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셈케이 Dec 29. 2021

2022 나에게 보내는 편지

힘 빼고 살자


 언제부터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나는 '좋은 사람'이라는 불치병에 걸렸다. 온몸에 배려가 묻어난 행동에서 타인보다 스스로 더 큰 행복을 느끼는 변태적 성향이지만 사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아주 간단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런 사람이 내 곁에 있길 원했다. 일방적인 사랑과 배려가 아닌 쌍방의 교류를 바랐기에 나는 먼저 그런 사람이 되기를 자처한 것이다. 사실 그뿐이다. 비이상적으로 가슴이 따뜻하거나 온 삶이 이타적이진 않다. 필요의 의해, 필요한 만큼.


 그 덕에 자연스레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노력이 더해진 나의 배려 속에서 나는 알게 모르게 어쩌면 진짜 '좋은 사람'이 되고 있는 것 같단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갖고 싶은 물건의 사진을 매일 보는 곳에 두면 언젠가 늦더라도 꼭 갖게 된다는 한 심리학자의 말이 어쩌면 이런 효과와 비슷할까? 나쁘지 않은 결과다.


 그럼에도 나는 2022년 나에게, 조금은 이기적으로 살자고 말하고 싶다. 길진 않지만 삼십 년이란 세월을 흘러보니 따뜻한 사랑을 주고 배려 묻은 행동을 하는 사람만이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나는 적당히 이기적이고 적절히 개인적인 내가 돼보려 한다. 안 괜찮은데 괜찮은 척하는 것도 멈추고, 나보다 상대를 생각해 마음을 접는 일도, 괜히 온갖 살들을 더해 꽤 괜찮은 삶 인척 연기도 중단하려 한다. 힘들면 소리내어 울고 마음가는대로 움직여도 보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한 해를 보내고 싶다. 그게 진짜 나니까.


 사실 나이를 이토록 빨리 먹을지 몰랐다. 영원한 이십 대의 삶을 영위할 줄 알았다. 참 얼토당토 없는 근자감이었다. 나는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고 싶다. 그렇다면 머지않아 오직 '나'의 삶보다 나를 포함한 사랑하는 이와 '우리'의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지금이다. 오직 나를 위해, 오로지 진짜 나로 살 수 있는 시기. 다가오는 서른 하나를 찬란하게 맞이하고 싶다. 겹겹이 쌓아 올린 무게들을 봉인 해제시키고 주어진 길을 담담히 그리고 가볍게 걸어가고 싶다.


 새해를 맞이하며 늘 더 성실하게 살아야지, 더 열정적으로 살아야지, 더 즐겁게 살아야지. 항상 '더'가 붙었다. 새로운 시작은 암묵적으로 이전보다 더 나은 삶을 지향하게 된다. 나는 '더'를 빼고 있는 그대로의 한 해를 보내고자 한다. 잠옷을 입고 집 앞 편의점을 터덜터덜 가다가도 우연히 내리는 눈을 보곤 한다. 의미 없는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평온하게 적당한 온도로. 나에게 알맞은 옷을 입고 가장 편안한 신발을 신고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느끼며 건강한 마음으로 다가오는 일 년을 보내보려 한다.


 소박해 보이지만 어쩌면 대단히 거창한 나의 2022. 참 힘들었던 올 한 해의 끝자락에 서있다. 다가오는 2022, 힘 쫙 빼고 살아보자.


 나답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