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문제를 틀리고 한 시간을 울었던 너에게
이제는 좀 진정이 되었니?너무 울어서 기력이 없어보일 정도였어. 지금은 너무나 큰 일 같을 거란 걸 알지만, 사실은 그리 큰 일은 아니야. 그러니 안심해도 돼.
착각하기 쉽지만, 사실 모든 시험은 인생의 결과가 아니야. 아무리 중요한 시험이라도. 그러니 아무도 점수로 그 사람을 판단할 수 없어. 심지어 너조차도.
단원평가를 통해서 선생님이 바라는 건 딱 하나야. 너희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알게 됐으면 좋겠어. 그게 다야.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몰랐던 것들 있지?이번 평가를 통해 발견한 그 공백을 이제 보충하기만 하면 돼. 너희는 이제 열 두 살이고, 시간은 충분하단다. 말했지?시험은 결과가 아니라고. 이번 평가도 너희 삶의 한 과정이고 잘 활용하면 앎에 더 가까워질 수 있어. 만약 실수로 틀렸다면 다음 번에는 더 신중할 수 있도록,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생각해. 모든 경험은 그 의미를 충분히 잘 다루면 이후에 살아 갈 삶에 큰 도움이 되곤 하거든.
선생님도 잘하고 싶었던 어린이였어. 규칙은 반드시 지키고 주어진 일은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너랑 닮은 데가 많은 어린이였단다.
물론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훌륭한 태도야. 너라고 귀찮지 않겠니. 때론 싫을 때도 있겠지. 그럼에도 그걸 이기고 내 할 일을 끝까지 해내는 태도는 칭찬받아 마땅해. 다만 잘해내려는 마음이, 완벽해지려는 욕심이 널 괴롭힐 만큼은 아니었으면 좋겠어. 너 자신을 해치는 너의 열심은 아무 의미 없다는 걸 너도 이미 알고 있을 거야. 네가 추구하는 완벽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다는 것도.
그렇게 자라서 어른이 된 웬디 선생님은 자주 불안했어. 잘하지 못할까봐. 난생 처음해보는 일들이 실시간으로 계속 주어지는데 열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더라고. 잘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자책하고, 그럼에도 잘하고 싶어서 전전긍긍했던 시간이 꽤 길었단다.
완벽 추구의 불안에서 허우적대던 어느 날 마음 먹었어. '잘'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하자. 내가 설정한 완벽한 이상향에 도달하고자 애쓰지 말고 나 자신으로 살자. 완벽이 허상인데 그 헛된 목표를 추구하느라 내 소중한 하루하루를 수단으로 소비하고 있는 게 얼마나 아까워. 하루하루가 내 삶인데 얼마나 소중해.
잘 알고 있겠지만 선생님은 여전히 완벽하지 않아. 앞으로도 그럴 거야. 하지만, 내가 가진 것들을 나답게 다듬어가고자 노력하는 내가 좋아. 너희의 삶 중 어느 한 해의 시간이 나에게 주어졌을 때, 그 시간은 나만이 줄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가진 것 중 최선의 것을 주기 위해 시간과 정성을 들여. 생각해보니 이제는 완벽해지려고 애쓰지 않게 된 것 같네. 다행히. 선생님들의 완벽함이 아니라 고유함이 모아져서 너희의 삶이 다양하게 채색되어 간다고 생각하게 되었거든. 완벽하지 않아도 나답게 성실히 살아가는 내 일상을 가치 있게 여겨. 물론 가끔은 다시 완벽주의의 허상이 파도처럼 덮쳐와 삶이 출렁일 때도 있지만 예전처럼 집어삼켜지지 않고 좀 더 빠르게 빠져나올 수 있게 되었어. 완벽주의가 허상임을 아는 앎이 구명조끼가 되어주거든.
선생님은 네가 '만점'이나 '완벽'에 집중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만점에 '미치지 못했음'에 슬퍼하지 말고 거기까지 '도달한' 너를 기특하게 여기며 토닥토닥 해주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너는 이미 충분하니까.
너의 삶이 불안하지 않길,
네가 너에게 좀 더 너그럽길,
그래서 네 마음이 편안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