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이나 적금이 무용지물로 대두하고 있다. 기준금리의 하향곡선에 따라 시중은행의 예금 및 적금 금리도 낮아지고, 은행에 돈을 맡겨 놓은 대가로 거두는 수익(이자)이 점차 줄어들고 있어서다. 미국이 지난 9월 기준금리를 동결한다는 발표(전문가들은 사실상 연기일 뿐,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를 한 직후인지라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동결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오늘은 전세계가 경기부양정책으로 활용하는 ‘기준금리’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금리 : 돈의 ‘값’. 자금 융통에 대한 대가로, 돈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1999년부터 대한민국에서는 콜금리(Call Rate)가 시중의 자금량을 조절하는 역할을 했다. 콜금리란, 잉여자금을 보유한 기업이 콜론(call loan)을 내놓으면 자금이 부족한 금융기관이 콜머니(call money)를 빌리는데 이때 형성되는 금리를 일컫는다. 금융시장의 수급 상황에 맞게 변동되는 것이 원칙이나 그동안은 한국은행이 통제해왔다.
경기 과열, 물가 상승 : 콜금리 ⬆︎ 경기 위축 : 콜금리 ⬇︎
그러나 2008년부터 한국은행은 정책목표금리를 ‘기준금리’로 바꾸기에 이른다. 금융시장이나 경제 상황에 따라 콜금리가 탄력적으로 변해야 하는데 고정적인 수준을 유지했고, 단기자금거래가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단기금융시장 발달은 저조해진 탓이다.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한은 총재와 부총재 포함 7인의 위원)가 매달 회의를 거쳐 결정한다. 7일부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를 기준으로 한다.
기준금리는 경기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 금리를 낮추면 통화량이 많아져 투자나 소비를 촉진할 수 있다. 경기가 과열되면 금리를 높여 시중에 풀린 통화량을 줄인다.
기준금리를 낮추게 되면 금융시장의 금리도 영향을 받아 낮아지게 된다. 대표적으로 은행 이자가 있다. 은행에 맡겨도 수익(이자)이 크지 않으니, 가계는 은행 이외의 다른 곳에 투자하고 소비를 늘린다. 기업도 자산을 묶어놓기보다는 외부로 운용(투자)하는 쪽을 택한다.
단적으로 부동산, 토지, 주식 등이 투자 대상이 된다. 은행 외의 제2의 투자 대상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면서 이들 자산에 대한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소비하고, 무엇인가에 투자하게 되면서 시중에 유통되는 통화량이 많아진다.
한편, 시중금리가 낮아지면 국내에 투자됐던 달러 자금이 금리가 높은 신흥국이나 본국으로 빠져나간다. 달러의 공급은 줄어드니 달러화 가치는 올라간다. 즉, 원화의 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1,000원 주고 1달러로 교환할 수 있었던 것이 1,500원을 줘야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처럼 환율이 올라가게 되면 수출이 증가한다. 같은 달러의 금액을 팔아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어서다(국내 기업의 재무제표는 원화를 기준으로 한다는 점을 미루어봤을 때 말이다). 반면, 수입은 줄어들게 된다. 500달러 백을 예전에는 50만 원 주고 구매했다면, 지금은 75만 원을 줘야 살 수 있다.
정부가 기준금리를 낮추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대출시장의 활성화다. 개인이 대출받아 집을 사고, 대출받아 사업을 하는 데 있어 부담감을 완화해줄 경우 경제는 당연히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
금리를 높이는 경우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반대’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
기준금리를 낮춰 시중에 유통되는 통화량을 늘렸음에도 불구,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고용 및 노동 시장의 사회 구조적인 부분에 문제가 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시중에 돈을 풀었다는 의미가 단순히 금융에 묶어 놓는 돈의 가치가 없게 한 것에 불과하다면 말이다. 가계의 소비를 진작하기 위해서는 소득 수준을 높여주고, 기업에서는 고용을 늘리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설비 투자 및 고용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 데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경제를 판단하는 요소에는 4가지가 있다. 소비, 생산, 순수출(수출-수입), 그리고 투자다. 그런데 최근 한국 경제를 보면 이 지표들이 네거티브를 가리키고 있다. 기업의 설비 투자는 줄어들고, 중국 경기가 둔화되면서 대중 무역량도 많이 줄어들고 올해 목표로 한 수출액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산업생산량도 줄고, 소비도 시원찮다. 출산율이 저하되면서 노동 가능 인구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데 부양해야 할 노인은 늘어나고 있고, 한마디로 진퇴양난이다.
즉, 기준금리를 낮추고 정부의 지출을 확대하거나 블랙프라이스데이와 임시 공휴일 지정과 같은 임시방편만으로는 나라의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는 의미다. 이제는 구조개혁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 단순히 “0% 저성장률에서 벗어났다” “청년고용이 늘었다” “실업률이 낮아졌다”라는 단기적인 지표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 생산성을 높이는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생산성 증대에는 관심 없는 모양인 듯한 인상을 준다. 최근 관공서 및 대기업을 중심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독려하고 있지만, 기성세대와 하나의 밥그릇을 높고 주먹구구식으론 나눠 먹기에 불과하다. 매월 300만 원을 버는 아버지와 200만 원을 버는 아들이 있는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아버지는 150만 원, 아들은 200만 원, 딸은 150만 원 버는 격이다. 한 가계의 총수입은 여전히 변한 것이 없다. 노동 인구가 늘어난 것만큼 생산성이 비례해서 증가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양질의 일자리 양산에 어려움이 따를 뿐이다.
정부가 가장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할 부분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 구조를 개편하고, 노동 가능한 인구의 노동 시장 유입에 드는 비용을 낮춰야 한다. 국가공인 및 민간자격증 제도도 더욱 엄격하게 운영해야 한다. 노동력을 제공하기까지 드는 사회적인 비용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미다. 학령을 낮추고 청년희망펀드를 조성하는 것보다도 더 중요한 과제다.
많은 청년들이 극소수의, 양질의 일자리를 가지려고 각종 자격증과 어학 준비에 투자하는 비용이나 시간을 줄여주기만 하더라도 국가 생산력은 높아지지 않을까 한다. 토익을 100점 올리기 위해 1년의 세월을 투자하고 학원 비용을 쓰게 하는 것만큼 비생산적인 것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