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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는 단단함을 위하여

by 사만다

밤새 콧물 때문에 뒤척이던 아기가 결국 울음을 터뜨리며 나를 찾았다. 방으로 들어가니 옆에 누워달라고 손을 뻗었다. 해야 할 일이 있어 나간다고 하자 더 크게 보채기 시작했다. 가만 보니 그냥 옆에 있어주길 바란 마음 같아서 “안아줄까?” 물었고 아기는 주저 없이 내 품에 안겼다. 4분쯤 안겨 있다가 스스로 침대에 눕더니 조용히 빠빠이를 했다.


아침의 나는 이런 요청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었다. 밤새 잠을 설친 데다 남편은 건강검진 때문에 일찍 집을 나갔고 등원 준비까지 혼자 감당하면서 마음의 공간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다 물약을 뱉어버린 아이에게 결국 큰소리를 냈다. 순간적인 짜증이 아니라 밤새 누적된 피로와 인내심이 한꺼번에 터진 감정에 가까웠다. 울면서도 계속 내 품으로 파고드는 아기를 그저 잠시 안아서 위로해줬을 뿐이다.


그런데 저녁에는 같은 아이, 같은 울음인데도 나는 그걸 다르게 받아들였다. “또 왜 이러지…”가 아니라 “몸도 힘든데 하루 종일 얼마나 버거웠을까” 이렇게 마음이 향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차이는 나 자신에게서 비롯됨을 깨달았다. 외부에서 오는 자극은 그대로였지만 내 상태에 따라 그 자극이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결국 자극의 강도보다 중요한 건 그걸 감당할 수 있는 나의 기반이었다.


내가 말하는 기반은 거창한 게 아니다. 몸을 지탱하는 체력, 나를 받쳐주는 인정과 공감 같은 정서적 안정감, 그리고 내가 맡은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 이 세 가지가 갖춰져 있을 때 같은 자극에도 마음이 훨씬 덜 흔들린다.


그래서 결심했다. 거센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으려면, 앞으로는 내가 더 단단해지기로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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