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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너의 역사

플래닝2 : 스케줄/할일 관리 및 반성은 아날로그 플래너로

by 사만다

스케투(Scheto)라는 신개념 플래너를 쓴지 4주차. 지난 23일 이찬영 한국기록관리연구소 대표님이 낸 신간 '플래너라면 스케투처럼’에 딸린 플래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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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님은 "시중에 다양한 플래너를 써봤지만 내 입맛에 맞는 플래너가 없어 직접 속지 디자인을 하기에 이르렀다"고 스케투를 소개하기도. 실제 지난 4주간 이 플래너를 체험해보니 플래너를 많이 들여다보고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생각을 노트에 채워놓을수록 삶이 풍요로워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나는 디지털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디지털 도구 신봉하는 사람이다.


기본적으로 모든 취재 및 기사 작성 업무는 에버노트에서 해결한다. 데이터 백업도 마찬가지. 일정은 구글 캘린더로, 명함은 일차적으로 리멤버로 스캔 후 구글 주소록에 동기화해둔다. 처음부터 디지털 세상에서 태어난 사람처럼 디지털 도구를 꽤 잘 활용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에도 플래너는 다시 한 번 손으로 써보고 싶다는 욕구가 충만했다. 일정이나 계획의 경우 실제 목표를 달성했는지, 왜 달성을 못 했는지, 다음에 어떻게 계획을 세워야 하는지 일련의 점검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구글 캘린더에 저장된 데이터를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는 이를 해결할 수 없었다.




2015년 11월 16일부터 2015년 11월 22일까지 구글 캘린더 화면. 그나마 가장 계획 이행 확률이 90% 가까이 높은, 몇 안 되는 아름다운 계획과 실행이 합치된 화면이다. 여기에는 다만 언제, 무엇을 했다는 기록만 쭉 나열돼 있을 뿐이다. 열심히 계획을 이행한 것에 대한 만족감만 남아 있다.


어떤 건 실행했고, 왜 실행을 못 했는지 이유를 적어가면서 다음 주를 조금 더 알차게 보내야만 할 것 같았다. 방향성 없이 매일 해야 하는, 반복된 일들만 하다가는 개처럼 일하다가 개처럼 죽겠다는 생각이 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손으로 내 생각을 적어 내려가면서,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가면서 큰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었다.


이건 키보드 타이핑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손으로 그림을 그려가면서, 손으로 글씨를 써가면서, 반성을 통해 내일 할 일과 목표를 세워가면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다.


사실 장소나 시간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정과 할 일 데이터가 24시간 버티컬 타임 테이블에 반영돼야 했는데, 이걸 할 수 있는 건 아날로그 플래너밖에 없었다. 메모를 자유자재로 적을 수 있는 공간 또한 아날로그 플래너밖에 없었다. 지난주 스케줄을 보며 이번주, 다음 주 섹터로 이동해 바로바로 일정을 쓸 수 있으려면 아날로그 플래너밖에 없었다.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한눈에 볼 수 있다면 전략을 구성하거나 새로 수정할 때도 큰 도움이 된다. 실제로 지난 10년 넘게 손으로 플래너를 써오면서 직간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아마 13년 전,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만들었던 중간/기말고사 계획표가 내 플래너 역사의 시발점이 아니었나 싶다.



040614- 040703 중 2학년 1학기 중간고사.png 040614- 040703 중 3학년 1학기 중간고사


시험 시간표에 따라 3주 전부터 할 일을 러프하게 배분하고, 매일매일 프로세스 점검 후에 그다음 날 또는 다다음날 일정에 반영한다. 손으로 직접 계획을 하나하나 점검해야 했지만 그 성과 달성 측면에 있어서 나름 효과도 좋았던 것 같다. 미뤘던 계획이 없는 것 같은데 하루 공부 분량 조준에 성공한 듯ㅋ 사실 할 일 옆 빨간색 숫자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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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용 프랭클린 플래너. 가격도 저렴했거니와 노트 공간도 꽤 넓었다. 선생님이 내준 숙제도 있고 학습 계획을 적기도 했다. 알림장과 학습계획표 대신 썼던 것 같다.


지금 보니 어떤 문제집을 얼마나 풀어야 하나에 관한 계획만 있을 뿐, 내가 수열을 정복하겠다 등의 목표 의식은 조금 없어 보인다 ㅠ.ㅠ 그땐 몰랐지, 문제집 많이 풀면 내가 많이 아는 줄 착각했던 때다. 그래도 나름 "나는 시간을 잘 활용하고 있는가"에 대한 주간 평가에 대해 "시간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다하고.. 집중도 안하고… 앞으로 시간을 정해서 문제, 공부를 해 나가는 습관을 다져나가야겠다"라고 코멘트를 달았다. 적어도 한 주 동안의 내 모습을 반성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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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 빼고 내가 계획한 학습 목표를 달성한 유일한 3일짜리 페이지 일 거다.ㅋㅋ 여기서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일간 평가 부분이다. 노트 하단에 프로그래스 바가 있고 학생이 직접 자신이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 표시하게 돼 있다. 나는 이 3일간 꽤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공부했나 보다. 계절적인 요인을 봤을 때 고3 1학기 첫 주인 것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나름대로 학습과 정리, 복습의 개념을 적용했다. 학습은 아마도 선행, 정리는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다시 한 번 정리하는 것, 복습은 학습/정리한 내용을 며칠 뒤 다시 들여다보는 것을 의미했었을 것 같다.



2008년 - 대학교 1학년

이 시기에는 프랭클린 플래너를 썼는데, 사실 돈만 버렸을 뿐 큰 수확을 거두지는 못했다. 보여주고 싶은 내용도 없다.ㅋ



091126 - 091128 대학교 2학년


어찌나 팀플과 과제가 많던지… 시간을 딱 정해두지 않으면 스케줄을 관리할 수 없을 정도로 바빴던 것 같다. 중간에 복습도 해줘야 하고 영어 공부도 해야 하고 아침엔 영어 회화도 해야 하고 ㅠ.ㅠ 이때는 좀 더 구체적으로 하루를 평가했다. 하루에 대한 총평가가 아니라, 개별 할일 들에 대한 집중도 또는 성과를 봤다. 때로는 일기성 메모를 겸하기도.



100322 - 100327.png 100322 - 100327 대학교 3학년


3학년 때도 마찬가지. 3학년 때는 더 심했다. 게으른 사람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기에 1.일부러 9시 1교시 수업 신청하고 2.예습 및 복습을 위해 아침 8시까지 학교에 갔다. 이때 정말 미쳤나 보다 ㅋㅋ 이때는 뭔가 매일 과제와 실습 복습 과제 팀플 하느라 바빴던 시기였던 것 같다.





애니웨이, 난 지금 스케투를 통해 내 일정을 관리하고 있다. 아직 여력이 없어서 6개월짜리 단기 비전을 세우지는 못했지만 이번 주말부터 손으로 써가면서 인생 목표를 세워볼 계획이다.



CC3196D5-E131-4847-8802-76B7FFFF7A90.png 스케투 내지


사실 본격적으로 스케투를 잘 활용해보기 시작한 것은 이번주부터다. 지난 일요일(27일)에 엄마를 도와 김장하고 난 저녁, 이번 한주 무슨 기사를 써야할 지, 누구에게 취재를 할 지, 어떤 자료를 봐야 할 지, 누구한테 안부 전화를 할 지 다 적어놨다. 그랬더니 월, 화, 수가 계획대로 흘러갔다. 이런 적 처음이야 ㅠㅠㅠ 난 정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아마 구체적인 성과는 오늘로부터 대략 6개월 뒤 공유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아무리 디지털 도구가 나온다고 한들, 손으로 할일도 쓰고 스케줄도 관리하고 반성도 하고 생각도 적어가는 그 재미와 효율성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디지털이 만연한 세상에서도 아날로그가 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숨은 공간은 아직 많다. 디지털 노트 앱이 나와도 다이어리가 여전히 팔리는 이유다.


http://storefarm.naver.com/scheto/products/550779253


수집 원칙 : 저장 != 일, 공부

가격대비 가성비 좋은 디지털 손필기는?

근로자의 가장 좋은 습관 : 일지쓰기


PS. 열심히 계획을 세우는 것이 곧 성과와 직결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어쩌면 기록 그 자체에 관한 의의가 더 컸을 수도. 실제로 본인이 작성한 플래너를 작성해보면 무엇을 했는지, 안했는지 체크하는 데에만 급급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분석과 반성의 시간이 있었더라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분석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플래닝>

근로자의 가장 좋은 습관 : 일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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