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0101. 앰부시 마케팅 'Ambush'

'사소한 일상의 경험을 비즈니스 인사이트로 바꾸는 매일의 기록'

by 사마리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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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이키가 보스턴 마라톤 대회를 앞두고 현지 매장에 내건 광고 문구로 곤혹을 치른 사건이 업계안에서 뜨거운 감자다. 마라톤 완주를 위해 걷기를 병행하는 일반 참가자나 장애인 선수들의 노력을 깎아내렸다는 '엘리트주의'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나이키는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위치한 자사 매장 쇼윈도에 '러너는 환영, 워커는 용인'(RUNNERS WELCOME. WALKERS TOLERATED)이라는 대형 간판을 설치했다.

논란의 핵심은 '용인한다' 또는 '참아준다'라는 뜻을 지닌 'Tolerated'라는 단어로 이 문구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달리는 엘리트 러너들만 진정한 마라토너로 대우하고, 체력적 한계나 부상, 장애 등으로 인해 '뛰다 걷는' 참가자들을 한 수 아래로 내려다보는 배타적 시각이 담겼다는 지적이 이슈가 되며, 많은 이들의 비판 여론에 밀려 결국 설치 하루 만에 철거됐다.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나이키는 '보스턴 대회 응원 간판 중 하나가 의도에서 벗어났다. 이번 일을 계기로 모든 러너를 위해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공식 성명을 내고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만 갔다. 가뜩이나 최근 나이키를 향한 시선이 곱지 않은데, 괜한 마케팅으로 브랜드 가치에 스크래치만 냈다는 평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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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논란이 되었지만, 사실 나이키는 앰부시 마케팅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브랜드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당시의 일이다. 공식 스폰서였던 리복(Reebok)은 스폰서비용으로 5,000만 달러를 지불했다. 하지만 대중의 기억 속에 남은 것은 리복이 아이라 금색 나이키 운동화를 목에 걸고 잡지 표지에 등장한 마이클 존슨이었다. 공식 후원 자격을 사지 않고도 교묘한 아이디어로 대중의 시선을 가로채는 이 기법은 마케팅 전문가 제리 웰시(Jerry Welsh)에 의해 '앰부시 마케팅'이라 명명되어진다.

앰부시 마케팅(Ambush Marketing)은 '매복'이라는 뜻처럼 올림픽,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행사에서 공식 후원사가 아니면서도 교묘한 광고 전략을 통해 마치 공식 후원사처럼 보이게 하여 경제적 이득을 노리는 일종의 '게릴라 마케팅' 기법을 말한다.

주로 막대한 후원 비용을 피하면서 동시에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기획되는데, 후원사의 독점권을 비웃으며 축제의 주인공 자리를 가로채는 이들의 전략을 영리한 전략가로 바라보는 시선과, 비도덕적인 무임승차자로 보는 부정적 시각이 동시에 존재한다. 때문에 종종 논란의 중심이 되곤 한다.


앰부시(Ambush). 직역하면 '매복'이라는 뜻이 숨어 있다.

공식 후원사가 아니면서도 교묘하게 규제의 틈을 타 마치 후원사인 것처럼 대중의 시선을 훔치는 것. 이 전략은 때로 수조 원을 지불한 공식 파트너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상품기획자로 살다 보면 가끔 거대한 자본의 성벽 앞에 무력감을 느낄 때가 있다. 수천억 원의 후원금을 내고 '독점권'이라는 철갑을 두른 공룡 기업들 사이에서, 예산도 권한도 없는 우리가 어떻게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나는 그 해답을 마케팅계의 '괴도 루팡'이라 불리는 앰부시 전략에서 찾곤 한다.

전쟁에서 게릴라전이 철저하게 약자의 전술이듯, 나는 앰부시 전략이야말로 마케팅 전장에서 약자를 위한 유용한 전술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마케팅 전장에서 가장 발칙하면서도 영악한 전략으로 불리는 '앰부시 마케팅(Ambush Marketing)'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앞서 나이키의 사례처럼 앰부시 전략은 실패시 법적, 윤리적, 여론 리스크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법적 처벌이나 브랜드 이미지 손상이라는 높은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브랜드들이 이 위험한 도박을 시도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주된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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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압도적인 비용 대비 효율성(ROI)

가장 큰 매력은 수천억 원에 달하는 공식 후원금을 지불하지 않고도 그에 준하는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공식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수억 달러의 비용이 들지만, 앰부시 마케팅은 미디어 매체 구매나 창의적인 캠페인만으로 수십억 명의 시청자에게 노출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때문에 성공할 경우 적은 비용으로 수백에서 수천만 달러에 이르는 '상당 가치(EBV, Equivalent Brand Value)'를 창출할 수 있으며, 실제 공식 스폰서보다 더 높은 소비자 인지도를 얻기도 한다.

프리미엄 헤드폰으로 유명한 '닥터 드레'는 2012 런던 올림픽 당시 공식 후원사(파나소닉)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에게 자사 국기가 그려진 헤드폰을 무료로 배포한다. 선수들이 경기장 입장 시 이를 착용한 모습이 전 세계 중계 화면에 노출되면서, 비츠는 헤드폰 판매량이 42%, 연매출이 116% 상승하는 엄청난 효과를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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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제약 없는 창의성과 마케팅 유연성

공식스폰서는 주최 측의 엄격한 가이드라인과 계약 조건에 묶여 있지만, 앰부시 마케터는 훨씬 자유롭고 민첩한 활동이 가능하다. 독창적인 톤앤매너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규제의 틀 밖에서 훨씬 더 위트 있고 공격적이며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파격적인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

스포츠 배팅 업체 '패디 파워'는 2012 런던 올림픽 당시 프랑스의 작은 마을인 '런던(London)'에서 열리는 계란 들고 뛰기 대회의 후원사라고 광고하며, '런던에서 열리는 가장 큰 육상 대회의 공식 스폰서'라는 문구의 광고판을 게시하며 올림픽 공식 스폰서를 연상시키는 위트를 보여주었다.


3.글로벌 도달 범위와 대중적 관심 선점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는 언어와 문화적 장벽을 넘어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시청자에게 동시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수많은 광고가 쏟아지는 환경에서 '축제'라는 문화적 맥락에 자사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끼워 넣어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 강력하게 각인시킬 수 있는 동시에 앰부시 마케팅에 성공한 브랜드는 대중에게 '똑똑하고 민첩하며 트렌디한' 도전자 브랜드로 인식되는 부가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4. 경쟁사 마케팅 효과의 중화 (Neutralization)

라이벌 기업이 공식 스폰서로서 누리는 독점적 지위를 무력화하려는 목적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소비자들이 실제 스폰서와 앰부시 마케터를 혼동하게 만듦으로써, 경쟁사가 거액을 들여 확보한 '독점적 연상 작용'을 희석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나이키는 공식 후원사인 아디다스보다 소셜 미디어 지표에서 훨씬 앞선 성과를 보였다.


5. 소비자의 긍정적 수용 태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많은 소비자들은 앰부시 마케팅을 '비윤리적 상행위'로 보기보다 '영리하고 재미있는 경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은 거대 자본을 앞세운 공식 스폰서에 맞서 기발한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비후원사를 응원하기도 한다. 이른바 약자를 응원하는 본능적 심리다. 이를 잘 활용하면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로 이어질 수 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당시 공식 후원사인 비자(Visa)가 '올림픽에서는 비자만 받는다'고 광고하자,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스페인에 갈 때 여권(Passport)은 필요하지만 비자(Visa)는 필요 없다'는 언어유희 광고로 맞받아친다. 소비자들은 '세련되고 기발한 대응'으로 평가하며 브랜드 호감도 역시 상승하는 결과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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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런던'을 외치다

2012년 런던 올림픽으로 시간을 돌려보자. 올림픽은 '독점권'의 성역이다. 오륜기 문양은 커녕 '런던'이나 '2012'라는 단어조차 공식 후원사가 아니면 함부로 쓸 수 없다. 당시 스포츠용품 관련 공식 후원사는 아디다스(Adidas)였다. 그들이 수조 원의 가치를 지닌 '올림픽'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 IOC와 함께 서슬 퍼런 감시를 이어갈 때, 나이키는 기막힌 묘수를 찾아낸다.

그들은 영국 런던이 아닌, 전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소도시 '런던'을 찾아냈다. 미국 오하이오주의 런던, 노르웨이의 런던, 나이지리아의 런던 등등. 그리고 그곳에서 땀 흘리며 운동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 'Find Your Greatness(너의 위대함을 찾아라)'라는 캠페인을 전개한다.

결과는 어땠을까? 사람들은 올림픽 기간 내내 TV와 SNS를 통해 '런던'에서 펼쳐지는 나이키의 광고를 시청했다. 그 결과 상당수의 소비자가 나이키가 올림픽 공식 후원사라고 착각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높은 법적, 윤리적 리스크를 수반하기에 정밀한 기획은 필수다.

상표권 침해로 인한 법적 소송이나 주최 측의 제재, 비윤리적 기업이라는 평판 저하 등의 위험이 따릅니다.

유명 유튜버 로건 폴이 설립한 음료 회사 프라임은 케빈 듀란트와 파트너십을 맺으며 라벨에 'Olympic', 'Team USA', 'Going for Gold' 등의 문구를 무단 사용했다가 상표권 침해로 거액의 소송에 휘말리는가 하면, 네덜란드 응원단 여성들에게 브랜드의 상징인 오렌지 미니스커트를 입혀 입장시켰다가 FIFA에 강제 연행되면서 팬들을 불법 행위에 이용했다는 도덕적 비난을 받았던 바바리안 맥주의 사례 등 실패시 자칫 엄청난 역풍과 브랜드 이미지 실추를 초래할 위험을 수반한다.

때문에 기획안에는 반드시 리스크 대응 시나리오가 포함되어야 한다. 앰부시 마케팅은 상표권 침해 소송, 브랜드 이미지 타격 등 치명적인 리스크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기획 단계에서 '법적 우회로'와 '윤리적 선'을 정밀하게 계산해야 한다. 예를 들어, 특정 선수를 개별 후원하거나(Coattail Ambushing), 공식 로고 대신 종목의 특성이나 색상만을 활용하는 방식(Associative Ambushing)은 리스크를 낮추면서 효과를 극대화하는 정교한 기획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프라임 하이드레이션 사례처럼 'Olympic' 등 보호받는 단어를 직접 사용했다가 소송을 당하는 것은 이미 기획 단계에서의 리스크 분석에 실패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룰을 따를 것인가, 룰을 만들 것인가

많은 이들이 앰부시 마케팅을 '무임승차'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보는 관점은 좀 다르다. 이는 기득권이 만들어 놓은 룰 안에서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방식으로 판을 다시 설계하는 게임이다.

앰부시 전략은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에서 시작된다.

기획은 결국 정해진 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틈새를 찾아 '해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어쩌면 우리 기획자들에게 필요한 건 거대한 예산보다,

규제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날카로운 통찰 한 조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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