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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노하우를 집대성한 책 '프로들의 에버노트'

프로들의 에버노트 리뷰

by 사만다

에버노트를 써본 사람이라면 아마 ‘홍순성’이라는 이름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국내에서 에버노트와 관련된 강연도 꾸준히 하고 있고, 최근 출간된 ‘프로들의 에버노트’를 포함해 총 3권의 책(에버노트)을 직접 저술하기도 했다.


홍 소장과의 인연


에버노트 앰베서더 홍 소장과의 인연은 지난 9월 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페이퍼리스를 꿈꾸는" 에버노트 중급자를 위한 활용 가이드를 '잘' 쓰고 싶었다. 그래서 전문가의 고견이 필요했고, 그에게 취재 요청을 했다. 오프라인에서 점접을 만들고 교류를 시작한 지 이제 갓 1개월에 불과하지만,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것처럼 그가 편안하게 느껴졌다. 특히 이번 추석 연휴에 휴식 시간 틈틈이 읽은 ‘프로들의 에버노트’에서 또 하나의 접점을 마련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에세이도 아닌 이 책을 읽고 코끝이 찡해지는 감정을 느꼈다. 지난 7년간 홍 소장이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집대성한 책인 ‘프로들의 에버노트’는 또 다른 에버노트 가이드 책임은 분명하지만, 그가 (고생스럽게) 걸어온 길도 동시에 엿볼 수 있기도 하다.


남들이 보기에는 손쉽게 성취한 ‘성공’일지는 몰라도, 대단한 열정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다. 다년간 직접 부딪혀보고 경험해보고 생각해본 끝에 완성한 문장 한 줄마다 감동으로 와 닿았다.





가장 기본부터 충실한 책


챕터 3까지는 정말 ‘기본’에 충실한 내용을 담았다. 굳이 에버노트 지식베이스를 보지 않아도 될 만큼 에버노트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오프라인/공유 노트북의 차이점과 요금제별 기능 및 혜택 등 초중급 사용자 모두에게 필요한 가장 최신의 에버노트를 기술했다. 어느새 ‘알리미를 검색해서 찾는 방법’을 책을 펴놓고 찾고 있었다. 영어 공부할 때 ‘영어사전’을 펴 놓듯이, 에버노트할 땐 ‘프로들의 에버노트’를 찾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그리고 진짜 프로들을 위한 에버노트 활용법은 챕터 4부터 등장한다. 책을 보면서 와 닿는 문장은 모두 따로 ‘에버노트’에 정리했다. 그리고 다시 모아서 보니, 그 어디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내용이 아님을 곧 알게 됐다.



1.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

노트북과 스택을 사용할 때에는 너무 많은 것을 만들고 나서 분류작업을 하지 않기 바랍니다. 분류 항목이 늘어나면 오히려 자료관리가 힘들어집니다. 따라서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관리하려고 하기 보다는 최소화의 분류로, 노트 검색과 태그를 고려해서 사용하도록 합니다.
노트북은 수집의 관점으로서 쌓여진 노트를 분류하는 형태로, 태그는 노트북의 분류와는 큰 관련 없이 원하는 노트를 찾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제가 애매한 자료들이 있다면 새로운 노트북을 생성해 분류하기보다는 태그를 사용하도록 합니다.


특히 이 문장들을 보고 뜨끔했다. 자신만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는 사실에 도취한 나머지, ‘기초(틀) 구축’에 집착했던 경험이 있어서다. 삼성, LG, 생체인식, 인공지능, 로봇, 에버노트, 생산성 등 키워드(태그)를 ‘미리’ 만들어놓으면 만사가 해결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홍순성 소장의 조언을 들은 이후부터 ‘활용의 관점’에서 수집 키워드를 곰곰이 생각하게 됐다.


사회문제, 20대 여성, 커리어우먼, 스타트업, 생산성, 에버노트, 다이어트, 베이킹, 요리, 뷰티, 다이어리, 일기, 사회생활, 봉사활동, 취미생활, 재테크, 인공지능, 결혼, 데이트 등등 수만 가지 관심사가 있지마는, 지금 당장 업무를 하는 데 필요한 자료 외에는 ‘절대’ 에버노트에 수집하지 않는다.


아마도 필자처럼 6년째 에버노트를 사용하더라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이제 갓 입문한 에버노트 초보자들은 새로운 자료관리 시스템을 어려워하고 손사래부터 치고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더더욱 ‘프로들의 에버노트’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오랜 에버노트 팬도, 이제 갓 입문한 초보 사용자 모두 그가 7년이라는 시간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한 권’의 책으로 통달할 수 있어서다.


최근 1년 동안 다시 찾아보지 않는 노트북으로 정리하며, 예전에 저장해둔 노트 중 정리되지 않은 노트를 검색해서 삭제합니다.
너무 조급하게, 한꺼번에 모든 걸 바꾸려고 하지 말고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조금씩 수정 작업을 하기 바랍니다.
노트를 합칠 때에는 꼭 본문 내용을 잘 정리한 후 노트 합치기 작업을 하도록 합니다.


사용해본 사람만이 해줄 수 있는 진정 어린 조언. 언뜻 보기에는 ‘남들 다 할 수 있는 이야기’처럼 보일 수는 있겠다. 하지만 에버노트 그거 한번 잘 써보겠다고 낑낑대본 경험이 있기에 홍 소장이 전해주는 한 문장 한 문장이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가 이 경험을 나누기 위해 거쳤을 수많은 시행착오와 고난과 난관들을 떠올리면서 감탄을 내뱉었다.


책을 보면서 또 하나 느낀 것은 홍순성 소장은 기능이 아니라 ‘스토리’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홍 소장이 주목한 곳은 바로 ‘워크플레이스’다. 기능은 누구나 나열할 수 있는 수준의 정보일 뿐이다. 이에 홍 소장은 자료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방법론뿐만 아니라, 에버노트를 활용한 워크플로우를 재정의하는 데 많은 비중을 할애했다. 물론 각자의 업무 방식이나 삶의 가치관은 다르므로 반드시 홍 소장의 가이드를 따를 필요는 없다. 하지만 반드시 참고할 필요는 있다. 그가 제안한 기본 골격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워크플레이스를 만들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2. 직관적인 비유


지금껏 에버노트와 관련된 수많은 글을 읽어봤지만, 홍 소장의 책만큼 자세하면서도 간결한 설명은 못 본 것 같다.


노트=서류, 노트북=파일철, 태그=포스트잇, 플래그

가장 와 닿고, 뇌리에 박힌 표현이기도 했다. 그동안 에버노트를 사람들에게 써보라고 끊임없이 권유해왔다. 그러나 에버노트를 사용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부분에 관해서는 큰 어려움을 겪었다. 노트북, 노트, 태그를 처음 접해본 이에게 알기 쉽도록 설명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었고, 그냥 ‘이런 게 있다’라는 수준으로 두루뭉술하게 설명하고 휘갑을 치고는 했다.


홍순성 소장은 직관적으로 설명하는 쪽을 택했다. 앞서 책에서 언급한 내용은 다른 책이나 블로그, 외신을 통해서 접해봤을 법한 개념이기는 하다. 그러나 홍 소장은 각종 도표와 그래프, 그림을 첨부하며 에버노트 구조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이며 차별화를 꾀했다. '에버노트, 그거 어디에 써먹나’라는 질문을 받으면, 그냥 적절한 책장을 펼쳐서 읽으라고 권하면 되는 수준일 정도다.



3.생산성=집념


‘프로들의 에버노트’라는 책과 이 책에서 다루는 ‘에버노트’ 자체가 모두 생산성에 관한 것들이다. 여기서 또 눈여겨 봐야 할 것은 홍순성 소장의 ‘7년의 집념’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필자에버노트를 6년째 사용하고 있지만, 전문가 반열에 오르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에 관한 집념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스스로를 판단한다. 노트와 태그는 수없이 만들고 지운 경험은 있지만, 체계적으로 자료관리를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동안 사용했던 노트 및 생산성 앱에 저장된 파편화 데이터를 한곳에 모으는 데 ‘여전히’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그간 ‘경험’이라는 핑계로 커리어와 크게 연관되지 않은 활동에 허송세월한 것도 후회하는 중이다.


필자와는 달리, 홍순성 소장은 ‘에버노트’와 ‘생산성’ 카테고리에만 집념한 덕에 국내에서 제일 가는 에버노트 전문가가 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순조로운 여정은 아니었으리라고 머리로만 짐작해볼 뿐이다.


홍 소장이 에버노트를 사용한 2009년에는 ‘클라우드’와 ‘동기화’라는 개념은 생소했다. 국내에서는 2010년 이후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던 상황이었다. 스마트폰 시장이 갓 형성되던 상황이었던 만큼, 에버노트를 지지하는 세력도 얕고, 에버노트의 기능이나 UI는 지금과 비교했을 때 매우 불안정했을 것이다. 100년의 기업’을 바라보는 에버노트이기는 했지만, 여타 다른 기업처럼 언제 서비스를 종료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처럼 불완전한 시장성과 제품의 성능(보안 및 동기화 문제 등)이 늘 단골 소재로 언급되는 상황에서도 그는 한결같이 에버노트만을 사용했다. ‘에버노트vs원노트’로 흘러가는 구도 속에서도 에버노트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이를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기 위해 외길을 걸었다. 그리고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결과는 보는 바와 같다. 어떻게 보면 ‘에버노트’를 선택한 홍순성 소장이 시류를 잘 탄 것일 수도 있다. 1조 달러의 가치로 평가받고, IPO(기업공개)를 두고 외신에서는 주요 단골 소재로 다루는 에버노트를 남들보다 일찍이 알아본 ‘감(感)’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홍 소장이 한 가지에 집념한 끝에 ‘성공의 반열’에 올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물론 한 달 남짓 교류하고, 책 한 권 읽은 것으로 그의 삶을 재단할 수도 없고, 그런 권리가 내게 주어지지 않은 것쯤은 안다. 그런데도 감히 그가 ‘집념’한 끝에 성공했다고 말하는 이유는 그의 삶 자체가 ‘of 에버노트, by 에버노트, for 에버노트’이기 때문이다. 아래 인터뷰 기사를 보자. 즐기는 사람을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


그는 스스로 기회를 찾아야 하고, 뭔가 끝없이 일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 사람들이 그에게는 함께 먹고 마시고, 노는 친구이자 동료이자, 새로운 것을 가르쳐주는 선배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우리는 과연, 이렇게 지속해서 즐거운 일을 찾아내며 살고 있는지…… 적어도 그러려고 노력은 하는지…… 그와 인터뷰를 마치고 스스로에게 되묻고 있었다. - '생각 읽기: 에버노트 전도사 홍순성


‘프로들의 에버노트’ 책 자체가 생산성 교과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속의 내용보다도 ‘책’이라는 결과물 자체가 이를 방증한다. 한 번쯤 생각해본다. “왜 나는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까?” 아마도 남들이 인정할 정도로 ‘오랜 시간’을 한 곳에 투자하지 않았거나, 혹은 한 번에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실행하려는 ‘욕심’ 때문일지도 모른다. 욕심을 버리고 하나만 본다는 것. 쉽지 않기에 그래서 더더욱 홍 소장의 책과 그의 외길 행로가 더더욱 빛을 발휘하는 이유다.



나는_에버노터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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