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러너 2049'와 블랙미러 '미움받는 자'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4년 이내에 멸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왜일까.
사람이 먹는 작물이나 과일 상당수는 수분(가루받이)을 거쳐 종자(식물의 씨 또는 씨앗)로 번식한다. 그리고 이 꽃가루를 옮기는 매개체는 곤충이 담당하는데, 특히 '꿀’을 모으는 DNA를 탑재한 벌이 혁혁한 공을 세웠던 것. 즉, 이 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는 의미는 인간과 동물이 일용할 양식이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와도 같다. 죽음 그 자체를 가리키는 셈이다.
참고 :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가 멸망한다
이러한 상징성 때문인지 실제 SF 영화나 드라마에서 벌은 '생명’을 암시하기도 한다. 몇 달 전 개봉했던 '블레이드 러너 2049' 첫 장면에서 주인공 K의 손등에 오른 벌과 스텔라인 박사가 관찰한 가상의 곤충이 바로 그 예다. 진짜 생명을 만난 주인공 K는 사실 리플리컨트(복제인간)이고, 가짜 생명을 만난 스텔라인 박사가 진짜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려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영국 드라마 '블랙미러'의 시즌3 6화 '미움받는 자(Hated In the Nation)'에서도 벌이 등장한다. 영국 정부는 멸종 위기에 놓인 벌을 대신해 국가에서 꿀벌 드론을 이용해 수분을 하도록 한다. 그리고 이 벌은 살상도구로 변질된다. 인간을 살리고자 만들었던 인공물이 악의를 가진 사람에 의해 생명을 죽이는 도구가 됐던 것.
내막은 이렇다. 이 벌은 꿀벌드론 프로젝트 내부 직원에 의해 해킹 당한다. 자신이 좋아하던 여자가 온라인 '저격'글 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 이 직원은 '모든 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라는 걸 가르치고자 꿀벌드론을 악용했다. 그리고 'SNS 상에서 타인의 죽음을 기원하고, 이를 퍼 나른 사람'을 저격했다. 살상 인원은 무려 38만 명에 해당한다.
이 드라마를 보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 좋은 의도로 만든 도구는 악의를 가진 이에 의해 얼마든지 '살상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혹은 누군가를 감시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실제 드론을 이용해 누드 해변이나 탈의실을 찍는 사례가 보도되며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보도가 나오는 상황이다.
기관이나 정부의 민간인 사찰 및 감시로 사용될 수도 있다는 건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몇 달 전 본 영화 '두뇌혁명 A.I’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언급됐다. 이 영화는 인공일반지능을 연구하는 벤 괴르첼 박사의 일대기를 그렸다. 극 중에서 홍콩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연구하는 벤을 두고 지인들은 그가 '세상 물정’을 모른다는 점을 걱정했다. 중국 정부가 인공지능과 같은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자국민을 감시하는 데 활용하고 싶어하는데, 벤이 여기에 일조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