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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내 '침묵이라는 폭력'에 대해

오만가지 사람마음 31

조폭 영화에서는 두목이 부하에게 직접적으로 상대방을 죽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냥 한마디를 흘릴 뿐이다. “저 새끼가 참....”

그 말을 듣게 된 부하는 알아서 두목이 싫어하는 사람을 죽이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자신이 죄 값을 치르기 위해서 감옥을 가게 된다. 박중훈이 나왔던 <게임의 법칙>이라는 영화의 장면이다. 영화는 현실의 반영이다. 영화는 우두머리가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이 사회에 만연해 있음을 보여준다.

대화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아버지들

오래전 아버지들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아들이나 아내가 맘에 들지 않으면 말을 하지 않고 신문을 과격하게 펼치면서 혀를 찬다. “쯔쯔쯔....”

자녀나 아내는 말없이 하는 아버지와 남편의 표정과 행동에 욕보다 더한 긴장을 한다. 아버지 또는 남편은 자신이 욕하지 않았기 때문에 학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사전달에서 말은 30%인 반면 표정과 행동은 70%다.

어떤 아버지가 대화가 필요하다는 강의를 듣고 실천하고 싶었다. 그래서 아들을 불렀다.

“우리 대화 좀 할까?”
“하세요”
“.....”

할 말이 없는 아버지는 끝으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밥은 먹었냐?”

씁쓸하지만 우리 가족의 단면이다. 대화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부부 사이나 자녀들과의 갈등이 일어난다는 것쯤은 이제 보편적인 사실이 됐다. 어른들은 대화나 소통이란 말은 알지만 행하는 방법을 배운 적도, 지도 받은 적도 없다. 그렇지만 자신이 말을 하고 살기에 대화와 소통을 할 줄 안다고 착각한다.

어떤 아주머니가 아들과 남편 사이 갈등이 심하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갈등이 심한 이유를 들어보니 일단 서로가 말을 절대 안한다고 한다. 남편인 아버지는 절대 돈을 쓰지 않고 절약 정신이 강한 사람이다. 아들은 대학을 중퇴하고 유흥에 빠졌다. 아주머니는 그런 부자를 화해시키려 노력했지만 아무 효과가 없었다. 교회를 찾아 하나님께 두사람이 화해하게 하댈라고 기도할 뿐이다. 그러다 상담실을 찾은 것이다.

필자는 아버지와 아들 양쪽을 다 만났는데, 아버지는 생각이 완강했다. 아버지는 아들을 도와줄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아들은 아버지와의 화해를 기대조차 하지 않는 눈치였다. 둘이 갈등을 계속 하던 중 아버지가 아들에게 속된 말을 한 게 화근이 됐다. 그 말을 들은 아들이 화가 나서 밖으로 나가 자동차로 뛰어들어 다쳤다. 

아버지 영조와 사도세자의 비극적 가족사를 담아낸 영화 '사도' 스틸컷

남편의 침묵, 아내에겐 공포로 

겉으로 보기에는 가치관의 문제 같지만 결국은 대화의 문제다. 자기 생각을 말하고 타인의 생각을 듣는 것이 기본이지만, 우리들 모두는 그 기본적인 방법을 훈련받지 못했다. 본인이 말을 하고 타인의 말을 듣는 과정이 일차적이라면, 조율하는 것은 이차적인 과정이다. 하지만 말이 없는 사람들은 자신의 욕구를 말이 아닌 행동이나 표정으로 전달한다. 상대방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래서 상대에게 상처준 적이 없다는 식이다.

부부도 마찬가지다. 어느 젊은 부부는 한동안 대판 싸우고 서로 대화없이 지내던 중 부부 상담을 하게 됐다. 남편은 말을 아무리 해도 아내가 안 듣는다고 하소연한다. 반면 아내는 남편이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말을 많이 하고, 자신이 잘하지 못하는 일들, 예를 들어 세탁, 청소에 대해 계속 불만을 이야기한다며 힘들어 했다. 아내에게 잔소리 하던 남편은 어느 날부터 말을 하지 않기 시작했다. 아내가 일하고 집에 오면 남편은 소파에 누워 리모컨을 들고 TV만 쳐다본다. 아내는 조용히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잠을 잘 뿐이다. 가끔 아내가 말을 걸면 “신경꺼”라고 대꾸할 뿐이다.

남편을 상담해보니, 그는 대단히 논리적이고 과한 내용을 쏟아냈다. 반면 그의 아내는 다소 체계적이지 못하고 덤벙 대는 면이 있었다. 짐작해보니 남자는 수많은 말을 쏟아내다가 말을 듣지 않은 아내에게 '대화하지 않는 방식'으로 고통을 주고 있었다.

대화란 본인이 말한 내용이 아니라 상대방이 알아듣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내가 말한 내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리고 좌절하면 말을 끊어 버린다.

영화만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도 조폭과 같이 험한 인상의 남자는 어깨가 부딪히면 인상을 쓰고 째려본다. 말을 하지 않지만 상대는 공포를 느낀다. 가정에서도 말하지 않는 조폭과 같이 사는 사람들이 있다. '침묵의 폭력'은 그렇게 상대의 생명을 갉아먹는다. 마음을 나누는 대화, 감정을 알아주는 대화를 오아시스처럼 찾아야 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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