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222. 친구(親舊)

'사소한 일상의 경험을 비즈니스 인사이트로 바꾸는 매일의 기록'

by 사마리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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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들은 흔히 브랜드를 살아 있는 생물에 비유하곤 한다. 꾸준히 관리해주지 않으면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브랜드 관리전략 중 최근 가장 많이 언급되는 키워드는 '고객과의 소통'이 아닐까 싶다. 대표적으로 온라인의 활성화, 그러니까 브랜드의 소셜미디어(SNS) 활용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브랜드 입장에서 온라인 공간이 주는 매력은 상당하다. 일면식 없는 고객과 친구도 될 수 있고, 잘 만하면 자신의 팔로워를 넘어 팬으로 만들 수도 있다. 이른바 팬코노미(Fanconomy)다. 이를 위해 너나할것 없이 천편일률적으로 주장하는 메시지가 있다.

'친구같은 브랜드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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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라..


많은 브랜드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우리에게 ‘친구’가 되겠다고 말한다.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를 맺어달라 떼를 쓰고, SNS에서는 친근한 말투로 댓글을 달며 친한 척을 한다. 하지만 정작 정말 그들을 ‘친구’라고 느낀 적이 있었나 싶다.

‘친구(親舊)’는 ‘친할 친(親)’에 ‘옛 구(舊)’라는 글자가 합쳐진 단어다. 단순히 가깝다는 의미를 넘어, ‘오래도록 가깝게 지내온 사람’이라는 뜻이다. 누군가와 친구사이가 된다는 것은 단기적인 ‘프로모션(Promotion)’의 영역이 아니라 시간을 쌓아가는 ‘관계(關係)’의 영역임을 의미한다.


어느 마을에 어머니와 아들이 살았다.

하루는 아들이 저녁 다섯시까지는 꼭 돌아오겠다 말하곤 멀리 볼 일을 보러 갔다.

그런데, 다섯시가 되어도, 여섯시가 되어도 아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들이 왜 안 돌아올까? 걱정이 태산 같았던 어머니는 마을 앞까지 나갔다.

멀리까지 바라보려면, 높은 곳에 올라가야 했다.

어머니는 큰 나무 위에 올라가서, 아들이 오는지를 눈이 빠지도록 바라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야 멀리서 오는 아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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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정성스러운 광경'을 글자로 표시한 것이 '친(親)'이란 글자다. 친(親)자 안에는 '나무[木]' 위에 '올라서서[立]' 아들이 오기를 '바라보고[見]' 있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나무 위에 올라가서 아들 오기를 바라다보는 부모님의 지극한 마음, 그것이 친(親)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친구(親舊), 친절(親切), 친밀(親密), 친목(親睦), 친화(親和), 친애(親愛), 친숙(親熟), 친근(親近) 등 친(親)자가 붙은 말 치고 나쁜 말이 하나도 없다.


마케팅전략의 관점에서 소비자는 ‘고객’으로 정의된다. 고객(顧客)은 ‘돌아볼 고(顧)’에 ‘손님 객(客)’.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나를 다시 돌아봐 주는 고마운 손님’이다. 맞다.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이 손님의 눈길을 한 번이라도 더 받기 위해 화려한 기술과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다. 하지만, 마케팅 홍수 속에서 이러한 물량공세식 전술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유효하지 않다기보단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반면 ‘친구 같은 브랜드’는 전제부터가 다르다. 그들은 고객을 더 이상 공략해야 할 ‘타겟(Target)’으로 정의하지 않는다.

나의 불편함에 공감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에 함께 기뻐하며, 때로는 말하지 않아도 내게 필요한 것을 슬쩍 건네는 배려심 깊은 존재. 친구란 그런 것이다.

브랜드는 왜 고객과 친구가 되기를 기대할까? 왜 친구같은 이미지를 꿈꿀까?

브랜드가 '친구 같은 브랜드'를 꿈꾸는 이유는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소비자들과 정서적인 연결(Emotional Connection)을 구축하여 장기적인 충성도와 높은 브랜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함이다.

1.강력한 브랜드 충성도

첫 째로, 브랜드에 대한 애착심이다. 단순 구매를 넘어선 브랜드에 대한 '애착'은 강력한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진다. 두 번째로, 실수에 대한 관용이다. 원래 좋아하는 친구사이일수록 사소한 실수에 더 관대하기 마련이다. 브랜드에 대한 친밀도(Brand Intimacy)가 높으면, 일시적인 품질 저하나 서비스 실수에도 브랜드에 남을 확률이 높아진다.

2.'스니저(Sneezer)' 양산과 입소문 효과

친구의 추천을 신뢰하듯, 소비자는 친근한 브랜드를 지인에게 추천할 확률이 매우 높다.

또한 높은 브랜드 충성도는 '스니저(감기가 전염되듯 자신의 경험담, 상품평, 새로운 정보나 아이디어를 주변 사람들에게 빠르게 퍼뜨리는 사람)'를 양산한다.

3. 감정적 차별화(경쟁 우위 확보)

비슷한 제품이 넘쳐나는 공급 우위 시장에선 기능이나 가격만으로 차별화하기 어렵다. 브랜드가 인간적인 특성을 가질 때 소비자들은 감정적 가치를 느끼고 다른 브랜드 대신 해당 브랜드를 선택한다.

4. 탑 오브 마인드(Top-of-Mind)

친구처럼 가까운 브랜드 이미지는 다시 고객의 기억 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로 전이되어 구매 순간에 최우선적으로 고려되는 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

5. 고부가가치 창출

친숙한 브랜드는 더 자주 구매하게 만들고,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게 하는 경향성이 있다. 때문에 고객 한 명당 창출하는 장기적 수익 또한 훨씬 높다.


일전에 '사랑받는 브랜드의 조건'이라는 리포트를 본 기억이 난다. 소비자는 특정 브랜드를 소비하고 사용할 때, 단순한 '효용'을 넘어 특정한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었다.

오랜 기간 상품기획을 하다보면 '상품만능주의' '기능만능주의'에 빠질때가 많다. '상품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착각이다. 하지만 진정한 상품기획이란 단순히 상품을 파는 행위가 아니라, 누군가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오래된 친구’로 남을 자격을 얻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친구란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당신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엘버트 하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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