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564. 경칩 (驚蟄)

'사소한 일상의 경험을 비즈니스 인사이트로 바꾸는 매일의 기록'

by 사마리아인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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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5일. 절기로 오늘이 '경칩(驚蟄)'이다.

입춘은 한 달이나 지났지만, 보통 우리가 봄이라고 느끼는 시기는 3월부터 5월까지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가 체감하는 '진짜 봄'의 첫 절기야말로 '경칩'이 아닐까 싶다.

입춘이 봄의 문을 여는 날이고, 우수가 얼음을 녹이며 물을 흐르게 하는 날이라면, 경칩은 생명이 태동하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자연은 참 신기하다. 누가 알려주는 것도 아닌데 정확한 때를 알고 움직이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경칩은 놀랄 경(驚), 숨을 칩(蟄). 즉, 천둥소리에 놀라 겨울잠을 자던 벌레와 동물들이 잠에서 깨어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24절기 중에선 세 번째 절기에 해당한다.

해가 길어진 것이 체감할 정도가 되고, 햇살도 하루하루 달라짐을 느낄 수 있는 시기다. 이때쯤이 되면 우리 몸의 감각도 미세하게 반응하기 시작한다. 겨우내 입었던 무거운 겨울 코트가 거추장스럽게 느껴지고, 점심시간 사무실 밖을 나설 때는 뺨을 스치는 바람에서 더 이상 날 선 날카로움이 느껴지지 않기에, 옷차림이 가벼워지고 밝아지는 시기 또한 이 무렵이다. 그래서 경칩은 상품기획자인 내게도 나름 의미가 있는 계절이다.

길거리 개성을 한껏 뽐낸 사람들의 패션 속에서 올해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데뷔의 계절'이다.

옛사람들은 경칩 때 치는 천둥소리를 듣고 만물이 깨어난다고 믿었다. 이게 아주 틀린 말은 아닌게, 봄기운을 품은 따뜻한 공기가 북상하면서 겨울 내내 굳어있던 지상의 찬 공기와 부딪히며 대기가 불안정해지는 시기가 경칩 무렵이다.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크면 강한 상승기류가 발생해 '적란운(뇌우)'이 자주 출몰하기에 '천둥소리'가 자주 들렸을 법도 하다.

기획자인 내게는 이 '천둥소리'가 미치 시장이 보내는 '신호(Signal')처럼 들린다. 해가 바뀌고, 계절이 바뀐다. 그 속에서 소비자의 취향이 변하고,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며, 시장은 소리 없이 빠르게 변화한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미세한 진동을 포착해 기획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 상품기획자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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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초.

천둥소리에 놀라 겨울잠에서 깬 생명들이 마주하는 첫 공기는 여전히 차갑고 낯설지 않을까 싶다.

겨우내 기획했던 상품이 세상에 처음 공개되는 순간도 마찬가지다.

'고객 반응이 좋을까?'

'매출이 예상보다 안 나오면 어떡하지?'

오만가지 두려움이 엄습한다. 하지만 이 '자극'이야말로 기획자를 살아있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물론 현장의 반응이 가혹할 때도 있다. 기획자가 의도한 대로만 시장이 움직여주지는 않기에 당연히 받아들여야만 하는 숙명이다. 그렇다고 계속 땅 속에 숨어있는 것 또한 좋은 선택이 아니다.

땅 밖으로 나와봐야 비로소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무엇이 필요한지 알 수 있다.

어쩌면 상품기획이란, 잠들어 있던 무언가를 깨우는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잠자고 있던 고객의 소비 욕구를 깨우고,

브랜드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 깨우며,

내 안에 안주하려던 타성을 깨우는 일.

혹여 '아직은 때가 아니야'라며 스스로를 서랍 속에 가두고 있지는 않은가?

경칩은 곤충만 깨우는 것이 아니다.

우리 안에서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가능성도 함께 깨우는 계절이다.

이제 슬슬 겨울잠에서 깨어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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