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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은 속시원히 살지 않는다

적당히 짊어지고 살아가는 미덕

by 웬디

어릴 적 옷에 뭐 하나 묻었다고 신경 쓰고 있자면 엄마가 그랬다. 사람들은 너만 쳐다보지 않는다고. 어른이 되고야 알게 되었다.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엄마의 그 말이 정말이었다는 걸.


내가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은 곧 살아가는 매 순간 모든 것이 충분히 만족스러울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인생을 30년 이상 살았다면 어느 누구라도 이질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명제 아닐까. 그 이전에도 깨달을 사람은 진작 깨달았겠지만 내 경우 서른 즈음에 알게 되었던 것 같으니, 30년 쯤으로. 상담 대학원에서 교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삶이 매 순간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이 문제의 시작이라고. 삶은 원래 행복과 고통, 그 밖의 다양한 것들로 채워져있으며,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예견되었듯 모든 것은 완벽하지 않았다. 젠가부터인가 그런 삶을 살았고 여전히 그러하다. 지극히 당연한 것을 어리석게 바꾸려하지 않았다. 다행히도.

어릴 적 나는 칭찬받는 아이였다. 얌전하고 예의 바르고 공부 잘하는 아이였다. 어릴 적엔 그 정도만으로도 모두에게 칭찬 받을 수 있었다. 만족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내가 성인이 되고 또 직업인으로서 살아가면서 나는 나의 부족과 매일 마주해야 했다. 애써도 메워지지 않는 무엇이 있었다. 나도 살아가지만 나를 둘러싼 환경도 살아가기 때문에, 그 모든 환경이 완벽히 어우러져 어느 하나 빠짐없이 나를 향해 사랑과 찬사를 보내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것 하나만 해결되면 만사 괜찮을 것 같을 때면 딱 그 하나 해결이 쉽지 않았고, 그래 오늘은 이만하면 됐다 싶을 때면 언젯적일지 모를 묵은 딱지 하나가 고개를 들어 끝내 거슬리는 밤을 맞이하곤 했다.


2025년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어느 평범한 사람 중 하나인 내 삶이 그렇고, 작년에도 그랬다. 누군들 크게 다르지 않을 하루를 살기 마련일 거라고 생각했다. 와 권력을 거머쥔 사람이라고 해도 어른의 삶이라면 크게 다르진 않을 터.


누군가는 다른 꿈을 꾸었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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