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859. 단순함 'Simplicity'

사소한 일상의 경험을 비즈니스 인사이트로 바꾸는 매일의 기록'

by 사마리아인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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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마지막 날이다.

다른 달들은 모두 30일이나 31일을 채우는데, 유독 2월만은 28일로 끝나버려 늘 조금은 특별하게 느껴진다.

특히 매출로 말하는 MD들에게 2월은 흔히 ‘공포의 달’로 불린다. 다른 달보다 적게는 이틀, 많게는 삼일이나 부족한 달이기 때문이다. 전체 영업일의 10% 가까이 부족하지만, 목표치를 낮춰주는 회사는 없기에 2월은 왠지 모르게 항상 마음이 급해지고 쫓기는 기분이 드는 달이기도 하다.


어쩌다 이런 달이 생겼을까 싶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짧음이 오히려 2월을 더 또렷하게 만든다. 시간이 적다는 것은 결국 '선택'을 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일테다.

기획에서 ‘선택’이란 무엇인가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버리는’ 행위에 가깝다.

2월은 짧아진 물리적 시간만큼 우리가 가진 자원(시간, 인력, 비용) 또한 가장 극심한 한계에 부딪히는 달이다. 시간이 풍족할 때는 보이지 않던 거품들이, 시간이 촉박해질 때 비로소 선명하게 드러난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시간은 곧 비용이자 자원이다.

이는 우리에게 ‘선택과 집중’이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기획 일을 하다 보면 이런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이디어가 없어서 문제다'

'괜찮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좋은 기획이 나올텐데'

'아이디어는 많을 수록 좋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조금 다른 진실이 있다.

아이디어는 많을수록 좋은 게 아니라, 버릴수록 좋아진다.

기획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것을 넣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과감히 덜어냈느냐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더 많다.


시즌 상품을 준비하면서 꽤 많은, 그것도 괜찮은 아이디어가 봇물처럼 쏟아졌던 적이 있었다.

패키지 콘셉트도 세 가지, 마케팅 메시지 세 가지, 프로모션 아이디어 세 가지..

회의실 화이트보드는 금세 빼곡해졌다.

모르는 사람이 이 광경을 본다면 얼핏 좋아보일지 모르지만, 사실 이런 경우가 가장 난감하다.

모두 좋은 아이디어지만 최종적으로 단 하나의 문장만 남기고 다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브랜드가 실패하는 가장 흔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무언가가 부족해서 실패하는 경우보다 오히려 너무 많은 것을 말하려 하기 때문에 실패한다.

프리미엄도 말하고 싶고,

가성비도 말하고 싶고,

트렌디함도 말하고 싶고,

브랜드의 전통도 말하고 싶다.

정작 문제는 고객의 머릿속에 남은 것은 하나도 없다.


좋은 기획자는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이 아니다. 버릴 줄 아는 사람이다.

어떤 것을 포기해야 어떤 것이 더 강해지는지를 아는 사람.

선택이 선명해질수록, 메시지는 강해지고 전략은 단순해진다.

그리고 대부분의 성공한 기획은 결국 그 단순함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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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2월을 ‘정화와 조정(Adjustment)’의 시간으로 묘사한 적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2월의 마지막 날은 그 조정 작업이 완료되어야 하는 최종 마감 기한(Deadline)인 셈이다.

2월의 마지막 날.

달력을 바라보며, 마저 지워야 할 것들을 상상해본다.

그것이 다시 맞이할 3월을 더 또렷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믿는다.




'단순함은 궁극의 정교함이다

(Simplicity is the ultimate sophistication)'

-스티브 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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