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수집 원칙 : 저장 != 일, 공부

에버노트 수집 원칙 03

by 사만다

지난 9월부터 에버노트와 씨름을 하고 있다. 한 90% 정도는 세팅을 완료한 것 같다. 홍순성 소장이 쓴 ‘프로들의 에버노트’에서 챕터 4를 보고 또 보고 계속 들여다봤다. ‘수집’과 ‘활용’의 관점을 계속해서 강조한 그 이유를 인제야 이해하고 재빨리 실행으로 옮겼다. 그리고 에버노트로 데이터를 정리하는 데 있어서 몇 가지 원칙을 세우게 됐다. 단순히 ‘수집’만 하는 것은 시간 낭비다. ‘활용’을 하기 위해 ‘수집’한다는 큰 줄기를 벗어나지 않기 위해 꼭 유념해야 할 것들이다.



‘저장’에만 치중했던 노트


718ED41F-0D47-48DF-B250-80BA1E515D9D.png

2011년부터 에버노트를 사용해왔던 필자는 현재 2,246개의 노트를 보유하고 있다. 영어스터디와 뉴스스터디를 하면서 생성한 노트가 각각 389개, 880개에 이른다. 2015년 한해에만 거의 1,800여 개가 넘는 노트를 만들었다. 워드파일 단위로 관리했으면 참으로 힘들었을 텐데 에버노트에서는 ‘검색’ 및 ‘태그’, ‘노트북’ 시스템을 활용해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가만 보니 저장한 이후로 거의 들여다보지 않는 노트 데이터가 있었다!


에버노트 노트에 태그를 삽입/수정/삭제하거나 노트북의 위치를 옮기는 경우에는 노트 업데이트 시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최근 에버노트 시스템(노트북 이름, 태그 이름 등)을 대대적으로 수정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오래전에 업데이트된’ 노트를 거의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은 셈이다.


노트가 최근 날짜로 ‘업데이트’되는 조건에는

- 노트 내용 수정

- 사진 첨부/수정/삭제

- 문서 첨부/수정/삭제


이 있다. 노트 제목이나 본문에서 ‘띄어쓰기’를 한 번 하더라도 바로 오늘 날짜와 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 그냥 눈으로만 훑고 넘어가는 노트가 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필자의 노트에는 업데이트되지 않은 노트가 상당했다. 심지어 생성날짜와 업데이트 날짜가 일치하는 노트도 더러 있었다.


스크린샷 2015-10-08 오후 7.59.09.png

2012년에 생성하고, 2012년에 업데이트된 노트들이다. 대개 보면 만든 날짜, 시간이 업데이트된 날짜, 시간과 그리 멀지도 않다. 그냥 노트를 만드는 것에 의의를 뒀다는 소리다. 책상 앞에서 작업을 하다보면 제목이나 본문을 한 번쯤 건드려보기 마련인데 그조차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심지어 이들 노트는 ‘검색’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던 노트들이었던 것 같다.


스크린샷 2015-10-08 오후 7.59.30.png

2013년 노트들이다. 일기도 보이고 취재하면서 만들었던 노트들도 보인다. 역시, 생성한 날짜, 시간과 업데이트된 날짜, 시간이 그리 멀지 않다.


스크린샷 2015-10-08 오후 7.59.42.png

2014년 노트들이다. 자세히 보면 ‘.나중에읽기’ 태그를 달아놓고서 나중에 읽지 않은 노트도 있다. 심각하다.


스크린샷 2015-10-08 오후 7.59.58.png

2015년 노트들이다. 제목조차 수정하지 않은 노트들도 있다. 영어사전 노트의 경우에는 노트를 추가하고 한 번 정도 바로 다시 보고 나서는 그 뒤로 읽지(수정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콘텐츠를 저장한 뒤 다시 열어보지 않았던 점이 필자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였다. 언제 무엇을 왜 저장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그저 무엇인가를 저장했다는 것만으로 마음의 평화를 얻었던 뿐이다.



원칙 : 저장에 만족하지 않기


물론 에버노트에 ‘저장’하는 습관을 먼저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정보를 저장하는 플랫폼이 파편화될수록 작업 집중력도 떨어질뿐더러, 어디에 무엇을 저장했는지도 가물가물해진다. 되도록이면 PDF, 오피스 워드 등 첨부 파일 문서는 클라우드에 올려놓는 것이 더 낫고, 그 외 텍스트 조각은 무조건 에버노트에 저장할 필요는 있다. 일단 모든 메모 조각을 에버노트로 한 데 정리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참고할 글 : 모든 자료를 ‘한곳’에만 모으는 이유


그렇지만 앞서 언급한 ‘저장에만 치우친 노트’들이 만들어진 것은 에버노트를 지나치게 맹신한 사용자가 저지른 일차적인 ‘잘못’이다. 언젠가 필요할 것이라며 아무렇게나, 아무런 제목도 없이 저장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봐야 한다. 에버노트가 아무리 지능적인 시스템이라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가공하지 않은 데이터까지 찾아주지는 않는다. 에버노트는 게으른 사람들을 위한 애플리케이션이 아니다. 에버노트는 더 부지런해지고 싶거나 일을 더 잘하고 싶은 사람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도구이자, 비서다.


홍순성 소장이 쓴 ‘프로들의 에버노트’의 예시대로 단순한 스크랩 노트에는 ‘.스크랩’ 태그를 붙이고, 일기나 생각을 적은 노트는 ‘.일기’라고 적는 등 비정형적인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다. 홍 소장은 이 태그들을 ‘수집태그’라고 칭한다. 그는 “수집-관리-활용이라는 프로세스를 항상 머릿속에 넣고 노트를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에 대한 집중도나 관심도가 큰 사람일수록 업무와 관련된 키워드를 중점적으로, 수집키워드를 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고할 글 : 에버노트, 필요의 관점에서 수집의 키워드를 줄여라


물론 수집한 데이터는 반드시 검토 과정을 거쳐 필요한 것만 솎아낸다.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만 하는 것은 책장에 꽂아 놓은 ‘장식용 책’과 다를 바 없어서다. 여기도 수집한 데이터, 저기에도 수집한 자료가 넘쳐나면 결국 자료는 다시 분산될 뿐이다.


어쨌든 ‘열심히 저장’했다는 행위만으로 일을 열심히 했다고 더는 착각하지 말자. ‘양적완화’에 관한 지식이나 뉴스를 수집해봤자 내 머릿속에 들어오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뿐이다. 열어본 지 3년도 더 된 노트들로 가득 찬 에버노트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과도 같다.



나는_에버노터다.jpg

http://www.podbbang.com/ch/10461


매거진의 이전글수집 원칙 : 앞으로 해야할 일 위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