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이라고 장담하진 않겠어요
몇 년 전 내 생일을 며칠 앞둔 어느 날 남편이 내게 명품백을 사주겠다고 했다. 회사에서 곧 아내 생일이라고 이야기 하니 다들 명품백을 추천해줬다고. 그래서 하나 사주려고 한다고 했다.
그 즈음 내겐 아이들에게 사주고 싶었으나 가격이 꽤 비싸서 하루 걸러 한 번 온라인 몰에 들어가서는 구경만 하고 말았던 가구가 있었다. 남편이 얼마쯤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휘리릭 검색해 본 결과 서로 엇비슷해보였다. 남편이 손해는 아닐 것 같은 느낌. 이 때다 싶어 남편에게 이야기했다.
여보, 나 명품백 말고 가구 사줘요.
나는 내 눈에 예쁜 게 좋다. 명품백이 싫은 게 아니라 오 이거다 싶을 만큼 나를 매료시킨 명품백이 아직 없었다는 것 뿐이다. 견물생심이라고, 물론 내가 아직 명품 매장에 가본 적이 없어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결국 그 해 나는 명품백 대신 가구를 선물로 받았다.
그리고 그 날 남편한테 이야기했다. 혹시나 해서 이야기하는 건데, 나는 명품백이 필요하지 않다고. 아마 당분간은 쭉 그럴 것 같다고. 올해 명품백을 살 계획을 나에게 이야기했기에 망정이지 서프라이즈라도 할 요량으로 그냥 사왔으면 어쩔 뻔 했냐고. 갖고 싶은 게 생기면 내가 직접 사달랄테니 그 전까지는 부디, 아마 속으로는 갖고 싶을 거라고 생각해서 사오지 말아 달라고.
다만, 사는 동안 내 취향이 바뀔 수도 있고 마음에 꼭 맞는 가방을 만날 수도 있으니 평생이라고 못 박진 않는다고 덧붙여뒀다.
사람 일 함부로 장담하는 거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