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일상의 경험을 비즈니스 인사이트로 바꾸는 매일의 기록'
0301.
토요일 오후 지인과의 약속이 있어 핫플레이스 성수동에 나갔다.
지인을 기다리는 중 직업병이 도진 난 구석진 벤치에 앉아 사람들의 '시선'을 쫓는다. 완연한 봄기운 덕분일까? 사람들의 옷차림 색상이 형형색색 한결 밝아진 느낌이다. 패션의 성지 답게 최근 트렌드인 1980년대풍의 화려함으로 대변되는 퍼 코트, 페이크 퍼/시어링, 가죽 레이어드, 볼륨감 있는 스타일이 눈에 띈다.
기획자에게 '봄'이라는 계절은 단순한 계절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거대한 자본이 이동하기 직전의 가장 원초적인 에너지, 바로 ‘관심(Interest)’의 발현지가 바로 '봄'이라는 계절이다.
얼마 전 후배가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선배는 아이템 기획을 할 때 어디서부터 시작점을 잡아요?'
아이디어를 얻는 구체적 방법론이 궁금해 던진 질문 같았다.
그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관심사'라는 한 단어였다.
먹는 것, 입는 것, 애니메이션 등 평소 내가 좋아하는 것을 파악하고, 쿠팡, 나이키, 넷플릭스 등 이와 연결된 브랜드들을 구체적으로 나열해 보는 것은 세상의 트렌드를 읽는 훌륭한 렌즈가 된다. 비단 이건 기획 업무에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다. 일상, 업무, 여행, 콘텐츠 제작 등에서 얻는 모든 인사이트의 8~90%는 개인의 관심사에서 시작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관심사'라는 녀석의 기본적 매커니즘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관심사(關心事, Interest)'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니 '어떤 대상이나 일에 마음이 끌려 계속해서 주의를 기울이거나 신경을 쓰는 대상, 일, 또는 사건을 뜻함'이라고 나와 있다. 즉, 현재 내가 호기심을 갖고 뜨겁게 관심을 보이는 주제 혹은 중요하게 생각하는 취미나 대상 등이 '관심사'로 정의될 수 있겠다.
첫 번째, 관심사는 한곳에 머물지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물며 확장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예컨대 과거 식품기획자 시절 '식품산업 및 요식업(F&B)'이라는 관심사에 몰두한 적이 있었다. 이런 나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식자재 유통, 시각적 머천다이징(VMD), 조경, 건축, 패션, 공간 비즈니스 등으로 확장해 나갔다. 실제로 내 주변만 살펴봐도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나 특정 영역에 있어서만큼은 그것이 직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단순 애호가 수준을 뛰어넘어 달인(Expert)급의 능력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꽤 많다.
두 번째로, 한 가지 더 팁을 주자면 일상의 관심사와 생각들이 휘발되지 않도록 사진, 글, 영상 등 끊임없이 기록하고 축적하는 과정이 동반된다면 시너지는 배가 된다.
이러한 과정을 꾸준히 반복하며 실험해 나갈 때, 이는 나만의 데이터로 한 단계 진화할 수 있다. 이렇게 장시간 체계화 된 관심사는 마치 스노우볼처럼 불어나 나만의 고유한 관점이자 가치관으로 단단하게 자리 잡게 된다.
낯선 여행지에서 새로운 것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날카로운 통찰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흔히 보이는 특성이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능력을 갖고 있기에 '낯선 환경'과 '새로운 볼 것들'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러한 능력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거나 기적처럼 쏟아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통찰'은 평소 일상에서 어떤 것에 관심을 두고, 그것을 얼마나 세밀하게 관찰하며 흩어지지 않게 축적해 왔는지 보여주는 정직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나의 일상적 관심사들을 단순히 소비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지치지 않고 쌓아갈 때, 그곳이 도쿄든 성수동이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세상을 꿰뚫어 보는 강력하고 뾰족한 나만의 인사이트를 발휘할 수 있게 된다.
단순한 호기심을 비즈니스 모델로 연결하기 위해 내가 사용하는 세 가지 전략적 필터를 소개해본다.
1.관심의 유효성 검증(Validation)
내가 최근 '온러닝 클라우드몬스터 러닝화'에 열광하는 것이 단순히 개인적 취향인가, 아니면 시장이 열광하는 '혁신적 디자인과 기술력'라는 트렌드의 선행 지표인가? 이렇게 스스로 자문해보고, 검증해보는 것이다. 내 안의 관심과 시장의 결핍(Pain Point)이 만나는 지점. 소위 '스윗 스팟(Sweet Spot)' 지점을 찾는 작업이야말로 기획의 시작이다.
2.관심의 구조화(Structuring)
파편화된 관심은 그저 노이즈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를 노트에 적고, 나름의 분석 과정을 통해 타겟 페르소나의 행동 패턴과 연결하는 순간 이는 강력한 '가설'이 된다.
3.관심의 연대(Affiliation)
관심사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자석이다. 애플의 팬들이나 비건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이들처럼,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연대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혼자만의 관심은 취미에 그치지만, 공유된 관심은 팬덤이 되기도 한다. 기획자의 역할은 소비자들의 관심사가 모이는 ‘광장’을 설계하는 것이다.
단순히 소비자의 관심을 분석하고, 시장의 트렌드를 분석하는 식으로는 절대로 '뾰족한 기획'이 탄생할 수 없다. 이런식의 접근법은 오히려 남들도 다 생각하는 '그저그런 기획'이란 결과물을 낳을 뿐이다. 오히려 기획자인 나 스스로가 무엇에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무엇에 ‘버럭’ 화가 나고 무엇에 깊이 ‘매료’되는지 그 지점부터 시작점을 잡아야 다른 기획자와 차별화 된 '나만의 기획'이 탄생한다.
'관심사가 없으면 어떻게 해요?'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매일 보던 매출 수치에 관심을 끄고, 아침 출근길 혹은 퇴근길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무엇에 눈을 떼지 못하는지 유심히 관찰해 보라. 관심은 작은 호기심과 관찰에서 시작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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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항상 후배들에게 강조하는 말이 있다.
'내가 관심 없는 제품을 고객에게 팔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