 얼굴이 빨갛게 되어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 각자의 일터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 어릴 때도 물론 그런 것들이 보이긴 했지만 살면 살수록 현지인들의 생활이 더 잘 보이는 것 같다.



해외여행이라는 것은 어떤 것에 주안점을 두느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한국의 일상과는 다른 뭔가를 원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할 수 없었던 휴식을 위해서 해외로 여행을 가는 사람, 새로운 사람이나 문화를 접하고 싶어서 가는 사람, 한국에 없는 음식을 먹고 싶어 가기도 하고, 단순히 한국을 도피하고 싶어서 가기도 한다.


하지만 무인도로 가지 않는 이상 해외여행이라는 것도 결국 또 다른 사람들과 접하는 것이다. 생김새나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다르게 보일지 몰라도 사는 건 비슷하다. 인류 공통의 정서가 비슷하고, 사회에 대해 느끼는 생각들도 비슷하고, 계층이나 부, 일, 삶, 사랑 등 우리가 느끼는 것을 다른 나라 사람들도 똑같이 느끼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20년 전 처음 일본 여행을 왔을 때는 깨끗한 거리가 눈에 띄고 편의점 음식이 맛있고 새로운 문화가 신기했다면, 지금 일본 여행을 오면 ‘여기도 또 하나의 사회일 뿐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예전에는 해외여행을 가면 아무도 나를 모를 것이라는 해방감, 내가 이방인이 된 것 같은 느낌도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느낌이 많이 없어졌다. 해외라고 해도 모두 사람들의 관계로 엮여 있고, 또 하나의 사회에 내가 들어와 있는 것일 뿐 보는 눈은 비슷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도 비슷하다.


다른 나라에 간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단지 장소일 뿐 오히려 변화의 여지는 더 적을 수도 있고, 해외에서의 변화가 가능했다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것들이다. 인간이 있는 한, 지구 안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 크게 벗어날 수 없고(지구 밖을 벗어나도 그럴 것 같다), 변화의 여지가 있다면 해외를 가지 않아도 충분히 변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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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가 몇 달 전인가 교토에 살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래서 이번에 여행을 와서 교토를 직접 눈으로 보면서 다시 물어봤다. “교토에 살 수 있을 것 같아?” 와이프는 잠시 망설였다. 교토 여행을 그렇게 수없이 했어도, 한국에서는 고즈넉한 교토에 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도, 막상 교토에 와서 보면 ‘여기서 살 수 있을까?’ ‘여기서 살아도 별반 다를 것은 없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돈이 아주 많지 않은 이상 돈을 벌어야 하고, 생활의 제약도 있을 것이고, 사는 장소나 언어만 바뀌었다 뿐이지 크게 달라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나도 한때는 막연한 생각으로 ‘지금 한국에서의 직업이나 직장, 관계를 그만두고 일본에서 아르바이트나 하면서 살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런 생각은 단순히 현실을 도피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한국에서의 갇힌 삶, 그것을 떠나고 싶은 마음에 일본에서 살고 싶었지만, 막상 일본에 와서 살면 일본의 생활 패턴에 다시 갇힐지도 모를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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