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657. 아리찌아 'ARITZIA'

'사소한 일상의 경험을 비즈니스 인사이트로 바꾸는 매일의 기록'

by 사마리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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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시장의 양대산맥이라고 하면, 유럽과 미국 패션 시장을 예로 든다. 시장 규모도 규모지만 두 시장의 특성이 명확히 대비되기 때문에 목적에 따라 시장을 분석하는 재미가 있다. 유럽 패션은 역사와 전통, 세련된 실루엣과 고급 소재를 중시하는 반면, 미국 패션은 아메리칸 캐주얼을 기반으로 실용성, 편안함, 기능성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유럽은 명품으로 대변되는 하이엔드 럭셔리와 디자이너 브랜드가 강세이며, 전 세계 패션 트렌드를 주도하는 반면, 미국은 나이키, 갭(GAP), 리바이스 등 대중적인 스포츠웨어와 기성복 시장이 강세다.

최신 패션 트렌드가 궁금하다면 유럽 시장을, 시장에서 잘 팔리는 브랜드와 최신 소비 트렌드가 궁금하다면 미국 시장을 보면 된다.

개인적으로 더 흥미를 갖고 지켜보는 시장은 미국 시장이다. 헌데, 최근 미국 시장에서 내 눈에 띄는 브랜드가 하나 있다. 캐나다 브랜드 '아리찌아(Aritzia)'다.


아리찌아는 1984년. 23세의 젊은 창업자 '브라이언 힐(Brian Hill)'에 의해 탄생되었다.

그는 백화점이 가업인 집안에서 자라며 어려서부터 패션 리테일 사업의 기초를 탄탄히 배운 준비된 인재였다.

아리찌아의 첫 시작은 캐나다 밴쿠버의 오크리지 센터 쇼핑몰에 첫 매장을 오픈하면서 시작되었다. 설립 후 첫 10년 동안 아리찌아의 비즈니스 모델은 주로 타사 브랜드를 판매하는 편집숍 형태였다. 1990년대에 들어서며 마진을 높이고 고객에게 독자적인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자체 브랜드를 론칭하기 시작한다. 이른바 2010년대 대한민국 패션 유통업계를 휩쓸었던 PB(Private Brand) 전략을 약 20여 년 전에 시도한 것이다. 아리찌아는 이후 바바톤(Babaton), 윌프레드(Wilfred), 티앤에이(Tna), 선데이 베스트(Sunday Best) 등 타깃 연령과 스타일에 맞춘 다양한 독점 브랜드들을 론칭해 나간다. 이를 통해 수익성뿐 아니라 다른 편집숍과 차별화된 아리찌아만의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하기 시작한다.

아리찌아는 폭발적 성장과 함께 캐나다 전역으로 매장을 확대해 나간다. 2007년에는 시애틀과 산타클라라에 매장을 열며 미국 시장에 진출했고, 2016년에는 토론토 증권거래소(TSX)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며, 명실상부 캐나다를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로 성장하기에 이른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틱톡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멜리나 팬츠(Melina Pant)'와 직장인들의 교복이라 불리는 '에포트리스 팬츠(Effortless Pant)' 등이 크게 히트를 치면서 미국 내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거둔다. 캐나다 태생이지만 현재의 아리찌아는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미국에서 거둬들이고 있는 명실상부 미국에서 더 핫한 브랜드다.


1.아리찌아의 대표 브랜드 라인업

바바톤(Babaton)

1994년 론칭된 아리찌아의 첫 자체 브랜드로, 현대 여성을 위한 미니멀하고 모던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고급 원단을 사용하고 유행을 타지 않는 베이직한 디자인으로 젊은 직장인 여성들의 오피스룩으로 인기가 높다.

윌프레드(Wilfred)

2007년에 론칭한 브랜드. 일상 속의 로맨틱함과 여성스러운 실루엣을 강조하는 옷들이 주를 이루는 것이 특징.

티앤에이(Tna)

2004년에 선보인 프리미엄 캐주얼 및 스포츠웨어 브랜드. 후디, 스웨트셔츠, 요가복 등 편안하고 활동적인 의류가 중심인 라인업이다.

선데이 베스트(Sunday Best)

2014년에 론칭한 Z세대 등 젊은 층을 타겟으로 한 브랜드. 90년대 스타일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미니스커트나 크롭 가디건 등 발랄하고 개성 있는 실루엣이 특징.

데님 포럼(Denim Forum)

2018년 론칭한 브랜드. 지속 가능하고 친환경 데님(청바지) 라인이 대표적이다.

레이닝 챔프(Reigning Champ)

2021년 남성복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인수한 캐나다의 프리미엄 남성 스포츠웨어 브랜드다.

2.인기 있는 대표 아이템들

슈퍼 퍼프(The Super Puff™)

2017년에 출시되어 켄달 제너, 헤일리 비버 등 유명 셀럽들이 착용하며 큰 화제를 모은 거위털 패딩 재킷이다. 'Fill Power 800'의 뛰어난 보온성, 방수·방풍 기능, 그리고 가벼운 무게가 포인트다. 영하 30도의 추위도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되었음은 물론 명품 패딩 못지않은 기능성과 디자인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250달러 안팎의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출시되며 한 때 품절대란을 일으킨 모델이다. 이 모델 하나로 전용 팝업 매장인 '슈퍼월드'가 열릴 정도로 아리찌아의 겨울을 상징하는 아이템이다.

에포트리스 팬츠(Effortless Pant)

약 148달러(한화 약 20만 원)에 판매되는 이 바지는 틱톡에서 큰 입소문을 타며 미국 20대 여성들의 국민템으로 불리는 팬츠다. 허리에 주름이 들어간 넉넉한 핏으로 편안함은 물론 오피스룩과 일상룩 모두에 잘 어울리는 것이 특징이다.

멜리나 팬츠(Melina Pant)

비건 레더(인조 가죽) 팬츠로, 소셜 미디어(틱톡)에서 3,5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달성하며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아리찌아가 북미 패션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며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1.'에브리데이 럭셔리(Everyday Luxury)'라는 포지셔닝 전략과 뛰어난 품질

아리찌아는 명품 브랜드와 패스트 패션 사이의 틈새시장을 정확히 공략했다. 유행이 지나면 버려지는 패스트 패션의 낮은 품질에 피로감을 느낀 소비자들에게, 조금은 더 비싸지만 오래 입을 수 있는 탄탄한 소재와 품질, 그리고 유행을 타지 않는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제공했다.

2.정교하게 타겟팅 된 자체 독점 브랜드들

그들은 바바톤(Babaton), 윌프레드(Wilfred), 티앤에이(Tna) 등 타깃 연령층과 라이프스타일(모던 오피스룩, 로맨틱, 캐주얼 등)에 맞춘 다양한 독자 브랜드를 직접 디자인하고 판매하는 수직계열화 모델을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동시에, 소비자들의 다양한 수요와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도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3.오프라인 '부티크' 전략

브라이언 힐은 매장을 단순한 옷가게가 아닌 '부티크'로 규정하고, 고객의 오프라인 경험에 막대한 투자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매장 내부에 식물과 우드톤 가구를 배치하는가 하면, 가죽 소파와 무료 커피 바, 'A-OK 카페' 등을 두어 고객의 체류 시간을 크게 늘렸다.

아리찌아 개인 피팅룸 내부에는 거울이 없다. 때문에 고객은 옷을 입은 후 공용 공간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이때 패션 전문가인 '스타일 어드바이저'가 다가가 핏을 점검해 주고 다른 제품을 추가로 제안하는 등 고객과의 밀접한 릴레이션십을 구축한다. 심지어 스타일 어드바이저들은 모두 패션전문가들이다. 고객은 이른바 고급 부티크에서나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경험하는 것이다.

4.틱톡 바이럴 및 셀럽 마케팅

그들은 소셜 미디어를 매우 영리하게 활용하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팬데믹 기간 '멜리나 팬츠(Melina Pant)'와 '에포트리스 팬츠(Effortless Pant)'가 틱톡 플랫폼에서 엄청나게 바이럴 되며, 미국 20대 여성들의 필수템으로 인식되는가 하면 메건 마클, 켄달 제너, 헤일리 비버 등 유명 인사들이 일상복으로 아리찌아를 착용하면서 브랜드 인지도가 전 세계적으로 급상승했다.

5.영리한 공급망 및 철저한 재고 관리

아리찌아는 아시아에서 원단을 수입한 후 캐나다에서 봉제를 한 뒤 무관세로 미국으로 수출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의 특혜 조항을 활용한 틈새 전략이다. 또한 오하이오주와 온타리오주 본(Vaughan)에 거대 물류 센터를 구축했다. 패스트 패션처럼 상품을 계속 갈아치우는 방식이 아니라, '슈퍼 퍼프'나 '에포트리스 팬츠' 같은 메가 히트 핵심 상품을 철저한 재고 관리를 통해 언제든 상시 구매할 수 있도록 유지하여 수익성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전략을 사용한다.


고객의 관점에서 자라, H&M 같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과, 샤넬, 루이뷔통, 몽클레어 같은 명품 브랜드들 사이에서 아리찌아가 매력적인 포인트는 대체 뭘까? 다소 애매할 수 있는 포지셔닝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들의 어떠한 매력포인트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일까?

1.뛰어난 가성비와 실용성

그들의 대표 아이템 '슈퍼 퍼프' 패딩은 800 필파워거위털 충전재에 방수·방풍 기능을 갖춰 몽클레어 같은 명품 패딩 못지않는 스펙을 자랑한다. 하지만 가격은 250달러 수준으로 몽클레어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250달러. 또한, 베스트셀러인 '에포트리스 팬츠'의 경우 이탈리아산 안감 등 고급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구김도 잘 가지 않고 세탁기로 편하게 빨 수 있어, 보관과 관리가 매우 쉽다는 장점이 있다. 한 번 입고 버리는 패스트 패션의 낮은 품질과 구매하기 부담스러운 명품의 비싼 가격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들에겐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2.모든 체형을 포용하는 다양한 사이즈와 컬러

그들은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이 아닌 소품종 다량생산 방식으로 승부한다. 그렇기에 품목별로 2XS부터 2XL까지 아주 폭넓은 사이즈 옵션을 제공 가능하다. 또한, 디자인 하나당 적게는 9가지에서 많게는 15가지에 달하는 다채로운 컬러를 출시하여 고객이 자신의 체형과 취향에 딱 맞는 옷을 고를 수 있도록 맞춤 옵션 제공이 가능하다.

3.TPO에 맞춰 세분화된 라인업

TPO란 Time(시간), Place(장소), Occasion(상황)때와 장소의 약자로, 상황에 맞춰 적절하게 옷을 입는 것을 의미하는 패션 용어를 말한다. 고객은 아리찌아 매장 한 곳에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목적에 맞는 모든 스타일의 옷을 찾을 수 있다. 세련된 오피스룩을 원하면 '바바톤', 여성스럽고 로맨틱한 디테일을 원하면 '윌프레드', 편안한 운동복이나 캐주얼웨어는 '티앤에이(Tna)', 90년대 감성의 발랄한 Z세대 룩은 '선데이 베스트' 등 세분화된 브랜드가 준비되어 있어 다양한 믹스매치 쇼핑이 가능하다.

4.오프라인 '부티크' 서비스

이러한 다양한 라인업과 세분화된 상품전략은 '부티크' 큐레이션 전략과 만나 화룡점정이 된다. 고객이 옷을 입고 밖으로 나오면 패션 전문가인 '스타일 어드바이저'가 핏을 점검해 주고 해당 옷과 어울리는 다른 아이템을 세심하게 추천해 준다. 세분화된 라인업과 브랜드 라인업이 있기에 가능한 전략이다.


패션 디자이너 코코 샤넬은 이런 말을 남겼다.

'패션은 변하지만, 스타일은 영원하다(Fashion fades, only style remains the same)'

고객의 삶 속에 영원히 남을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주는 방식으로도 상품기획이 완성될 수도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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