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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계획은 없습니다.

아무 날 아닌 하루하루가 진짜 삶이니까

by 웬디

해마다 12월이면 나는 비장해졌다. 365일 분량의 어마어마한 한 해를 맞이해야 했던 탓이다. 달력을 사고 다이어리를 샀다. 행여 글씨라도 틀리면 한 해를 후회로 시작할까봐서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다이어리의 첫 장에 새해의 결심을 써내려갔다. 해마다 12월이면.


안타깝게도 그렇게 불끈 쥔 주먹은 곧 힘을 잃었고, 결심과는 다른 삶을 살다가 한 해를 마무리하곤 했다. 그 끝에서 나는 또 다른 한 해를 새로운 굳은 결심으로 맞았다.


꽃다운 줄 몰랐지만 돌아보니 꽃다웠던 나의 이십대와 삼십대를 그렇게 보내고 이제 마흔이 된다. 분명 어른일 줄로만 알았던 그 나이를 코 앞에 두고 돌아보니, 나는 여전히 어른이 되려면 멀었고 삶은 한 번도 덩어리로 찾아오지 않았다. 그 날이 그 날 같은, 뭐라 이름 붙이기도 어려운, 무색 무취의 하루하루가 그대로 내 삶이었다.


2025년, 나의 새해 계획은 없다. 날마다 새로이 나를 찾아와주는 고마운 하루하루를 정성껏 나답게 살아가고 싶다. 흐트러진 나의 루틴을 바로 세우며 한 해를 보내고 한 해를 맞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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