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되지 않았던 위로도
요 몇 주간의 시간은 마치 캄캄한 심해를 헤매는 것 같았다. 아주 웃음을 잃은 건 아니었다. 웃고 떠들고 일상을 살면서도 나만의 시간으로 돌아와 생각이 생각을 물고 이어지면 꼭 그랬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더 캄캄한 심해로 가라앉을 것 같은 기분.
나를 좀 끄집어내려고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의 소모임에서 내 근황을 쏟아냈다. 요즘 나의 생각이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 바삐 설명했다. 고마운 분들은 나의 노력과 애씀을 알아주시고 왜 그렇게 생각했느냐며 애정어린 핀잔을 주셨고, 애정을 담은 위로의 말을 전해주셨다.
그렇게 한참 오가던 대화 속에 한 분이 말씀하셨다. 웬디, 우리 모두 다 이렇게 사는 거잖아요. 손으로는 오르락내리락 출렁이는 물결을 그리셨다. 그러니 올라갈 때도 있고 내려갈 때도 있고. 또 시간이 지나면 괜찮은 때가 와요.
잠시 시간이 멈춘 듯했다. 실제로 대화가 멈추진 않았던 것 같은데 외부와 차단된 듯 내적 정적이 느껴졌다. 그 담담한 문장이 내 귀로 흘러들어와 핏속으로 녹아드는 느낌이었다. 즉각적으로 위로가 됐다. 내 눈 앞 이 깊은 어둠이 영원할 것만 같았는데, 이 물살을 따라가다보면 언젠가 방향이 바뀌고 어쩌면 다시 수면 위 밝은 빛을 만나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이제부터의 시간은-아마 여전히 어둡더라도-전과는 분명 다를 것 같은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위로의 말에도 끄떡없이 굳건하던 내 마음에 드디어 균열이 생겼다.
한 마디 덤덤한 말이 이렇게나 화살처럼 날아와 꽂히다니. 위로는 천천히 따스하게 스미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모양의 생경한 위로였다.
나조차 놀란 이 위로의 경험 앞에서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 때의 내게 위로가 되지 않았더라도 나를 위해 보내주신 모든 위로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나는 그 위로의 말들이 전해준 온기로 버텨올 수 있었다. 위로에도 확률이 있다면, 그 분들의 위로의 말들이 쌓이고 쌓여 비로소 그 중 하나쯤이 위로가 될 수 있는 확률에 도달하게 된 것이 아닐까. 그러므로 위로가 되지 않았던 모든 위로가 내게는 충분한 위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