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브런치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처음 품었다. 그러고도 또 한참을 미적대다가 어딘가에서 또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세요'라는 글을 보고 그제서야 충동적으로 내가 썼던 글 몇 편을 가지고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다. 나이 서른이 훌쩍 넘어 무언가를 이렇게 초조하게 기다린 적이 있었던가. 며칠 만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메일을 받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남편에게, 아이들에게 엄마 이제 작가라고, 작가님이라고 불러달라고 요란법석을 떨었다.
그런데 그 법석을 떨었던 게 무색하게 몇 달째, 어쩌면 거의 일 년째 나는 여기에 아무 글도 쓰지 못했다. 고대했던 그 브런치 작가가 되었으니 이 공간에만큼은 무결한 무언가를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참 끈질기다. 이 완벽주의란 놈이 여기에까지.
왜,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는 모르겠다. 완벽주의는 어느 순간부터 내 인생에 찾아와 중요한 순간마다 나를 괴롭히고 나를 속박했다. 충분한 자유를 느끼지도 못하게, 충분한 행복을 느끼지도 못하게. 분명 내 삶인데도 해갈의 직전까지만 내가 누릴 수 있게끔 내 삶을 재단해갔다. 그렇게 한참동안 내 삶을 누볐을텐데도 그러는 동안에도 나는 몰랐다. 내가 내 삶의 중요한 것을 놓쳐가고 있다는 것을.
정말 이상한 일은, 나는 전혀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점이다. 허술하고 그리 믿음직스럽지 않고 여기저기 구멍이 많은 사람. 약속 시간에 자주 늦고, 시간이 충분해도 굳이 데드라인 하루 전까지 버티다 꼭 벼락치기를 하는 사람. 이런 사람이 감히 완벽주의를 논하다니. 참.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202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