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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lvia Jan 18. 2021

Prologue. 선생님 성장일기

코로나로 어수선했던 작년.

우연한 기회에 온라인 글쓰기 수업을 듣게 되었다. 

타인에 대한 글쓰기 과제를 할 때 나에게 잊지 못할 혹독한 한 해를 선물한 학생에 대해 썼다. 그때의 나로 다시 돌아가는 시간이 쉽지는 않았지만 신기하게도 쓰고 나니 후련했다. 정리되지 못했던 감정의 찌꺼기들을 비로소 다 치운 것 같았다. 


이게 사람들이 말하던 글쓰기의 힘인가.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상처와 마주하는 글쓰기를 하니, 그동안 선생님으로 일하면서 겪은 일들을 써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써서 책을 내겠다는 목표보단 (물론 그런 욕심이 없다는 건 아니다 ㅎㅎ) 글을 씀으로 마음을 보듬고 좀 더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다. 


아직도 난 새내기 선생님 같은데 브런치 매거진을 내려고 세어보니 햇수로 벌써 10년 차에 들어선 선생님이 되었더라. 와.. 시간이 언제 이렇게 빨리 지나간 거지? 과테말라에서 고군분투하며 초등학교 2학년을 가르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교사생활 10년째 접어들고 있는 중학교 선생님이 되었다. 그중 어학원에서 영어 강사로 일 할 때 빼고 나머지 9년은 아이들을 가르친 셈이다. 참 많이도 웃고 울었던 시간들. 아이들의 날카로운 말과 시선은 때때로 보고 싶지 않았던 과거의 깊은 상처를 들춰내기도 했지만 그들의 따뜻한 말은 종종 할퀴어진 마음을 보듬어 주기도 했다. 


이 이야기는 그 시간들 속에서 교사로서, 더 나아가 한 인간으로 성숙하게 변해갔던 내 성장일기다. 


물론 아직도 선생으로서 갈길이 멀다. 배울 것이 산더미다. 경험이 쌓였다 해도 매년 새롭게 맞이하는 학생들은 난생처음 보는 도전장을 내밀기도 한다. 아는 문제면 좋겠지만 모르는 문제라면 어김없이 실수를 한다. 어처구니없는 실수에 자책을 하고 학생들 앞에서 얼굴이 빨개질 때도 있지만, 실수는 배움의 기회가 아닌가. 가장 큰 깨달음을 얻었을 때가 가장 큰 실수를 했을 때였다. 그래서 앞으로도 끊임없이 실수하고 넘어지며 오랫동안 배울 생각이다. 


부디 이 과정에서 나로 인해 생긴 실수가 누군가에게 큰 상처가 되지 않기만을 바라며.. 

미스 문 성장일기, 

이제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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