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노트 수집 원칙 01
지난 9월 9일에 자료를 ‘한곳’에만 모으는 이유에 관한 기사를 썼다.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발행되는 글인 만큼, 최대한 정제해서 쓰느라 더 많은 정보를 담지 못한바, 이에 관한 부가적인 내용을 추가하기 위해 다시한 번 ‘맥북’을 열었다.
수십 년간 윈도우만 고집하다가 지난 2014년 11월 부로 ‘맥북 13인치’로 옮겨탄 이유는 간단하다. 윈도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한 앱 생태계가 눈길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개인 데이터베이스 관리 도구인 데본싱크(Devonthink)나 옴니아웃라이너(Omni Outliner)는 물론이고, iOS와 맥 간의 조합은 ‘완벽’ 그 자체였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연장’을 갖추더라도 해결하지 못하는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사용자 습관이었다. 정말 도구를 갖추고서도 생산성을 높이지 못한 습관으로는 한 가지가 있었는데, 바로 ‘데이터 파편화’다.
1. 그동안 작성한 글
오리지널 데이터를 관리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지를 못했던 것이 가장 큰 실수다. 대학교 3학년 때부터 글쓰기를 시작했는데, 바로 싸이월드 블로그나 텀블러(Tumblr), 페이스북에 글을 전송한 나머지 현재 어떤 글을 얼마나 썼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 그나마 한국 IDG로 옮겨오면서 작성한 모든 기사는 맥북에 저장하고는 있기는 하지만, 지난 5년간의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두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아쉬움이다.
2. 짤막한 메모
맥과 iOS로 갈아타기 전에는 안드로이드와 윈도우에서는 구글 킵(Google Keep)이나 네이버 메모장에 짤막한 기록을 남기고는 했다. 2010년부터 에버노트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단순한 메모(포스트잇 개념)는 이들 앱에 저장했다.
3. 파일 및 문서
현재는 드롭박스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올해 상반기까지는 다음 클라우드(2015년 12월 전면 종료)를 이용해 맥북과 회사 컴퓨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간 이미지와 업무 파일들을 동기화해서 사용했다. 서로 다른 운영체제라서 USB 등으로 파일을 옮기기가 쉽지 않은 터라 이용한 방식이다. 여기에서 또 다른 데이터 파편화가 진행되는 셈이다.
이처럼 생각, 메모, 파일, 기사, 취재노트 등이 다양한 곳으로 분산되다 보니 머릿속이 하얘졌다. 제대로 관리하고 있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이터를 ‘한곳’에서 관리하지 못하면 기사 쓰기도, 블로그관리도,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하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난 9월 2일 한국 에버노트의 대가인 홍순성 소장님을 만나고 난 이후 에버노트에서만 데이터를 수집하는 습관을 어렵게 들이고 있다. “페이퍼리스를 꿈꾸는” 에버노트 중급자를 위한 활용 가이드를 쓰기 위해 홍 소장님께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업무의 효율성을 위해서라도 에버노트로 집중하는 편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홍 소장은 “외장 하드에도 1년 이상 열어보지 않은 데이터가 허다한데, 개인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도구에 저장한다고 해서 이를 제대로 활용할 리는 만무하다”며, 에버노트를 지식데이터베이스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활용의 관점에서 수집 키워드를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테크라이브러리 내용 중
대학교 3학년 때부터 에버노트를 사용했으니, 6년째 에버노트를 사용하는 셈이다. 그러나 제대로 활용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홍 소장님과의 만남을 기점으로 에버노트를 사용해 업무 환경과 라이프플랜을 짜고 있다. 제목을 다는 규칙에 대해서는 나중에 상세히 설명하겠지만, 주로 데이터는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저장 및 정리하고 있다.
- 연락처 : 현장 취재나 인터뷰 또는 사석에서 받은 명함
- 외국어 : 토익, 오픽 등 성적 증명서
- 재테크 : 현재 보유하고 있는 카드 정보(할인 혜택 등)나 가입 중인 적금 통장 사본 등
- 쿠폰 : 기프티콘 등. 반드시 알리미를 통해 유효기간을 설정한다.
캡처 이미지가 아닌 일반 사진의 경우, 자체적인 사진 편집과 메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자동 데이터 분류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사진 관리 프로그램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예외로 뒀다. 맥에서는 역시 사진(Photos) 앱이 갑이다. 사실 사진이나 PDF 첨부 파일을 이동하면서 볼 일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와 같은 선택을 했다.
에버노트로 통합 저장하면 얻게 되는 이득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검색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에버노트는 노트북, 태그, 제목, 본문 내용에 기반해 연관성 높은 콘텐츠 결과를 표시한다. 이미지 속 텍스트 검색 기능은 ‘덤’이다. 무료 버전인 ‘베이직(Basic)’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프리미엄’ 버전으로 전환한다면, 에버노트에 첨부한 PDF나 오피스 문서 내용도 검색할 수 있다.
또한, ‘폴더-파일’ 시스템에서 자신이 원하는 문서를 빠르게 검색하지 못하고 있는 직장인들에게 단비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폴더 만들고, 파일 제목 붙이고 하는 것이 여간 고역이 아니다. 라이프(업무 이외의 거의 모든 데이터)와 관련된 데이터는 @Sophie 노트북에다만 저장하고, ‘intitle:쿠폰’ 도는 ‘intitle:재테크’를 입력해 원하는 노트만 빠르게 검색해서 본다.
더는 데이터 백업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로컬 노트북(PC에만 저장되는 데이터)에 저장한 데이터가 아닌 이상, 모든 데이터는 서버로 동기화된다. PC를 포맷하더라도 에버노트를 설치하고 로그인만 하면, 기존에 작성했던 모든 노트를 불러올 수 있다. 물론 에버노트에 저장한 노트가 많을수록 초기 데이터베이스 구축하는 데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릴 수 있다.
외부 서비스와의 쉬운 연결성도 에버노트의 특장점으로 손꼽힌다. 필자는 선라이즈(Sunrise)에 에버노트 계정을 등록한 뒤, 알리미를 설정한 노트들을 주간 캘린더 보기에서 확인한다. 윈도우용 아웃룩(Outlook)에서는 이메일을 에버노트에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을 이용해 중요한 이메일들을 보관한다. 페이스북에 기록한 모든 게시물은 IFTTT 레시피를 활용해 에버노트로 자동 백업. 명함이나 문서를 스캔할 때는 스캐너블(Scannable), 스타일러스 펜으로 손글씨를 쓸 때는 펜얼티메이트(Penultimate) 앱을 이용하고 나서, 모든 데이터는 에버노트로 통합한다.
데이터를 한 곳으로 모으니 이제야 안심이 된다.
- 현재 사용하고 있는 카드의 할인 혜택 정보를 홈페이지에 매번 들어가지 않아도 에버노트만 켜면 알 수 있다.
- 유효기간이 남아 있는 기프티콘을 사용하고자 한다면 에버노트.
- 대학교 때 활동했던 동아리에서 무엇을 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면 역시 에버노트!
- 지금까지 관람한 영화 내역을 살펴보고 싶다면 역시 에버노트!
처음에는 쉽지 않다. 하루아침에 무조건 ‘에버노트’에만 저장하고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지금까지 수집해온 데이터를 에버노트에 넣는 것도 어찌 보면 대단한 ‘작업’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가 말하는 생산성에 관한 6가지 이야기 : 에버노트 유저 컨퍼런스 2015 기사에서 적은 내용을 발췌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도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자신이 지금까지 모아온 데이터를 에버노트로 통합해서 정리하기는 쉽지 않은 작업이다. 이에 대해 조슈아 저커는 “지금 당장 하는 일과 가장 연관성이 높은 자료부터 정리하고, 그 범위를 확대해나가는 방향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 기사 중에서
물론 수집한 데이터는 반드시 검토 과정을 거쳐 필요한 것만 솎아낸다.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만 하는 것은 책장에 꽂아 놓은 ‘장식용 책’과 다를 바 없어서다. 그래서 필자의 경우, 모든 RSS 피드와 보고서 PDF, 기사들은 데본싱크에, 기사 기획서를 쓰거나 아이디어를 작성할 때 즉 모든 ‘생각’은 에버노트에 기록한다.
아직 ‘데이터 한곳에 모으기’ 프로젝트는 진행 중이다. 에버노트 비즈니스 총괄인 조슈아 저컬이 말한 것처럼 생산성에 도취하지 말고 ‘일’을 해야 하는 데 큰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