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닝3 : 할일은 관리보다 '실행'이 중요하다
최근 할일 및 캘린더 관리 앱(app)을 하나로 통합했다. 바로 fantastical 2다. 그간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이 브런치를 통해 짤막하게 소회를 밝혀보고자 한다.
+참고로 필자는 맥북 프로+맥북+아이폰 이용자로, 여기서 소개하는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맥OS와 iOS 버전으로만 제공된다. 즉, 윈도우+안드로이드 이용자에겐 별로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모든 일정은 구글 캘린더를 통해 관리하고 있다. 아웃스탠딩 시절에는 기사를 쓰는 일 자체가 하나의 프로젝트였고 주로 혼자 일을 했기 때문에 복잡하게 할일을 관리할 필요가 없었다. 아울러 직업상 일정(마감일, 미팅)을 보느라 캘린더 앱을 열어보는 횟수가 상대적으로 많아서 할일을 별도의 앱으로 굳이 관리할 필요가 없었다. 구글 캘린더와 구글 할일의 조합만으로도 충분함을 느낀 이유다.
맥북에선 CalendarPro for Google(2.99달러), 아이폰에서는 구글 캘린더 모바일(무료)을 이용하면 일정을 한꺼번에 조회할 수 있다. 여기에 구글 할일을 이용하면 간단하게 당일 해결해야 할 할일도 한데 모아서 볼 수 있다.
하지만 카카오브레인에 오면서부터 할일 관리에 큰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두 가지 니즈가 새롭게 부상하면서부터다.
첫번째, 할일을 특정 날짜와 시간에 표시하고 싶었다. 아무래도 출퇴근 시간만 3시간이 넘다 보니 , 장소에 따라 할일을 구분해야만 생산성을 높일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아이폰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할일은 이동 중에, 그 외 집에서 해야 할 일과 회사에서 해야 할 일을 구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장소에 따른 구분은 사실 시간에 따른 구분이 될 수도 있다. 이를테면 오전 8시부터 오전 10시(이동),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회사), 오후 7시부터 오후 9시(이동) 이런 식이다.
그러나 구글 캘린더에선 할일에 시간 속성을 부여하는 게 불가능하다. 할일을 일정으로 등록하면 특정 날짜와 시간대에 무엇인가를 '표시’는 할 수는 있는데 처리 유무를 트래킹하기 힘들다.
두 번째는 인박스(inbox)다. 여러 가지 일을 동시다발적으로 받고, 처리하느라 할일 목록이 머릿속에만 맴돌 때가 사실 더 많다. 이런 건 가시화해서 어디엔가 일단 털어놓은 뒤, 나중에 한꺼번에 스케줄링하는 게 속 편한데 구글 캘린더의 할일 관리는 인박스로서의 기능도 미비하다고 보면 된다.
즉, 달라진 업무환경 하에 구글 캘린더의 할일 관리 기능에서 더는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다는 의미다.
그래서 찾은 게 omnifocus. 할일 관리에 필요한 거의 모든 기능을 다 갖췄다고 해도 무방하다. GTD의 개념이 도입돼 있어 일단 모든 할일을 인박스에 넣은 뒤 프로젝트, 장소(contexts)를 지정하고 날짜와 마감일을 설정하면 된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 니즈도 모두 해결해주는 앱이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2가지 있었다. 첫번째는 가격. 할일을 관리하고 실행하려면 사실 맥OS와 iOS 모두를 갖춰야 한다. 스탠다드 기준 총 구매 비용은 79.98달러(9만617원), 프로 구매 비용은 139.98달러(15만8597원)이다. 과연 이정도 가격에 omnifocus를 구매할 정도로 할일이 많나 돌이켜보면 할일이 그렇게 많지도 않다.
두번째, 관리 이슈가 커진다. 할일을 입력하고 날짜(데드라인)를 지정하는 것까진 괜찮은데, 여기에 프로젝트와 컨텍스트(장소)를 입력하는 것 자체가 또하나의 '일’이 되어버린다. omfocus로 할일을 관리하다가 문득 "할일을 잘 관리하는 것보다 지금 뭐라도 실행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omnifocus 평가판(14일)을 이용해보며 이만한 값어치를 내고 쓸만한 앱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그렇다면
- 일정과 할일을 한 곳에 표시할 수 있고
- 할일에 날짜와 시간 속성을 입력할 수 있으며
- 때로는 특정 장소에서 할일이 자동 팝업(pop-up)되게 할 수 있으며
- 개인/회사 구글 캘린더 일정 데이터를 동기화해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없을까 고민한 끝에 찾은 게 바로 'Fantastical 2’다.
일단 가격부터 말하자면 맥OS 앱은 49.99달러(5만6638원), 4.99달러(5653원)로, 총 구매 비용은 6만원 남짓이다. 앞서 언급한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서비스가 없다는 측면에서 봤을 때 이 정도 비용은 충분히 지불할 가치가 크다고 느꼈다.
일정은 아이클라우드 캘린더 외에도 자신이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캘린더 계정을 등록하면 된다. 지난 2012년 10월부터 사용해온 구글 캘린더 동기화 완료!
모든 할일은 미리 알림(reminders) 앱을 통해서도 관리할 수 있는데, 자신이 사용하는 모든 단말기에 할일을 표시하려면 아이클라우드로 동기화해야 한다. 리마인더 앱에서나 Fantastical 앱에서 모두 특정 장소에서 할일을 자동으로 팝업해주는 기능을 제공해준다. 이를테면, "집에 도착하면 폐휴지 정리하기 알림을 띄워줘", "회사에 도착하면 조니에게 메일 보내라는 알림을 띄워줘"라는 식이다.
그리고 일정과 할일은 주간 캘린더 뷰(View)에 한꺼번에 표시할 수 있다.
지난 1개월간 이 앱을 쓸까 저 앱을 쓸까, 갈대처럼 한참 고민했다. 그러다 Fantastical 2를 만나면서 마음의 평화를 얻었고, 지금 4일째 정말 잘 사용하고 있다. 특히 모바일에서 할일 관리 및 할일 입력이 간편하다는 점에서 통근 시간을 좀 더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 게 가장 큰 효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fantastical 2를 사용법에 대해선 여기서 깊게 다루지는 않았다. 일반 캘린더 앱 수준의 기능을 제공하기 대문이다. 2주간 체험판을 내려받아 직접 경험하는 것이 사용법을 읽는 것보다 더 나을 수 있다.
트렐로는 기획-리서치-실행(제작)-완료처럼 업무의 상태(status)를 파악하는 프로젝트 관리에 좀 더 특화된 도구라고 보면 된다. fantastical로 할일+캘린더를 관리한다고 해서 트렐로를 포기할 이유는 없다. 실제 필자도 카카오브레인 내 콘텐츠 제작 프로세스에 트렐로를 활용하고 있다. 즉, 삶의 영역 중 그 상태를 끊임없이 체크하고 장기간 꾸준히 관리해야 나가는 건 트렐로로 관리하는 게 더 적합할 수 있다.
그 외 단일적으로 체크해야 할 업무, 예를 들어 자료요청이나 콜백(callback) 등 특정 시간대나 장소에서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건 모조리 fantastical에서 관리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할일은 관리의 영역이 아니다. 매 순간 '지금하느냐' 혹은 '나중에 하느냐’를 선택하는 과정일 뿐이다.
아울러 fantastical 2와 같은 앱이 모두에게 최상의 솔루션이 아닐 수는 있다. 자신이 원하는 기능이 무엇인지, 자신의 업무 환경은 어떠한지, 보다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한 부분이다.
<플래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