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고야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고등학생 시절 중 한 때 내 꿈은 프리랜서였다. 어쩌다 알게 된 이 말에 끌린 것은 어딘가 매이지 않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그 때 꿈꿨던 미래를 현실로 살아가는 때에 이르러서야 알게 된 사실은 나는 확실한 출퇴근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 하늘이 두쪽 나도 자기 루틴을 철저히 지키는 남편과 달리 나는 피곤해서, 스트레스 받아서,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여러 이유로 자주 늘어진다. 출퇴근이라는 기본 틀조차 없었다면 한없이 늘어졌을 터다. 프리랜서가 되지 않아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비슷해서 나인 줄 오해하고 있는 것들도 있었다.
나는 튀는 걸 싫어하고 조용한 사람이기 때문에 관습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크게 보면 그게 그거고 거기서 거기인 특성 같아서 의심하지 않고 그렇다 여겼다. 그런데 삼십 하고도 몇 년쯤을 더 살고 깨달았다. 나는 수업을 구상하고 창조할 때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것을.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좋았다. 실은 보기와 다르게 나는 관습대로, 정해진대로 하는 것을 싫어하고 지루해하는 사람이었다. 대학원 때 했던 직업흥미검사에서도 관습형이 아니라 예술형이 한참 더 높게 나왔다. 사회형이 가장 높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래 맞다, 그럼 그렇지 생각되는 것도 있다.
나는 다수의 사람과 만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예전에도 그렇고 여전히 그렇다. 아니, 시간이 지날수록 더 분명해지는 것 같다. 그렇다고 사람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내향인이지만 인생에 있어 사람의 가치가 무척 크다. 타인을 조력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그런 삶을 지향한다. 하지만 작은 자극에도 심리적으로 크게 출렁이는 터라, 가능하면 자극에 덜 노출시키고 싶은 나의 방어 기제일까 싶기도 하다. 사람을 만나야 한다면 소규모, 소그룹이 좋다. 나의 인간관계 자체가 그렇다. 오래 지속되는 만남들은 대체로 일대일이고 아니면 나를 포함해 셋이다. 내 인생의 모든 인간관계를 통틀어도 열 손가락 안에 꼽는다. 그리고 그 이상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싶지도 않다. 이미 충분하다.
사람을 애정하지만 직접 만나는 것은 부담인, 그런 사람이 나다. 아마 그래서 나는 글을 매개로, 음악을 매개로, 상담을 매개로 사람을 만나고 싶어졌나보다. 나는 나를 여전히 알아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