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일상의 경험을 비즈니스 인사이트로 바꾸는 매일의 기록'
0106.
오늘 예전에 같이 일했던 후배와 밥을 먹다가 의례적인 질문을 하나 던졌다.
'요즘 하는 일은 어때? 잘 돼가?'
‘괜찮아요’라는 의례적인 답변이 이어질거라 예상했는데,
'아뇨, 요즘 정말 힘들어서 고민이 많아요.'라는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적잖게 당황한 나는
'아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얼마 전 홍콩 출장을 다녀왔거든요. 거기엔 제가 운영하는 브랜드 매장이 30개도 넘고, 매장마다 북적이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쳐서 부럽더라구요.'
그 친구는 프랑스 A패션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야 판매하는 Distributor사 기획자로 일 하고 있는데,
생각처럼 눈에 띄는 성과가 나지 않아 고민이라는 얘기가 이어졌다.
'홍콩에선 잘 되는데, 한국에서는 잘 안되는 가장 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내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은 이랬다.
'돈(=마케팅예산)이 없어서 잘 안되는 것 같아요. 버스부터 지하철, 주요 거점에 옥외 광고 쫙~ 깔고, 유명한 모델도 써서 TV광고까지 대대적인 마케팅을 하면 저희 브랜드도 잘 될 텐데 말이죠.'
과연 정말 그럴까?
상품기획 일을 하다보면 항상 부족한 3가지라는 의미의 '3핍(乏)'있다.
‘사람’과 ‘시간’ 그리고 ‘돈’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돈.
소위 ‘마케팅 예산’이라는 단어가 입에서 나오는 순간이 되면 회의실의 공기는 늘 싸늘하기 마련이다.
"팀장님. 이번 캠페인 예산이 작년 대비 반토막 났습니다. TV CF는 커녕 유튜브 범퍼 광고 돌리기도 벅차요. 이 예산으로 무슨 마케팅을 합니까? 그냥 죽으라는 소리죠!"
그의 눈빛에는 '돈만 많으면 나도 나이키처럼 할 수 있는데'라는 억울함이 서려 있다.
사무실에서 흔하게 벌어지는 풍경이다.
마케팅계의 그루(Guru) ‘세스 고딘’은 그의 저서 ‘보라빛 소가 온다’에서 이러한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1. 거인의 시대는 저물었다.
TV 광고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모든 사람에게 도달하려 애쓰던 매스마케팅의 시대는 끝났다. 과거에는 큰 예산이 곧 승리의 보증수표였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다르다. 광고 홍수의 시대! 소비자들은 스팸과도 같은 광고에 신물이 나 있고 '모두'를 향한 메시지는 결국 '아무도' 듣지 않는 소음에 불과하다. 예산이 없어서 괴로운 게 아니라, 예산이 있어야만 마케팅을 할 수 있다고 믿는 그 고정관념을 깨지 못하는 것이 진짜 문제다.
2. 당신의 소는 '보라색'인가?
들판에 널린 수 많은 ‘갈색 소’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보라색 소(Purple Cow)'가 되는 것이다. 즉, 리마커블(Remarkable)해야 한다. 리마커블하다는 것은 '이야기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매쓰마케팅은 ‘더 큰 소’를 데려오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 것은 더 이상 답이 아니다.
"팀장님. 이 제품, 광고 좀 때려야 하지 않을까요?"
세스 고딘이 만약 팀장이었다면 이렇게 답했을 것 같다.
"이 제품이, 이 기획이 돈을 안 써도 사람들이 옆 사람 옆구리를 찔러가며 말해주고 싶을 만큼 흥미로운가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10억을 써도 쓰레기통에 돈을 던지는 것과 같습니다!"라고..
스팸 폭탄를 무차별적으로 투하하는 마케팅 시대는 끝났다고? ok! 좋다! 그렇다면 대안은 뭔가?
1. 틈새(Niche)를 찾아라
솔루션은 명확하다. 광활한 시장 전체를 보지 말고, 아주 좁고 깊은 '틈새(Niche)'를 파고들어야 한다. 내 상품에 열광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그 곳을 찾아내는 것이 기획자의 첫 번째 임무다. 적어도 나의 상품이 쓰레기가 아니라 ‘진토배기’라면 분명 내 상품의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2. 스니저(Sneezer)를 찾아라
내 상품의 진가가 발휘될 수 있는 시장을 찾았다면, 그곳에는 당신의 브랜드에 열광할 준비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할 일은 그들 중에서 '스니저'들을 찾는 것이다. 스니저(Sneezer)란 감기에 걸린 사람이 재채기(Sneeze)를 하듯 정보를 퍼뜨리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들은 만족스러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경험했을 때, 혼자 만족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당신의 제품을 떠들고 다닐 것이다.
3. 리마커블(Remarkable)한 제품과 경험을 기획하라
이것이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광고가 아니다. 상품 혹은 경험의 기획과 설계 단계에서부터 리마커블(Remarkable)한 요소를 창출해 내는 것이다. 즉, 독창적이고 예외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기획할 수 있느냐, 만족을 넘어 그들이 열광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그렇다. 우리는 상품과 광고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수요는 파편화되어 가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바야흐로 다양성의 시대다.
프로모션(Promotion)의 시대에서 상품 기획(Planning)으로 마케팅의 축이 이동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기획자들이
‘돈이 없어서 내 제품은 팔리지 않는다’라는 착각에 빠지는 우를 범하고 있다.
기획자의 업무는 억만금의 예산을 따오는 것이 아니다.
1.리마커블(Remarkable)한 상품을 기획하고,
2.우리 제품에 미칠 준비가 된 소수의 광팬을 찾아낸 다음,
3.널리 퍼질 수 있는 바이러스를 심어주는 것!
입소문 마케팅이란 돈으로 사는 게 아니다.
리마커블(Remarkable)한 경험을 기획하는 것이다.
오늘도 예산이 없다며 괴로워하는 기획자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 돈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없을 거라고!
돈이 없다는 건 어쩌면 오히려 나의 기획력을 검증 받을 수 있는 찬스라고!.
당신의 뇌가 '자본'이라는 마약에 의존하지 않고,
오로지 '기획의 본질'에 집중하도록 만들어 줄
아주 지독하고도 훌륭한 선생님이 되어 줄 거라고!